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외상 실습 사업 첫발...교수·학생 만족도 높아
중증외상 자율형 분석심사, 15개소 중 5개소 신청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소방헬기로 응급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DB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소방헬기로 응급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메디칼업저버 DB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2011년 석해균 선장과 아덴만 여명작전, 2017년 북한군 귀순병사 등 각종 사건사고를 계기로 중증외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중증외상환자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치료함은 물론 이들을 치료하는 의료진이 사명감만으로 버티지 않도록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외상환자 예방 가능 사망률도 높고, 인력과 시설 등 필수 투입 비용도 커 민간에서 중증진료체계에 투자하기 쉽지 않다. 중증외상이 여론의 관심을 받고 정부 지원 필요성도 제기됨에 따라 2012년 권역외상센터 사업이 첫 발을 내딛었다. 

①10년차 권역외상센터 '환자' 위해 달린다
②로드맵 고심하는 권역외상센터, 교육·심사 주목
③환자 살리려 외상 선택한 조항주 교수, 외상센터를 말하다

외상 전문인력 부족 문제는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지난해부터 '특수·전문분야 실습비 지원 및 의과학분야 연구비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는 특수·전문분야 및 의과학 연구에 관심있는 의대생을 대상으로 경험 기회를 제공하고, 관련 분야로 진로를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특수·전문분야 실습은 외상, 소아심장부터 시작했으며 올해부터는 감염 분야가 포함된다. 

외상에는 조금 더 많은 실습비가 배정돼 학생 1인당 2주 기준 800만원이 지원된다. 외상분야 모집 대상은 외상학 수련 지정병원, 권역외상센터, 상급종합 이상 외상팀 운영기관이다. 

올해 7월 하계방학부터 시작되는 외상분야 실습 사업은 단국대병원, 아주대병원, 의정부성모병원, 가천대길병원 등 4곳이 참여한다.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 실습 2회차에 참여한 학생들이 조항주 교수에게 전달한 감사장 ⓒ메디칼업저버 DB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 실습 2회차에 참여한 학생들이 조항주 교수에게 전달한 감사장 ⓒ메디칼업저버 DB

지난해 첫 발을 뗀 이 사업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성과보고회를 앞두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실습 참여 의대생 97.8%가 만족한다고 답했고, 참여기관도 83.3%가 대체로 만족, 매우 만족한다는 응답은 16.7%였다. 

건보공단 채복순 의료인력자원부장은 "사업에 참여했던 학생과 교수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작년에는 사업이 늦게 시작해 하계방학만 실시했지만 올해는 동계방학까지 확대한다"며 "전체 예산도 24억원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외상실습 교육에 참여했던 조항주 교수도 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 교수는 "외상센터는 필수과가 아니기 때문에 일부 학생만 선택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전공의가 되기까지 경험하지 못한 과를 평생 할 전문과목으로 선택하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외상에 관심 있는 의대생에게 2주간 경험할 기회를 준다면 해당 분야를 선택할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지원한 학생이 있다. 열정있는 학생들이 많이 오면 의료진도 업무로딩이 감소하고, 앞으로 이 분야를 이어갈 사람이 있다는 것에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효과 지속성을 위해 장기적인 사업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아주대병원 정경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사업이 성과를 내려면 유행처럼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속성을 가져야 한다. 장기적인 계획도 필요하며, 의대생들이 외상과 소아심장을 전공하도록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새로운 심사 도입한 중증외상, 어떤 변화있을까

중증외상영역의 심사체계도 주목할 부분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분석심사의 한 유형인 '자율형 분석심사 선도사업'에 중증외상분야가 새롭게 포함된 것이다. 

자율형 분석심사란 의료질 관리가 우수한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의학적 근거기반 진료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의료질과 비용 관리를 기관이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 제한적 급여기준 등을 유연하게 적용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2021년 7월 뇌졸중 영역에 처음 자율형 분석심사를 도입한 후, 중증외상 영역으로 추가 확대했다. 

심평원은 "중증외상은 경제활동 가능 인구의 주요 사망원인으로 신속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제공해 사망률을 감소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응급의료센터가 권역외상센터 평가를 수행하고 있어 질과 비용을 통합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평원은 작년 말까지 대상 기관을 모집했다. 자율형 분석심사에 참여하려면 권역외상센터 평가 결과 A 또는 B 등급을 받고(지정 후 6개월 이상의 평가실적이 없는 기관 제외) 선도사업 기관으로 승인받아야 한다. 

심평원은 지난해 12월 중증외상환자 진료 인프라가 구축된 권역외상센터를 대상으로 참여기관을 모집했고 상급종합병원 4곳, 종합병원 1곳을 선정해 운영 중이다. 사업 추진 기간은 오는 12월 31일까지 1년간이다.

심평원 김남희 업무상임이사는 "올해 운영 결과를 모니터링해 중증외상 대상 확대를 추진하려 한다"며 "중증외상 자문협의회 논의 시 제도 도입 초기에는 중증외상 대상을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향후 확대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심평원에 따르면 개소를 완료한 15개 권역외상센터 중 5곳이 자율형 분석심사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평가혁신실 관계자는 "먼저 참여한 기관을 필두로 자율형 분석심사가 전파되면 제도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의료기관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취지기 때문에 조건이 된다면 참여하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자율형 분석심사에 중증외상을 포함해 질 향상과 진료 자율성을 함께 모색할 것이라고 본다. 

이 관계자는 "중증외상은 응급치료가 많이 필요한 분야다. 급여기준이 진료에 제한을 줬던 부분이 있으면 자율적으로 시행하도록 하고, 응급환자를 적극 치료해 예후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와 같은 영역을 분석하다 보니 첫 번째가 뇌졸중이었고, 다음은 중증외상이 포함됐다. 이미 권역외상센터는 등급 평가를 받고 있어 자체적으로 질관리를 하는 기관에 자율성을 부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평원 업무상임이사 등 10인 내외로 구성된 자율형 분석심사 심의위원회는 중요사항을 자문받기 위한 영역별 자문협의회를 함께 두고 있다. 중증외상 협의회에서는 대상을 점차 확대하도록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사평가혁신실 관계자는 "자율형 분석심사가 처음 시도되는 체계다 보니, 가이드 또는 모형에 대한 적응 기간이 없으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라며 "각 기관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성과 추이를 보며 점차적으로 확대 검토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자율형 분석심사에 참여하는 권역외상센터를 대상으로 심사 조정은 어떻게 적용될까. 

우선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 자율적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횟수, 개수 등 제한적인 급여기준은 적용하지 않는다. 다만 요양기관의 착오 청구 점검, 환자 안전관련 약제 기준 등은 심사 적용 대상으로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 

심평원 측은 "참여 중인 5개 기관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듣진 못했다. 하반기에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소통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중증외상만의 특수한 치료 상황을 고려한 만큼 심사체계에서 권역외상센터의 자율성, 만족도가 어떻게 집계될지도 향후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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