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기업 전년比 원가율 2.3% 감소
기부금 줄이고 본사 배당금 높게 책정하는 행태는 지속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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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국내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 중 일본계 제약사의 모습은 달랐다. 매출이 증가하고 수익성은 챙기지 못한 모습은 같았지만, 원가율은 되레 낮아졌다.

모든 의약품을 본사로부터 수입하는 글로벌 제약사 특성상 원가를 높임으로써 본사 이익을 챙기는 행태와는 다른 모습이다.

반면, 한국에서의 기부금은 줄이고 본사 배당금을 높이는 높이는 건 여전했다.

 

일본계 제약사, 수익성 놓쳤다

국내 진출한 일본계 제약사들은 지난해 성장했다.

본지가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10개 일본계 제약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이 2021년 국내에서 올린 매출은 1조 444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기록한 1조 3640억원 대비 5.9% 성장한 수치다.

아스텔라스가 2657억원으로 국내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일본계 제약사에 이름을 올렸다. 뒤이어 다케다 2527억원, 에자이 2219억원, 다이이찌산쿄 2179억원, 오츠카 2066억원으로 20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특히 다케다와 다이이찌산쿄가 각각 17%, 14.4%로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반면, 매출 1위를 기록한 아스텔라스는 전년 대비 8.3% 매출이 감소했다.

일본계 제약기업이 매출은 성장한 반면, 수익성은 잡지 못했다.

아스텔라스, 에자이, 오츠카, 산텐, 미쓰비시다나베, 오노약품공업 등은 2020년 대비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됐다.

10개 기업 중 다케다, 다이이찌산쿄, 코와하코기린 등 3개 기업만 영업이익 증가를 이어나간 것이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률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아스텔라스, 에자이, 오츠카, 산텐 등은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영업이익률도 적자로 전환됐다. 작년 영업이익 적자를 본 기업 중 미쓰비시다나베와 오노약품만 영업이익률이 적자전환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다케다, 다이이찌산쿄, 쿄와기린만이 매출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특히 쿄와기린은 이 기간동안 영업이익은 67.5% 증가했고, 영업이익률도 5.3%에서 8.4%로 늘었다.

 

수익성 악화에도 원가율은 감소

다국적 기업의 경우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높은 원가율이 꼽힌다. 원가율을 낮출수록 본사가 그만큼의 이익을 더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에서 글로벌 제약사는 시장에 판매할 의약품을 국내 생산 없이 전량 본사에서 수입한다. 때문에 수입하는 의약품의 원가를 높게 잡을수록 본사의 이익은 늘어나는 셈이다.

실제 국내 진출 글로벌 제약사의 매출 원가율은 최소 60% 이상을 기록한다.

화이자는 지난해 89.9%의 원가율을 나타내며 가장 높았고, 가장 적은 원가율을 보인 GSK도 57.3%에 달하는 수준이다.(관련기사 : '이익은 본사로'...글로벌 제약사, 배당금·원가율↑)

그러나 일본계 제약사의 모습은 글로벌 제약사의 일반적 모습과 달랐다.

지난해 가장 높은 원가율을 보인 기업은 쿄와기린과 미쓰비시다나베로 각각 71.6%와 71.2%였다. 이는 국내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의 평균 매출 원가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진출 일본계 제약사의 평균적인 원가율은 57.7%에 불과했고, 가장 낮은 원가율을 보인 아스텔라스는 46.6%였다.

게다가 글로벌 제약사는 매년 원가율을 높임으로써 본사 이익을 늘리는 행태를 보여왔는데, 10개 일본계 제약사의 2021년 평균 원가율은 전년(59.1%) 대비 약 2.3% 줄었다.

이 기간 동안 아스텔라스가 60.1%에서 46.6%로 감소 폭이 가장 컸고, 다이이찌산쿄, 쿄와기린, 다케다 등도 원가율을 전년보다 줄였다.

2020년보다 원가율을 12.3% 늘린 에자이의 2021년 원가율은 60.8%에 불과하다.

 

순이익에 넘어서는 본사 배당금 책정?

그러나 본사 배당금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은 여전하다.

글로벌 제약사 한국법인의 지분은 대부분 글로벌 본사가 갖고 있어 배당금 역시 전부 본사로 송금되는데, 낮은 순이익에도 불구하고 배당금은 여전히 높에 책정돼 있다.

본사 배당금을 공개한 6개 기업 모두 한국 법인 순이익에 달하는 액수를 배당금으로 책정했다.

게다가 본사 배당금을 2020년보다 줄인 기업은 쿄와기린과 에자이 밖에 없었다.
다이이찌산쿄는 2021년 본사 배당금을 350억원으로 책정했다. 이 기업의 2020년 본사 배당금은 없었다.

250억원을 책정한 아스텔라스는 전년 230억원보다 20억원을 늘렸고, 오츠카 157억원, 미쓰비시다나베 131억원 순이었다.

주목할 점은 순이익보다 많은 본사 배당금을 책정했다는 점이다. 350억원이라는 높은 배당금이 책정된 다이이찌산쿄의 지난해 순이익은 135억원이다.

아스텔라스는 11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본사 배당금으로 250억원을 송금해야 하며, 미쓰비시다나베도 순이익은 42억원에 불과하지만 본사 배당금은 131억원에 달한다.

반면, 181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한 에자이의 본사 배당금은 없었고, 쿄와기린은 36억원의 순이익 중 20억원을 본사로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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