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대어린이병원 최정윤 교수(소아청소년과)

서울대어린이병원 최정윤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소아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의 치료 성공은 미세잔존질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어린이병원 최정윤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소아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의 치료 성공은 미세잔존질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소아암은 혈액암 발생 비율이 고형암보다 높다. 혈액암 중에서도 특히 백혈병은 전체 소아암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유병률이 높다. 

이 중 급성림프모구백혈병(ALL)의 한 종류인 전구 B세포 급성림프모구백혈병(BCP-ALL)은 가장 흔한 유형으로, 소아에서 발생하는 ALL 중 82~87%에 달한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그간 항암화학요법, 지지요법 등이 사용됐지만, 1차 치료 후 관해에 도달한 환자의 절반 이상은 재발을 경험한다. 

관해 상태를 유지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게 미세잔존질환(MRD)이다. MRD는 ALL의 강력한 재발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어 모니터링과 관리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본지와 만난 서울대어린이병원 최정윤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소아 ALL 환자가 관해를 유지, 조혈모세포이식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MRD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BCP-ALL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1950~1960년대 당시 소아 ALL은 치료가 불가능했지만, 치료 영역이 발전하면서 최근에는 표준위험군에 속하는 소아 ALL 환자의 90%는 완치된다. 과거와 달리 소아 ALL은 치료가 가능하고 장기 생존이 가능한 병으로 변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0%는 재발하거나 첫 치료에 불응하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최근에는 재발·불응성 환자의 치료 성적 향상을 위한 치료제 개발과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블린사이토(성분명 블리나투모맙)란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 

블린사이토는 체내 T세포와 악성 세포를 연결, 정상 T세포가 암세포만을 특정해 공격하는 특징이 있다. 블린사이토는 거의 모든 BCP-ALL 환자에 사용이 가능하다.

- 소아 ALL 치료에서 중점을 두거나 고려하는 부분이 있다면. 

소아 ALL과 성인 ALL은 상당히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재발하거나 치료에 불응하는 소아 ALL 일부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성인에 비해 치료가 훨씬 잘 된다.

소아 치료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환자가 완치 후에도 60~70년 이상 장기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탁월한 효과에 적은 부작용이 확인된 치료제를 선택, 완치 이후에도 발생할 수 있는 후기 합병증을 줄여 건강하게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 MRD는 백혈병에서 치료 예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체내 존재하는 백혈병 세포 중 99% 이상 사라진 상태인 관해라는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MRD 측정은 치료 반응 평가 시 중요한 지표(marker)가 된다.

환자의 관해 여부 판단은 골수 검사다. 골수 안에 세포형태학적으로 5% 미만 백혈병 세포가 남아있다면 관해로 판단한다.

반면 MRD는 세포형태학적 관해보다 더 낮은 기준으로, 검사자가 세포형태학적으로 알아내지 못하는 미세한 질병 수준을 의미한다.

실제로 COG(Children's Oncology Group)는 조혈모세포이식을 필요로 하는 ALL 환자에게 이식 전 MRD 측정 시 양성 환자는 이식 후에도 50% 수준의 재발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반면 이식 전 MRD 음성은 환자 재발률이 0%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나타났다.

환자의 위험요인을 전부 보정하더라도 MRD 여부가 치료 예후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ALL 환자 치료 시 꼭 MRD를 측정하고 있다.

- 진료 현장에서 MRD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나.

ALL 치료 원칙 중 하나는 치료 반응을 보고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MRD를 지속적으로 측정한다.

결과에 따라 관해 유도 이후 MRD 양성 환자에게는 강도를 높이는 등 MRD 음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MRD 측정을 위한 검사법도 발전하고 있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등 섬세하고 정확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MRD 관리법이나 수단적 측면에서 더 발전해 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 현장에서 블린사이토 사용 경험은 있나. 모든 약은 부작용이 있다. 

블린사이토는 처음에는 재발·불응성 ALL에만 사용 가능토록 허가됐지만 최근에는 MRD 양성 환자에도 사용이 가능해졌다.

다만, 아쉽게도 MRD 양성 환자에서 사용할 때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MRD 양성 소아 ALL 환자에서 사용경험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긴 하다.

조혈모세포이식이 필요한 초위험군 환자가 관해유도요법을 통해 관해에 도달했으나 여러 차례 공고 요법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MRD 양성으로 진단됐다. 

항암화학요법 공고 요법 후 28일간 블린사이토 1주기를 사용했고, 이후 MRD 음성을 달성했다. 

기존 치료만으로는 MRD 음성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블린사이토 투약 후 MRD 음성 달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RCT 연구 결과에서가 아닌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확인한 사례였다. 

이 환자는 블린사이토 1주기 후 MRD 음성을 확인한 후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았다. 현재는 조혈모세포이식을 받고 1년 넘게 MRD 음성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부작용은 약제마다 다르고, 종류도 상당히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항암화학요법에 쓰이는 치료제는 골수 억제를 동반한다. 골수 억제를 동반하면서 생기는 감염의 위험성도 있을 수 있다. 고용량 항암제를 사용했을 경우에는 간, 신장, 심장 등 장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블린사이토 등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만을 표적해서 공격하기 때문에 전통적 항암화학요법이 갖고 있는 부작용은 적다. 부작용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다.

- ALL 치료 환경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나.

ALL의 치료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치료 원칙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즉 재발 위험이 낮을 거라고 예상되는 환자에게는 독성을 낮추는 치료를, 재발 위험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조금 더 효과적인 치료를 적용하는데 변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재발 위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MRD를 더욱 정확하게 측정하는 게 필수인 만큼 MRD 관리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다.

- 마지막으로 환자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다면.

ALL의 치료는 많이 발전했다. 의료진도 소아 ALL을 완치가 가능한 질환으로 보고 있고, 실제로 완치되는 경우도 많다. 

치료받는 과정에서 재발하거나 치료에 불응해도 앞으로도 새로운 치료법과 치료제가 계속해서 개발된다는 사실과 의료진들이 최선을 다해 치료에 전념한다는 사실을 믿고 희망을 잃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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