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산업진흥원, 연구중심병원 법인화 필요성 제기
연구역량 제고 위한 연구인력 강화 통한 연구환경 조성 필요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연구중심병원 제도가 지난 2013년 처음 도입된 이후 10년간 총연구비 및 연구인력, 기술사업화 등 괄목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혁신병원으로 진화하기 위해 연구중심병원의 법인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연구중심병원 발전을 위한 정책과제, 연구중심병원을 넘어 혁신병원으로 이행'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진흥원은 연구중심병원이 지적재산권 소유가 어렵고, 연구비 수주에 따른 간접 수입의 확보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어느 정도 수준의 연구를 수행하고 성과를 내고 있는지 등에 대한 근거자료 수집도 봉쇄돼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이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진흥원은 연구중심병원의 법인화를 제안했다.

이를 위해 지적재산권 소유가 가능한 혁신지원체계를 강화해야 하며, 연구인력 강화를 통한 연구역량이 제고되기 위해 연구수익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연구중심병원의 역할 변화 유인을 위해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 지위가 유지돼야 한다고 진흥원은 제안했다.

10개의 연구중심병원은 설립 형태에 따라 혁신지원체계 구축 방식이 다양하고, 제도적으로 상충하는 부분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연구중심병원의 전담 혁신지원조직 구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구중심병원 직접적인 인센티브 등 재정지원 필요

연구중심병원이 국가연구개발과제 수행을 통해 논문 및 특허성과가 상대적으로 우수하지만, 기술이전 성과가 미흡하고, 병원 소속 창업자들이 진료 및 기술개발 이외 경영과 자금조달 등 감당해야 할 역할이 과도해 혁신지원조직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진흥원은 또 임상의 중심의 연구인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병원 내 연구인력 대상을 확대해 임상의와 박사급 의과학자가 공존하는 연구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직접적인 인센티브가 없어 당초 목적인 연구중심병원 육성과 혁신병원으로 이행이 어렵다는 것이 진흥원의 판단이다.

국내 대학 역할 변화를 유인하는 대학재정지원 사업과 같이 연구중심병원의 역할 변화를 위해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흥원은 연구성과의 활용도 제고를 위해 연구중심병원의 혁신 활동이 보장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과 연구중심병원 사업과 의료 질 평가지원금 제도의 연계성 강화를 들었다.

의료 질 평가지원금 연계 강화는 연구중심병원의 연구역량 강화로 개발될 기술·제품·서비스가 결국 환자의 의료서비스 질 제고에 기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5년부터 도입된 의료 질 평가지원 제도는 도입 당시 연구개발 항목에 대한 평가 비중을 무려 10%까지 설정해 지원금을 배분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연구개발 항목에 대한 평가 비중이 6%로 줄어든 상황으로, 연구중심병원의 혁신병원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다시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진흥원은 "바이오헬스 기술 발전과 산업 성장 속에서 병원 역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며 "병원 역할의 진화단계를 진료중심에서 연구중심으로, 그리고 혁신병원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성과를 창업과 기술사업화 등의 혁신 활동에 활발하게 활용하는 혁신병원에 도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규제보다 자율성 강화와 기술사업화 위한 행정 전문직원 확대

한편,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된 10개 연구중심병원 관계자들은 연구중심병원이 발전하려면 정부가 새로운 규제와 틀을 만들지 않고 연구중심병원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자율성과 연구인력, 및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수도권 A 연구중심병원 병원장은 "정부와 진흥원이 연구중심병원에 대한 법인화 의견을 제시하고 있지만, 사립대학교 병원들은 학교법인 및 특수법인 산하로 되어 있어 또 다른 법인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며 "이미 연구중심병원 중에는 의료지주회사를 설립해 자회사 형식으로 기술을 보유하거나, 창업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A 병원장은 "대학병원 모두 연구중심으로 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대학병원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산발적 연구과제가 아닌 자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임상의가 진료와 연구를 동시에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연구인력을 더 확충할 수 있는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지역 B 연구중심병원 관계자는 "연구중심병원에서 개발된 신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병원 주체로서 법인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본다"며 "연구인력 확대도 중요하지만 기술사업화를 위한 전문지식을 가진 행정 지원인력 확보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B 관계자는 "병원 소속 임상 교수나 연구교수가 연구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기술사업화를 위한 연구비 확보와 사업화에 필요한 제반사항을 모두 관여하기는 힘들다"며 "특히 임상진료과 교수가 진료가 아닌 연구에 참여하려면 진료와 연구에 투입되는 시간적 배분을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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