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G·CAG, 위장관 출혈 및 내시경 전후 항혈전제 관리 가이드라인 발표
VKA·DOAC·P2Y12 억제제·아스피린, 치료 중단·지속 권고안 19가지 제시
DAPT 환자, 내시경시술 전 아스피린 지속…P2Y12 억제제 중단해야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심혈관질환 예방 및 치료를 위해 항응고제, 항혈소판제 등 항혈전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비타민K 길항제(VKA), 직접 작용 경구용 항응고제(DOAC) 등 항응고제와 P2Y12 수용체 억제제, 아스피린 등 항혈소판제는 심방세동, 허혈성 심질환과 같은 심혈관질환 환자 관리를 위해 투약한다. 그러나 이들 치료제는 출혈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임상에서는 항혈전제 치료 후 급성 위장관 출혈이 발생했거나 내시경시술이 예정된 환자는 항혈전제를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환자 관리에 도움을 주기 위해 미국소화기학회(ACG)·캐나다소화기학회(CAG)가 '급성 위장관 출혈 및 내시경 전후 항응고제·항혈소판제 관리 가이드라인'을 개발, 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 3월 17일자 온라인판을 통해 구체적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항응고제 및 항혈소판제 일시 중단 △항응고제 및 항혈소판제 역전제 △시술 전후 헤파린을 이용한 가교요법 △시술 후 항응고제 및 항혈소판제 재시작 등에 대한 지침을 제시했다. 

위장관 출혈 발생해도 아스피린 중단 안돼 

가이드라인에서는 급성 위장관 출혈 발생 시 항혈전제 관리에 대한 10가지 성명(statements)을 담았다. 급성 위장관 출혈 발생 환자란 혈변 또는 토혈 등 명백한 급성 위장관 출혈이 나타나 입원했거나 관찰 중인 환자로 정의한다. 

먼저 급성 위장관 출혈로 입원 또는 관찰 중인 와파린 복용 환자에게는 신선동결혈장(FFP)을 투여하지 않도록 조건부 권고했다. 

이와 달리 프로트롬빈 복합 농축제제(PCC) 투여는 권고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PCC 투여에 따른 효과와 위험을 비교했을 때 권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다.

이에 PCC는 생명을 위협하는 위장관 출혈 발생 환자, INR 치료범위를 상당히 벗어난 환자, 응고장애 또는 혈액성분 희석에 따라 대량 수혈이 적절하지 않은 환자 등에게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와파린 복용 중 급성 위장관 출혈로 입원하거나 관찰 중인 환자에게는 FFR보단 PCC를 투여하도록 제안하면서 VKA를 투약하지 않도록 조건부 권고했다. 

DOAC 중 직접 트롬빈 억제제인 프라닥사(성분명 다비가트란)를 복용한 급성 위장관 출혈 발생 환자에게는 역전제 프락스바인드(이다루시주맙)를 투여하면 안 된다고 주문했다.

프락스바인드 혜택에 대한 근거가 제한적이고 고비용인 점을 감안하면 위장관 출혈이 발생한 프라닥사 복용 환자에게 정기적 프락스바인드 투약을 권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단, 24시간 이내에 프라닥사 복용 환자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위장관 출혈이 발생했다면 선택적으로 프락스바인드를 투여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유사하게 제10혈액응고인자 직접 억제제인 자렐토(리바록사반) 또는 엘리퀴스(아픽사반)를 복용한 급성 위장관 출혈 발생 환자에게도 역전제 안덱사(안덱사네트 알파)를 투여하면 안 된다고 조건부 권고했다. 

프라닥사와 마찬가지로 24시간 이내 자렐토 또는 엘리퀴스를 복용한 환자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위장관 출혈 상황이 나타났다면 안덱사 투여를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급성 위장관 출혈로 관찰 중인 DOAC 복용 환자에게는 PCC 투여를 권장하지 않았다. 또 급성 위장관 출혈로 입원 중이거나 관찰 중인 항혈소판제 복용 환자에게는 혈소판수혈을 시행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심혈관질환 2차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다면 위장관 출혈이 발생했을지라도 치료를 중단하지 않도록 주문했다.

만약 아스피린을 중단했다면 내시경으로 지혈 확인 후 24시간 이내에 신속하게 치료를 재시작하도록 제안했다. 아스피린을 지속한 심근경색 환자의 사망률 감소 경향이 관찰됐고, 내시경으로 지혈 확인 후 아스피린을 즉시 재시작한 궤양 출혈 고위험군의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낮아진 것으로 조사된 연구가 근거다. 

내시경시술 전 DOAC 일시 중단…아스피린은 지속해야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내시경시술이 예정된 환자의 항혈전제 관리에 대해서는 9가지 성명을 제시했다. 이 권고안은 내시경시술을 연기해야 하는 혈전색전증 고위험군은 해당되지 않는다. 

위장관 내시경시술이 예정된 와파린 복용 환자는 1~7일 동안 치료를 일시적으로 중단하지 않고 계속 투약하도록 조건부 권고했다. 발표된 논문들의 한계점과 환자군 및 시술 유형의 이질성, 결과의 부정확성 등을 고려하면 와파린 중단군 대비 지속군의 내시경시술에 따른 출혈 위험을 추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내시경시술 전후 기간에 와파린을 중단한 환자에게는 항응고제 가교요법을 권고하지 않았다. 와파린 등 VKA를 중단하는 동안 시술 전후 헤파린 가교요법이 혈전색전증 위험을 낮춘다는 근거가 부족하고, 시술 후 출혈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된다는 이유다.

단 △기계적 판막 이식 환자 △CHADS2 점수 5점 초과 심방세동 환자 △VKA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동안 혈전색전증이 있었던 환자 △심장판막 치환술, 경동맥 내막절제술, 주요 혈관수술과 같은 특정 수술을 받은 환자 등에게는 시술 전후 가교요법이 적합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에 혈전색전증 고위험군은 심장내과 전문의 및 혈액내과 전문의와 상담을 진행할 것을 권장했다.

내시경시술이 예정된 DOAC 복용 환자는 DOAC을 계속 투약하기보단 잠시 중단하도록 조건부 권고했다. 양호한 예후와 연관된 내시경시술 전 DOAC 일시 중단 기간은 시술 당일을 제외한 1~2일로 제시했다. 

심혈관질환 2차 예방을 위해 DAPT를 진행하는 환자는 내시경시술 전 아스피린을 지속하지만 P2Y12 억제제는 중단하도록 주문했다.

그러나 내시경시술이 예정됐고 P2Y12 억제제만 투약하는 환자는 단독요법을 일시 중단하도록 권고 또는 반대할지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P2Y12 억제제 중단이 환자의 출혈 위험을 감소시키지만, 내시경시술이 예정된 P2Y12 억제제 중단군의 출혈 위험이 지속군 대비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결과는 생물학적으로 타당하지 않으며 신뢰구간이 크기 때문에 근거 수준이 낮아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명확한 권고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어 심혈관질환 2차예방을 위해 아스피린 단독요법을 진행하는 환자는 계획된 내시경시술 전 아스피린을 중단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단, 와파린 또는 DOAC, P2Y12 억제제 등을 중단한 내시경시술을 받은 환자가 시술 당일 또는 시술 후 1~7일에 항혈전제를 재시작할지는 근거 불충분을 이유로 권고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가이드라인 개발을 이끈 미국 메이오클리닉 Neena Abraham 교수는 "항혈전제로 인해 급성 출혈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출혈 위험에 놓여있거나 내시경시술이 필요한 환자를 관리하기 위해 그동안 출판된 문헌을 근거로 실용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이번 제정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