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구본권 교수, ACC 연례학술대회 LBCT에서 결과 발표
구본권 교수 "중등도 협착 있다면 FFR 접근…시술 복잡하다면 IVUS 진행"

▲서울대병원 구본권 교수(순환기내과). ⓒ메디칼업저버
▲서울대병원 구본권 교수(순환기내과). ⓒ메디칼업저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 시행 시 심근허혈을 유발하는 대상병변의 감별이 필요하면 분획혈류예비력(FFR) 또는 혈관내초음파(IVUS)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중등도 관상동맥협착 정도에 대한 기능적 평가기준(gold standard)은 FFR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FFR에 따른 PCI 치료(FFR 유도 PCI)가 표준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ISCHEMIA, FAME-3, FLOWER-MI 등 연구 결과들에 따라 FFR을 이용한 관상동맥협착에 대한 생리학적 평가는 기능적 평가기준으로서 입지가 흔들리는 혼돈의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은 서울대병원 구본권 교수(순환기내과) 연구팀의 FLAVOUR 연구 결과로 잠재워진 듯하다.

중등도 관상동맥협착 환자 대상의 FLAVOUR 연구 결과, FFR 유도 PCI를 진행한 군(FFR군)의 24개월째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심근경색, 혈관재생술 등 발생률은 IVUS를 이용한 PCI 치료(IVUS 유도 PCI)를 시행한 군(IVUS군)과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IVUS 대비 FFR의 비열등성을 입증한 이 연구 결과는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의 'Late-Breaking Clinical Trials(LBCT)' 세션에서 베일을 벗었다.

FLAVOUR 연구를 진행한 구 교수를 만나 연구가 갖는 의미에 대해 물었다.

- FFR과 IVUS는 어떤 차이가 있나?

FFR은 혈류가 협착을 지날 때 혈류 저하를 측정함으로써 협착 정도를 확인하고, 협착이 심근허혈을 유발하는지 평가하는 생리학적 검사다. IVUS는 초음파를 이용해 혈액이 흐르는 혈관 직경이 얼마나 줄었는지 혈관 단면을 확인하는 형태학적 검사다. 두 가지 모두 임상에서 흔하게 활용하지만 완전히 다른 측면을 평가한다.

- FLAVOUR 연구를 진행하게 된 배경은?

가이드라인에서는 관상동맥조영술 후 추가 검사가 필요하면 FFR로 치료를 결정하도록 권고한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FFR뿐 아니라 IVUS 등 영상검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  

두 가지 모두 환자 예후 결정 요인들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어떤 검사가 더 예후를 개선할 수 있는지 비교하는 연구가 필요했다. FFR 또는 IVUS 유도 PCI 간 예후를 직접 비교한 다국가 다기관 대규모 무작위 연구는 FLAVOUR 연구가 처음이다.

- IVUS 대비 FFR의 비열등성을 평가한 이유는?

비열등성을 평가한 이유는 연구 진행 과정에서 IVUS가 혈관조영술(angiography)과 비교해 환자 예후를 더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우월성을 평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스텐트가 임상에 도입돼 환자 예후가 좋아졌고 스텐트 이식 시 IVUS를 시행하면 예후가 더 향상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기 발전과 최신 연구 결과들을 고려하면 이론적으로 IVUS가 FFR보다 더 좋을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우월성에서 비열등성을 확인하는 연구로 디자인을 변경했다.

- 2년 추적관찰 결과, IVUS군과 비교해 FFR군의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결과가 갖는 의미는?

서울대병원 구본권 교수(순환기내과). ⓒ메디칼업저버
▲서울대병원 구본권 교수(순환기내과). ⓒ메디칼업저버

이론상 IVUS군의 예후가 FFR군보다 좋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비열등했다. 이와 함께 주목해야 할 결과가 FFR군이 IVUS군보다 PCI를 적게 시행했지만 삶의 질은 더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다. FFR군의 예후가 IVUS군 대비 비열등하고 PCI를 적게 진행한다면 중등도 관상동맥협착 환자에게 FFR 유도 PCI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FFR 또는 IVUS 결과에 따라 약물치료를 진행한 환자군의 예후도 비슷했다. 이는 FFR 후 약물치료를 받은 환자에게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기우임을 시사한다. 

또 PCI를 받은 환자군에서 비교하면 IVUS군이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으나 FFR군보다 조금 더 예후가 좋은 경향을 보였다. 이는 PCI를 진행할 때 IVUS 유도 하에 스텐트 시술을 하면 환자 예후가 더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결과를 종합하면 중등도 관상동맥협착 환자에게 FFR 또는 IVUS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FFR을 진행하는 것이 좋지만, 시술이 복잡하고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면 IVUS 유도 하에 PCI를 진행하는 것이 환자 예후를 더 개선할 수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 이번 연구에 따라 임상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현상학적으로는 큰 변화는 없다. 이번 연구는 새로운 데이터들이 쏟아지고 여러 가지 추측 또는 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을 무작위 연구로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최근 중재술 분야에서 발표된 좋지 않은 연구 결과들로 인해 당연한 정설(dogma)로 여겨졌던 생리학적 평가의 입지가 흔들렸고 생리학적 지표가 나쁘다는 인식도 존재하는 등 혼돈의 시기를 겪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여전히 생리학적 검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학술대회에서 국외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한 궁금증이 컸고 예상했던 대로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FLAVOUR 연구는 FFR에 대한 의료진과 환자들의 심리를 안정시킨다고 할 수 있다. 

- 후속 연구 계획은?

두 가지 검사를 통한 시술의 경제성을 사회·보건학적 측면에서 평가하는 비용 효과 분석을 계획하고 있다. 

또 어떻게 하면 불필요한 시술 없이 환자가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후속 연구도 진행하고자 한다. 이번 연구는 FLAVOUR 1으로, 앞으로 중국 공동 연구팀과 FLAVOUR 2, 3 연구도 기획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FFR 진행 시 압력철선(pressure wire)이라는 비싼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데, 요즘은 압력철선 없이 FFR을 평가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영상 및 생리학적 검사에서 새로운 기법의 포지셔닝이 필요하기에 이를 확인하는 FLAVOUR 2, 3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