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암스테르담 파마, 암젠 개발 중단했던 '오비세트라핍' 임상 진행
유럽동맥경화학회서 ROSE 임상2b상 결과 공개
고강도 스타틴+오비세트라핍군, LDL-C 최대 51%↓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임상 실패와 상용화 포기 등 가시밭길만 걸었던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CETP 억제제가 장밋빛 꽃길을 걷는 반전의 주인공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달 22~25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유럽동맥경화학회 연례학술대회(EAS 2022)에서는 CETP 억제제 오비세트라핍(Obicetrapib)의 ROSE 임상2b상 결과가 공개됐다.

최종 결과에 따르면, 고강도 스타틴과 오비세트라핍을 병용한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LDL-콜레스테롤은 최대 51% 유의하게 감소했다. 또 10명 중 8명은 LDL-콜레스테롤 목표치 70mg/dL 미만에 도달했다.

오비세트라핍은 암젠이 개발 중이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고 2017년 개발 중단된 치료제다. 이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 및 미국 시카고대학 연구팀이 2020년 뉴암스테르담 파마를 설립하고, 암젠으로부터 오비세트라핍 권리를 이전받아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 결과를 발표한 EAS 회장인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Kausik K. Ray 교수는 "오비세트라핍은 고강도 스타틴 치료에도 불구하고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게 의미 있는 치료옵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리막길 걸어온 '반짝스타' CETP 억제제

CETP 억제제는 개발 초기 HDL-콜레스테롤을 높이면서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치료제로 주목받았지만 기대와 달리 내리막길을 걸었던 것이 사실이다. 

화이자가 개발 중이던 톨세트라핍은 임상3상에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과 심혈관질환 등 위험 증가가 확인돼 안전성 문제로 2006년 연구가 조기 종료됐다. 로슈의 달세트라핍은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MSD가 개발에 나섰던 아나세트라핍은 LDL-콜레스테롤 감소·HDL-콜레스테롤 증가와 함께 심혈관사건 발생률 감소를 확인했다.

그러나 유효성이 부족하다는 평가에 더해 지방조직에 약물이 축적돼 반감기가 연장된다는 안전성 문제에 따라 개발사는 상업화를 포기했다.

오비세트라핍은 기존 CETP 억제제와 다르다는 게 전문가 평가다. 

Ray 교수는 "오비세트라핍은 같은 계열 약물 중 효과가 가장 강력하다"며 "톨세트라핍과 같은 오프타깃 효과(off-target effect)가 없고 치료 중단 후에도 체내에 남지 않아 환자 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치료옵션"이라고 설명했다.

LDL-C 55mg/dL 미만 도달률, 오비세트라핍 10mg군 60%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오비세트라핍 ROSE 임상2a상에는 8주 동안 스타틴을 안정적으로 복용한 이상지질혈증 환자 120명이 모집됐다. 심혈관질환, 당뇨병,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동반 환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전체 환자군은 고강도 스타틴과 함께 오비세트라핍 5mg 복용군 또는 10mg 복용군, 위약군에 1:1:1 무작위 배정됐다.

나이는 61.1~62.9세였고, LDL-콜레스테롤은 88.0~95.0mg/dL였다. 1명을 제외하고 모든 환자가 치료를 완료했다. 평가는 등록 당시와 4, 8, 12, 16, 23주에 진행했다. 

등록 당시 대비 LDL-콜레스테롤 변화를 조사한 결과, 오비세트라핍 5mg군은 42%, 10mg군은 51% 감소했다. 이와 비교해 위약군은 7% 감소에 그쳤고, 치료군과 위약군 간 LDL-콜레스테롤 차이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었다(모두 P<0.0001).

LDL-콜레스테롤 외 지질 지표에도 치료에 따른 유의한 차이가 확인됐다. HDL-콜레스테롤은 오비세트라핍 5mg군 135%, 10mg군 165% 증가했고 위약군은 5% 감소했다. 비HDL-콜레스테롤은 각 39%, 44%, 4% 줄었다.

지단백(a)[Lp(a)]는 오비세트라핍 5mg군 33.8%, 10mg군 56.5% 감소한 것과 달리 위약군은 변화가 없었다. 중성지방은 오비세트라핍 5mg군 11%, 10mg군 8% 줄었지만 위약군은 오히려 2% 늘었다. 

아포지단백A1(Apo A1)은 오비세트라핍 5mg군 45%, 10mg군 48% 증가했으나 위약군은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 아포지단백B(Apo B)는 오비세트라핍 5mg군 24%, 10mg군 30% 감소했고 위약군은 3% 감소에 그쳤다. 

이어 LDL-콜레스테롤 목표치 70mg/dL 미만 도달률은 오비세트라핍 5mg군 75%, 10mg군이 82.5%였으나 위약군은 20%에 불과했다. 오비세트라핍 10mg군 중 60%는 LDL-콜레스테롤 목표치 55mg/dL 미만을 달성했다. 아울러 아포지단백B 80mg/dL 미만 도달률은 각 80.0%, 92.5%, 37.5%로 조사됐다.

안전성 평가에서 전체 이상반응 발생률은 오비세트라핍 5mg군 32.5%, 10mg군 20.0%, 위약군 47.5%로 전반적으로 치료군의 발생률이 낮았다.

중증 이상반응은 총 2건 보고됐으나 모두 위약군에서 나타났다. 치료 중단으로 이어진 이상반응은 1건으로 이 역시 위약군에서 보고됐다.

Ray 교수는 "PCSK9 억제제와 짧은 간섭 RNA(siRNA) 치료제 등 효과가 강력한 주사제가 개발됐으나 가격이 비싸 사용이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지질 목표치 도달에 대한 미충족 수요(unmet need)가 있다"며 "오비세트라핍 가격이 저렴하다면 스타틴과 함께 투약할 수 있는 치료제로서 에제티미브 병용 여부과 관계없이 벰페도익산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암스테르담 파마 Michael Davidson 최고경영자는 "ROSE 연구 데이터가 계속 쌓임에 따라 기존 치료제로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는 수 백만 명의 고위험 환자에게 오비세트라핍이 가치 있는 치료옵션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스타틴 단독요법만으로 LDL-콜레스테롤 목표치에 도달할 수 없는 환자에게 1일 1회 복용하는 오비세트라핍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세 가지 임상3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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