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진출 매출 상위 글로벌 제약사, 배당금 늘리고 원가율 높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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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 대다수가 지난해 매출이 상승했지만, 수익성은 챙기지 못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부진한 수익성은 높은 원가율에서 기인한다.

모든 의약품을 본사로부터 수입하는 다국적 제약사 특성상 원가를 높임으로써 한국법인의 이익을 축소하고 본사의 이익을 높인 셈이다. 이 때문에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다국적 제약사의 본사 배불리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한국에서 매출 상위권을 차지한 다국적 제약사들은 지난해 기부금 지출은 줄인 반면, 본사 배당금은 이전과 유사하게 유지했다.

특히 매출 원가율은 최소 60% 이상으로 유지하며 본사 이익에 일조하고 있었다.

 

글로벌 제약사 매출↑...수익성↓

지난해 국내 진출 글로벌 제약사들은 코로나19(COVID-19) 위기에서도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본지가 13곳의 글로벌 제약사의 국내 매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한국로슈, GSK,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을 제외한 10곳의 글로벌 제약사가 전년 대비 매출이 늘었다.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한 곳은 한국화이자로, 작년 한국에서만 1조 69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2020년 3919억원 대비 332.3% 증가한 수치다.

뒤이어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6553억원, 한국노바티스 5442억원, 한국MSD 5419억원, 사노피-아벤티스 5122억원으로 탑 5를 이뤘다.

반면 한국로슈는 3439억원으로, 전년 기록한 4439억원 대비 22.5%의 매출 감소를 보여 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GSK가 3334억원에서 3044억원으로 8.7% 감소했고,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이 3132억원에서 2924억원으로 6.6% 줄었다.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가 한국에서의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악화됐다.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곳은 한국얀센 한 곳에 불과했다. 높은 성장세를 보인 매출과 영업이익과 달리 실질적 수익률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작년 실적을 보면 한국얀센이 10%의 영업이익률로 유일한 두자릿수를 기록했고 비아트리스코리아가 6.1%, 바이엘코리아 5.4%, 사노피-아벤티스 4.7%,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4.3%로 뒤를 이었다.

한국노바티스(0.6%), 한국MSD(1.1%)는 제자리였고, 로슈는 적자가 심화됐다.

 

악회된 수익률, 원인은 매출 원가율?

일각에서는 다국적 제약사의 수익성 악화의 원인은 높은 원가율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매출 원가는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비용 또는 도입 상품 구입 가격을 의미한다. 

기업은 원가를 낮출수록, 즉 매출 원가율을 낮출수록 그만큼의 이익을 더 가져간다. 

한국 시장에서 다국적 제약사는 시장에 판매할 의약품을 국내 생산 없이 전량 본사에서 수입한다. 이들에게 매출 원가율이란, 한국 시장 판매를 위해 본사로부터 수입한 의약품의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본사로부터 수입하는 의약품의 원가를 높게 잡을수록 다국적 제약사 본사의 이익은 늘어나고, 국내 법인은 이익이 적어 법인세 등 부담할 세금이 낮아지는 구조인 것이다.

실제 본지가 국내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의 매출 원가율을 분석한 결과, 13곳 기업 중 4곳을 제외한 9곳의 기업이 전년 대비 매출 원가율이 높아졌다.

가장 큰 상승폭을 보인 제약사는 한국화이자다. 한국화이자는 2020년 74.9%였던 매출 원가율을 2021년 89.9%까지 끌어올렸다.

한국로슈도 이 기간 동안 81.1%에서 90.1%로 9%p 올렸다. 지난해 한국로슈의 원가율은 조사한 글로벌 제약사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뒤이어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가 5.7%(80.1%→85.8%),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5.6%(67.6%→73.2%), 한국아스트라제네카 5.4%(72.6%→78%)로 원가율을 높였다.

이 같은 다국적 제약사의 매출 원가율 끌어 올리기는 한국 법인의 법인세에 영향을 줬다.

실제 국세청은 다국적 제약사들을 상대로 법인세 조사에 나섰고 그 결과, 지난해 한국화이자제약과 한국 MSD가 각각 300억원, 198억원의 법인세 추징을 받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법인의 매출 원가율은 70% 언저리로, 다국적 제약사 본사의 매출 원가율과 큰 차이를 보인다"며 "매출 원가율 끌어 올리기는 본사 이익은 늘리고, 한국 법인의 이익은 감소시켜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다국적 제약사 수익률이 낮은 것"이라고 말했다.

 

순이익 육박하는 배당금 '해외로'

이런 가운데 글로벌 제약사들의 배당금도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제약사 한국법인의 지분은 대부분 글로벌 본사가 갖고 있어 배당금은 전부 해외 본사로 송금된다.

낮은 순이익에도 불구하고 배당금을 높게 책정해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한국노바티스는 2020년과 달리 지난해 배당금으로 349억원을 새롭게 책정했다. 한국노바티스의 지난해 순이익은 472억원인데, 작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벌어들이 수익의 73.9%를 해외에 보낸 셈이다.

게다가 이 기간 한국노바티스의 국내 기부금은 31억원에서 28억원으로 9.7% 줄였다.

한국얀센은 지난해 전년과 같은 190억원을,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도 전년과 같은 180억원을 배당금을 본사에 송금했다.

한국얀센의 배당금은 순이익의 절반에 가까운 49.8%였고,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의 순수익 대비 배당금 비중은 두 배(211.7%)가 넘었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와 바이엘코리아는 각각 150억원을 본사에 송금했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작년 순수익 198억원 전체에 육박하는 돈을 본사에 보냈고, 바이엘코리아는 순수익보다 본사 배당금이 6억원 많았다. 다만, 두 회사는 전년 배당금인 500억원, 200억원보다 낮췄다.

아울러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해 10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출했는데, 이는 순수익 79억원을 상회하는 수치다.

반면, 글로벌 제약사들은 국내 기부금을 줄이는 추세다. 조사한 13곳의 기업 중 절반 이상의 기업은 기부금을 줄였다.

한국MSD는 2020년 2억원을 기부금으로 지출했는데, 지난해에는 200만원으로, 거의 없다시피했다. 

뒤이어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이 92.9% 감소로 가장 컸고, 한국화이자도 7억 7000만원에서 3억 7000만원으로 절반 가량(51.9%) 줄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앞에서는 환자의 이익과 한국에 대한 기여를 이야기하지만, 정작 주요 관심사는 본사 이익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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