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부 박선혜 기자.
학술부 박선혜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삭센다보다 더 좋은 비만약이 나왔다면서요? 그 약 맞으면 운동 안 하고 음식 마음껏 먹고 살 뺄 수 있어요?"

최근 지인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꼭 한 번은 나오는 대화 주제가 비만치료제 삭센다보다 효과 좋다는 신약이다. 최대 용량을 투여하면 체중이 20% 이상 감소해 비만대사수술 자리를 넘볼 것으로 전망되는 이 약은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다.

티르제파타이드는 주 1회 투여하는 GLP-1/GIP 이중 수용체 작용제다. 당뇨병이 없는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 대상의 SURMOUNT-1 임상3상 결과, 티르제파타이드를 투여한 10명 중 9명은 체중 5% 이상 감소에 도달했다. 안전성과 내약성은 기존 인크레틴 기반 치료제와 유사했다.

티르제파타이드는 지난달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성인 2형 당뇨병 치료제로 허가받았고 아직 국내 도입 전이다. 하지만 한국릴리가 국내 허가를 신청했고 내분비 학계도 주목하고 있으며 비만 환자 그리고 일반인 관심 역시 높은 만큼 국내 도입은 시간문제다.

잠깐 시계를 2018년으로 되돌려보자. 당시 국내 첫 출시된 삭센다는 체중의 9~15%를 줄이는 효과로 '강남주사'라 불리며 발매와 동시에 돌풍을 일으켰고 4개월 만에 품절 사태를 빚었다.

그러나 삭센다는 비만 '치료' 목적보단 '미용' 목적으로 주로 처방된 것이 사실이다. 

삭센다는 비만 환자에게 투여해야 하지만, 병원들은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고 조금 더 날씬해지고 싶은 비만하지 않은 성인에게 치료제를 처방했다. 또 손쉽게 살을 빼보려는 욕구를 삭센다 홍보 수단으로 이용했다. 일반인은 조금이라도 체중을 줄이기 위해 삭센다를 온라인으로 공동구매했다. 쓰고 남은 약은 중고시장에서 판매되는 불법도 성행했다. 

되짚어본 과거와 함께 현재 티르제파타이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면, 이 약이 국내에 들어왔을 때 삭센다 품절사태와 과잉경쟁, 불법판매 등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미국에서 책정된 티르제파타이드 가격은 한 달 약 125만원(1000달러)으로 고가일지라도, 미용상 살을 빼고 싶은 비만하지 않은 사람들은 비용을 지불할 것이다. 일부 병원은 이러한 심리를 악용해 경제적 이득을 얻고자 치료제를 판매할 것이고 불법 광고행위를 펼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우려는 티르제파타이드가 국내 허가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기우일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삭센다 오남용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학계는 티르제파타이드의 오남용을 막고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적응증에 해당하는 환자에게만 치료제를 처방하고, 약물치료 시 식습관 조절, 운동 등과 병행해야 한다는 환자·의료진 교육도 필요하다. 또 무분별한 과장광고 행위가 이뤄지지 않도록 감시 체계도 준비해야 한다. 

비만은 많은 대사질환의 원인이자 질병이다. 비만치료제는 국민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 티르제파타이드가 체중 조절 혜택을 입증했을지라도 비정상적으로 사용된다면 부정적 의미의 제2의 삭센다로 전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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