[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약물재창출(drug repurposing)이 다시 한 번 관심을 끌고 있다. 

약물재창출이란 약물 재활용 또는 신약 재창출이라고도 불린다. 이미 시판되고 있으며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 또는 임상시험에서 안전하지만 효능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허가받지 못한 약물을 대상으로 새로운 적응증을 규명하는 신약개발 방법 중 하나다. 

1. 국내 제약사들도 너도나도 약물재창출

2. 글로벌 제약사들의 약물재창출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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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재창출이 눈길을 끄는 것은 경제성 논리 때문이다. 신약을 개발하려면 타깃 발굴, 후보 물질 스크리닝 및 최적화, 약리학적(Pharmacology) 평가, 약동학적(Pharmacokinetics) 평가, 제형 개발 등 여러 과정을 거치므로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그런데 약물 재창출은 화합물 규명, 화합물 획득, 개발, 등록의 과정으로 신약개발이 3년 내에도 가능해 약물 개발 기간이 대폭 단축된다. 

게다가 신약개발은 많은 기간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성공률은 통상적으로 10% 이하다. 하지만 신약 재창출은 약물의 안정성이나 약동학과 관련된 위험성이 낮은 상태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성공률이 좀 더 높은 강점이 있다. 즉 안정성 문제로 인한 위험성을 크게 줄여 신약개발의 성공 확률을 높인다. 

신약재창출을 통한 개발에서는 약물의 론칭까지 드는 비용이 신약개발보다 80% 이상 절약이 되고, 성공률도 1.5배 높거나, 임상2상에 들어간 약물의 25%(일반적으로는 10%)가 시장에 론칭 된다는 보고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자금력과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나라에 맞는 신약개발 방법일 뿐 아니라, 신약개발의 리스크를 줄일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시 부는 약물재창출 바람

이런 이유로 코로나19가 유행하자 아스트라제네카, 길리어드, 사노피 등 세계적 기업이 기존의 제품을 활용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돌입했고, 이중 백신개발에 들어간 기업들도 많다. 

국내 흐름도 비슷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0일 기준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국내 임상승인은 29건, 진행은 21건, 종료는 8건이었다. 또 백신 임상시험 승인 5건, 진행은 5건이었다.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약물재창출을 하겠다고 발표한 제약사는 약 6개다. 부광약품(레보비르), 신풍제약(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 일양약품(슈펙트), 종근당(나파벨탄), 대웅제약(호이스타, DWRX2003), 동화약품(DW2008S) 등이 임상시험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현재 국내 제약사들의 약물재창출 성적표는 신통치 못한 상황이다. 대부분 임상시험을 중단했거나, 아직 임상2상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회사의 몸값 또는 주가 부양을 위해  약물재창출 임상시험을 홍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이 분야 전문가는 국내 약물재창출은 쉽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약물재창출의 리스크는 신약개발과 똑같다고 봐야 한다"며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로 다른 치료 목적의 유효성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국내 제약사들이 그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 실패를 선언하고, 손을 뗀 곳은 일양약품이다. 올해 3월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던 계획을 포기한다고 발표한 것. 슈펙트는 일양약품이 개발한 국산 신약 18호 백혈병 치료제로 러시아에서 약물 재창출 방식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도전했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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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양약품은 러시아 제약사 알팜(R-PHARM)과 슈펙트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3상을 진행한 결과, 표준 권장치료보다 우수한 효능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알팜은 러시아의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한 슈펙트의 마케팅 승인 신청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약물재창출 참여 제약사들 성적표는?

GC녹십자도 마찬가지다. 항체를 이용해 만든 지'코비딕주'를 코로나19 치료제로 허가 요청했지만, 회사가 자진 취하했다. 

회사 측은 국내 13개 임상시험기관에서 수행한 지코비딕주의 초기 2상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품목허가를 신청한 바 있다. 이에 식약처가 '코로나19 치료제 안정성·효과성 검증 자문단'과의 회의를 진행했고 치료효과를 확증할 수 있는 임상 결과를 추가 제출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GC녹십자는 심사 의견을 수용하고 신청한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종근당도 마찬가지다. 나파벨탄 임상2상 진행 후 지난 3월 8일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 신청을 했지만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해 반려됐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부광약품과 대웅제약 정도다. 부광약품은 올해 지난 달 임상2상 환자 모집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부광약품이 진행하는  임상시험(CLV-203)은 경증부터 중등증까지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세포배양 검사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소량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부광약품 측은 이전에 중등증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CLV-201 임상시험에서 레보비르 투약군에서 위약군보다 바이러스가 감소하는 경향과, 고위험인 고혈압환자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바이러스가 감소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레보비르는 한국인 코로나 환자로부터 분리한 바이러스에 대해 CALU-3 cell(인간 폐세포)과 VERO cell(원숭이 신장 세포)에서의 약효를 확인, 코로나19에 대한 용도 특허를 지난 2020년 8월 11일 등록했으며 국제특허(PCT)도 8월 5일 출원한 바 있다.

대웅제약은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코비블록의 임상2b상 투약을 최근 완료했다. 코비블록은 기존 호이스타정과 같은 성분의 의약품이다. 해당 임상은 경증 환자 3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대웅제약은 긍정적인 결과가 확보되면 올해 3분기 이내 조건부 허가를 신청과 임상3상 진행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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