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잔존질환, ALL 재발·치료 예후에 영향...블린사이토 '유일' 옵션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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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급성림프모구백혈병(ALL) 치료에서 완전관해(CR)보다 미세잔존질환(MRD)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ALL에서 CR은 골수검사를 통해 백혈병 세포가 5% 미만으로 확인, 정상 조혈 기능이회복되는 경우를 말한다.

사실 CR은 완치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정상 조혈 기능이 회복돼도 현미경 상으로 관찰되지 않는 백혈병 세포가 몸 속에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미경 상으로는 골수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됐지만, 실제 몸 속에 치료되지 않은 백혈병 세포가 남아있는 걸 MRD라고 일컫는다.

MRD는 ALL 재발의 주요한 위험인자이자, 환자 치료 예후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에 대한 치료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MRD 양성, 재발 위험성↑

조혈모세포이식 결정 주요 인자 대두

골수 검사는 백혈병 세포 5% 미만을 기준으로 CR 여부를 판단한다. 이와 달리 MRD 검사는 이보다 엄격한 0.01% 미만이 기준이다.

연구에 따르면 성인 ALL 환자의 30~50%는 CR에 도달했더라도 MRD 양성으로 나타난다.

CR에 이르더라도 MRD 양성이면 재발 위험이 높기에 지속적이고 적절한 치료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다. 실제로 MRD 양성 환자의 56~100%가 5년 이내에 재발을 경험한다.

특히 MRD 음성 환자는 10년 무사건생존율(EFS)이 64%인 반면, 양성 환자는 21%에 불과하다. MRD 음성 환자가 양성 환자에 비해 3배가량 높은 것이다.

사망 발생 위험 역시 MRD 음성 환자가 양성 환자 대비 72% 낮았다(HR 0.28; 95% BCI 0.20-0.39).

이 때문에 유럽종양학회(ESMO),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등 해외 가이드라인에서도 MRD 치료 중요성을 강조한다.

ESMO 가이드라인에서는 MRD 양성 환자를 고위험군으로 분류, 조혈모세포이식 전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치료할 것을 권고한다.

NCCN 가이드라인에서도 MRD 양성은 재발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음성에 도달한 후 조혈모세포이식을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근 조혈모세포이식 전 MRD 음성에 도달한 환자는 양성 환자보다 조혈모세포이식 후 질병 재발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MRD 여부가 조혈모세포이식을 결정하는 중요 인자로 대두되고 있다.

 

MRD 치료, 국내 유일 옵션 '블린사이토'

MRD 치료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ESMO와 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치료 옵션으로 블린사이토(성분명 블리나투모맙)를 언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상 MRD 양성 ALL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제다.

블린사이토는 혈액학적 관해 상태에서 MRD 양성인 18세 이상 전구 B세포 ALL 환자를 대상으로 한 BLAST 연구에서 그 효과를 입증했다.

연구 결과, 블린사이토 투여 1주기에 완전한 MRD 치료 반응 도달률은 78%에 달했다. 또 완전한 MRD 치료 반응에 도달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무재발생존기간(RFS)과 전체생존기간(OS)이 길었다.

랜드마크 분석에서도 완전한 MRD 치료 반응을 보인 환자군의 RFS는 23.6개월, OS는 38.9개월이었던 반면, 그렇지 않은 환자군은 각각 5.7개월, 12.5개월에 그쳤다.

블린사이토의 효과는 장기추적관찰 연구에서도 증명됐다.

59.8개월 추적관찰 결과, MRD 치료 반응을 보이지 않은 환자군의 OS 중앙값은 14.4개월이었던 반면, 완전한 MRD 치료 반응을 보인 환자군은 OS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았다.

부산대병원 김도영 교수(혈액종양내과)는 "CR에 도달했더라도 MRD 양성이라면 재발 및 사망 발생 위험이 높을 수 있다"며 "MRD 양성 환자라면 조혈모세포이식 전후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관해 유지는 조혈모세포이식 성공률도 개선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BLAST 연구에서 67% 환자는 블린사이토를 통해 지속적인 관해 상태를 유지하며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았다. 이 중 40.5%는 약 5년의 추적관찰 종료 시점까지 관해를 유지했다.

블린사이토로 완전한 MRD 치료 반응에 도달할 경우, 조혈모세포이식 성공률을 높여 생존기간 연장 가능성 개선에 이어 완치 가능성까지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김 교수는 "ALL에서도 CR을 넘어 MRD 음성에 도달하는 것으로 치료 목표가 변하고 있다"며 "블린사이토를 통해 MRD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성공적인 조혈모세포이식과 장기생존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더 많은 환자가 MRD 치료를 통해 높은 수준의 치료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면 재발률, 생존율 등 ALL 환자의 치료 예후가 한층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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