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건조제, 금연치료제 등 약물재창출로 새로운 영역 시도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약물재창출(drug repurposing)이 다시 한 번 관심을 끌고 있다. 

약물재창출이란 약물 재활용 또는 신약 재창출이라고도 불린다. 이미 시판되고 있으며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 또는 임상시험에서 안전하지만 효능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허가받지 못한 약물을 대상으로 새로운 적응증을 규명하는 신약개발 방법 중 하나다. 

1. 국내 제약사들도 너도나도 약물재창출

2. 글로벌 제약사들의 약물재창출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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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약물재창출이 다시 부각됐지만, 이미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금연 치료제가 안구건조증에 효과를 보이거나,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가 원형탈모에 효능을 보이는 등 생각지 못했던 분야에서 결과물을 내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금연 치료제인 바레니클린의 안구건조증 치료제로의 변신이다. 최근 미국 오이스터 포인트 파마사가 바레니클린을 비강에 뿌려 안구건조증을 치료하는 치료제(OC-01)로 사용하기 위한 ONSET-2 임상3상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터프츠의대 Michael Raizman 연구팀은 OC-01의 유용성을 평가하기 위해 눈물 분비 정도를 측정하는 쉬르머(Schirmer ) 지수가 10mm 이하이면서 안구표면장애지수(OSDI) 23 이하인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OC-01을 하루에 두 번 투약하는 ▲0.6mg/mL군(n=255)? ▲1.2mg/mL군(n=242) ▲대조군(n=248)으로 무작위로 배치했다.

그 결과 OC-01군이 4주 이후 쉬르머 지수는 물론 안구건조를 평가하는 EDS(eye dryness score)의 평균 변화가 대조군보다 유의미하게 향상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0.6mg/mL군의 쉬르머 지수는 11.3, EDS는 -19.8이었다. 1.2mg군의 쉬르머 지수는 11.5, EDS는 -22.2였다.

대조군은 각각 6.3, -15.4였다. OC-01을 처방받은 모든 군에서 재채기가 있었지만, 이 중 12%에서만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는 대조군과 비슷한 수치였다. 눈이 타는 듯하거나 쏘는 듯한 느낌을 보고한 환자는 없었다.

이번 연구는 앞선 임상1상과 2상보다 샘플 사이즈를 더 크게 했고, 특히 중등도~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분류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연구팀은 "중등도~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OC-1 치료군에서 유의미하게 증상이 향상됐다"며 "심각한 증상을 보인 환자군에서 EDS가 대조군 23.6, OC-01 치료군 31.6 점 향상됐다"고 말했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올루미언트→원형탈모 치료제

탈모는 많은 성인의 골칫거리다. 뚜렷한 치료제도 없는 것이 현재 실정이다. 그런데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가 탈모에 효과가 있다면 탈모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최근 릴리의 올루미언트(바리시티닙)가 성인 중증 원형탈모에 효과가 있다는 임상연구 결과가 공개되면서 화제가 됐다. 올루미언트는 젤잔즈(토파시티닙)의 후발품목으로 JAK1과 3을 억제하는 젤잔즈와 달리 JAK1 및 2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약물이다. 이 같은 기대는 임상3상인 'BARVE-AA2'와 'BRAVE-AA1'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두 임상시험에서 연구팀은 올루미언트 2mg 또는 4mg을 1일 1회 복용한 그룹을 36주 차에 평가했는데, 그 결과 모발의 재성장(hair regrowth)이 대조군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올루미언트는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원형탈모증 치료를 위한 혁신 치료제로 지정받았고, 회사 측은 올해 하반기기 적응증 추가를 신청할 것을 알려졌다. BRAVE-AA1 연구 최종 분석은 오는 8월 5일 완료된다.

혈액암 치료제 리툭산→신경정신루푸스 치료제

혈액암 치료제 리툭산(리툭시맙)의 변신도 예사롭지 않다. 최근 신경정신루푸스(NP SLE)에 리툭산이 다른 약제보다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신경정신루푸스란 루푸스가 진행되면서 우울증, 뇌막염, 건강염려증, 건망증, 치매, 뇌졸중 등을 수반하는 질환이다.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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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툭산은 난치성 루푸스에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여왔지만 신경정신루푸스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영국 맨체스터의대 Trixy David 연구팀이 신경정신루푸스 환자를 대상으로 생물학적 제제를 단기간 처방했을 때와 아자티오프린(azathioprine), 미코페놀레이트 모페틸(mycophenolate mofetil),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cyclophosphamide) 등과 같은? 면역억제제를 투약했을 때를 비교했다. 연구에는 영국의 루푸스평가그룹생물학적제제등록(BILAG-BR) 데이터가 사용됐다.

연구결과 생물학적 제제인 리툭산을 투여받은 군이 면역억제제를 투여받은 군보다 BILAG-2004 점수와 질병활성도 점수 모두에서 앞섰다.

리툭산을 투여받은 환자군을 관찰했을 때 신경정신루푸스 BILAG A/B 점수는 50점에서 11점으로 감소했다. SLEDAI-2K도 6명 중 4명이 개선됐다.

BILAG란 SLE를 평가하는 지표로 전신증상, 피부점막계, 신경계 등 8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BILAG-2004는 검사실 소견이 빠지고, 안과와 위장관계 항목이 추가됐다.

SLEDAI(SLE Disease Activity Index)는 10일 동안의 질병 활성도를 평가하는 도구로 24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SLEDAI-2K는 발진, 탈모, 구강궤양 등이 존재하면 점수를 줄 수 있도록 한 버전이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BI425B09→조현병 치료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조현병 치료제로 변신을 위한 준비도 한창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개발하던 'BI425809'를 조현병 치료제로 전환하면서 임상을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임상3상이 허가된 상태다.

BI425809는 GlyT1 억제제(glycine transporter-1 inhibitor)로 뇌에서 병리단백질인 아밀로이드, 타우를 제거하는 방식이 아닌 신경세포간의 신호전달을 회복시켜 주는 기전이다. 글라이신은 중추 신경계, 특히 척수, 뇌간, 시신경의 중추신경계에서의 신경전달억제물질이다. 과하게 증가하는 경우 발작 등이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조현병 환자에게 26주 동안 1일 1회 BI425809를 투여하고, 유효성과 안전성을 살펴보기 위해 무작위배정, 이중맹검, 대조군 연구를 전북대병원, 길병원, 서울대병원 등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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