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에서 치료영역으로 시장 확장 중
보툴리눔 톡신, 다양한 질환에서 '치료' 효과 보여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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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주름 개선하려고 맞는 보톡스요? 그걸로 편두통 치료가 되나요?

만성편두통과 방광염에 시달리는 한 환자는 치료용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워했다.

보툴리눔톡신 제제의 변신이 시작되고 있다. 미용 측면으로만 고려됐던 보툴리눔톡신 제제는 근육경직, 다한증, 방광기능장애, 만성편두통 등 치료 목적으로 사용이 늘고 있다.

미국은 전체 시장의 60%가 치료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주로 미용 목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다. 업계는 과포화된 미용 보툴리눔톡신 시장에서 매출 확대 기회,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질환 치료에 있어 또 다른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치료용 적응증 확대에 나서고 있다.

① 치료제로 진화하는 보툴리눔톡신 제제
② 보툴리눔톡신, 본래 영역 되찾다

1820년경 독일 의사 슈스티누스 케르너는 상한 소시지에서 발생한 보툴리눔 독소에 감염된 환자들이 열이 없고 의식이 유지된 상태에서 산동, 타액 분비 감소, 사지 및 장 근육 마비로 인해 심폐정지를 일으키는 점을 발견했다.

그 이후 미국 안과의사 앨런 스콧이 보툴리눔톡신 제제가 사시 증상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 의사들은 소량의 독소를 이용해 질환 치료에 본격적으로 사용했다.

이렇게 치료용 목적으로 사용되던 보툴리눔톡신 제제는 1987년 캐나다 피부과 의사 캐러더스가 눈꺼풀 경련 환자 치료 도중 우연히 주름이 개선되는 효과를 발견한 후 미용 용도로의 변화를 맞게 된다.

이를 앨러간이 상품화해 보톡스가 탄생했다. 그 이후 보톡스는 미용 목적으로 널리 사용됐다.

국내에서는 1995년 대웅제약이 보톡스를 도입한 이후 2000년대 들어 휴젤, 메디톡스 등이 자체 개발해 시장을 키워갔다.

현재 국내 시장 매출 1위는 휴젤로 눈꺼풀 경련을 비롯해 △미간주름 △뇌졸중 후 상지근육 경직 △소아 뇌성마비 환자 경직 △눈가주름 등 다양한 치료 및 미용용 적응증을 갖고있다. 이처럼 보툴리눔톡신 제제는 다양한 적응증을 갖고 있지만, 국내에선 주로 미용 목적으로 사용되는 게 현실이다.

국내 시장은 미용용 보툴리눔톡신 제제가 전체 시장 규모의 90%를 차지하지만 글로벌 시장은 60%가 치료용이다.

작년 기준 전체 글로벌 보툴리눔톡신 제제 시장 규모는 총 59억달러(6조 9738억원), 이중 치료용 시장은 32억달러(3조 3842억원)로 약 60%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보툴리눔톡신 시장은 치료 목적 사용이 활성화되지 않아 잠재력이 클 것으로 평가된다.

 

보툴리눔톡신, 다양한 질환군에서 치료 효과 보여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사용했을 때 치료 효과가 높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편두통 등 치료 영역에서 보툴리눔톡신 제제 치료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메이오클리닉 신경과에서 진행한 PREEMPT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보툴리눔톡신 제제 투여 시 기존 약물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만성편두통 환자의 두통 발생일 수를 감소시키는 등 유효성을 보였다.

PREEMPT 연구는 1384명의 편두통 환자를 모집해 보톡스 치료군과 위약군에 무작위배정,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했다. 연구의 1차 목표점은 기저시점 대비 치료 24주차의 편두통 발생 일수 변화량이었다.

연구 결과, 보톡스 투여군은 편두통 발생일이 1.8일 감소하면서 1차 목표점을 충족했다. 24주차 및 기타 모든 시점에서 두통 빈도는 기저시점 대비 감소했으며 통계적으로 위약에 비해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P<0.001).

대부분 환자는 경증~중등도의 이상반응(AE)을 보였으며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은 적었다(보톡스 투약군 3.8%, 위약군 1.2%).

최장 2년까지 보톡스를 투여했을 때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한 PREEMPT 2 연구에서도 기존 약물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만성편두통 환자 75%가 보톡스 치료 후 별다른 부작용 없이 편두통이 완화됐고 반복해 투여할수록 상태가 더 호전됐다.

이 같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미국신경과학회(ANN)는 만성편두통에 보툴리눔톡신 제제의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만성편두통뿐만 아니라 다양한 치료 영역에서도 보툴리눔톡신 제제는 활용되고 있다.

보툴리눔톡신 제제는 방광의 근육을 이완시켜 경구용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효과를 보이는 등 절박뇨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치료 옵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2015년 10월부터 방광 내 주사 치료가 건강보험 급여되면서 치료비 부담도 덜었다.

한 개원의는 “여러 번 맞아야 하는 보툴리눔톡신 제제 특성상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은 질환 치료 시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가격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국내 시장에 치료용 보툴리눔톡신 제제가 더욱  활성화되려면 다양한 질환으로 급여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보툴리눔톡신 제제의 ‘치료’ 목적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출시한 회사들은 미용 시장의 과포화에 따라 치료 영역으로 개발하거나 연구를 진행하는 등 적응증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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