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연구팀 15년 추적관찰 결과, 당뇨병 위험 높이는 균종 확인
문준성 교수 "고전적 위험요인에 마이크로바이옴 더하면 예측 유용할 것"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우리 몸 안에 사는 미생물(Micro)과 생태계(Biome)를 의미하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을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발생 예측에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많은 질병과 연관됐다는 보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마이크로바이옴의 특정 균종(bacterial species)이 당뇨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향후 당뇨병 위험 예측에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하면서 더 나아가 치료에도 적용해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로바이옴 구성 따라 당뇨병 위험 달라

마이크로바이옴은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바이옴 구성 차이는 인슐린저항성 및 당뇨병 발생과 연관됐다고 보고된다. 

지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 연구와 라이프라인-딥(LifeLines-DEEP) 연구로 구성된 전향적 코호트에 참여한 2166명을 조사한 횡단연구 결과, 짧은사슬 지방산인 부티레이트를 생성하는 12가지 균종이 많을수록 인슐린저항성이 적고 당뇨병 위험이 낮았다(JAMA Netw Open 2021;4(7):e2118811).

영남대병원 문준성 교수(내분비대사내과, 대한당뇨병학회 총무이사)는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에 따라 혈당 등 대사지표가 달라지는지 조사한 연구들이 진행돼 왔다. 동물연구에서는 인위적으로 장내 미생물총을 변화시키면 혈당이 감소하고 비만도가 개선되는 등 좋은 효과를 보였다"며 "이에 따라 마이크로바이옴과 당뇨병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로스트리디움 시트로니아에 등 균종 확인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Diabetes Care 1월 31일자 온라인판에는 FINRISK 2002 코호트를 바탕으로 마이크로바이옴과 당뇨병 발생의 연관성을 15년 추적관찰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 

결과에 의하면, 특정 균종이 당뇨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기존 연구들은 횡단적으로 진행된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전향적으로 장기간 이뤄졌다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2002년 대변샘플을 채취한 핀란드인 5572명을 대상으로 2017년까지 당뇨병 발생을 추적관찰했다.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메트포르민 등 항당뇨병제 치료를 받고 있거나 등록 당시 당뇨병이 있었던 사람은 제외했다.

대변샘플 채취 당시 평균 나이는 48.7세였고 54.1%가 여성이었다. 연구는 핀란드 동부 하위군에서 초기 데이터를 확인한 후 핀란드 서부 하위군에서 결과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5.8년(중앙값) 추적관찰 동안 432명(7.8%)이 당뇨병을 진단받았다. 분석 결과, 네 가지 종과 두 가지 군집(cluster)이 당뇨병 발생과 유의하게 연관된 것으로 확인됐다. 

네 가지 종의 당뇨병 위험은 △클로스트리디움 시트로니아에(Clostridium citroniae) 1.21배(unadjusted P=0.02) △클로스트리디움 볼티에(C. bolteae) 1.20배(P=0.01) △티제렐라 넥실리스(Tyzzerella nexilis) 1.17배(P=0.03) △루미노코커스 그나부스(Ruminococcus gnavus) 1.17배(P=0.04) 등 유의하게 높았다. 

확인된 종들은 식이 질 및 지방간질환 등 대사질환과 연관됐다고 조사된 바 있다.

대표적으로 클로스트리디움 시트로니아에는 붉은 고기를 섭취하면 증가하는 TMAO(트리메틸아민-N-산화물, trimethylamine N-oxide)와 연관됐다. TMAO는 지방조직염증과 간 인슐린 신호전달 장애와 관련 있으며 인슐린저항성을 높이고 고혈당, 당뇨병 위험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진 물질이다.

당뇨병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 두 가지 군집은 군집 1, 5로 대부분 동일한 종으로 구성됐으며 당뇨병 위험은 모두 1.18배 의미 있게 높았다. 

군집1은 클로스트리디움 시트로니아에, 클로스트리디움 볼티에, 루미노코커스 그나부스와 핀란드 서부 하위군에서 당뇨병과 관련 없는 것으로 조사된 에거텔라 렌타(Eggerthella lenta)로 구성됐다.

군집5는 티제렐라 넥실리스와 핀란드 서부 하위군에서 당뇨병과 연관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클로스트리디움 심비오섬(C. symbiosum), 클로스트리디움 글리시리지니리티컴(C. glycyrrhizinilyticum)으로 그룹화됐다.

핀란드 투르크대학병원 Matti O. Ruuskanen 교수는 논문을 통해 "이번 연구는 기존에 진행된 당뇨병 발생과 마이크롬바이옴의 연관성을 평가한 횡단연구 근거를 확장한다. 식습관과 대사질환, 마이크로바이옴에 의해 조절되는 당뇨병이 관련됐음을 뒷받침하는 연구"라며 "당뇨병 예측력을 개선하고 새로운 치료타깃을 밝히는 데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로바이옴, 당뇨병 관리에 어떻게 활용될까

당뇨병 위험 예측에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할 수 있다는 근거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현재로서 연구 결과를 임상에 당장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여러 인종과 지역에서도 같은 결과가 반복해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하며 전통적 당뇨병 위험요인 대비 예측력도 비교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뇨병을 예방하고 효과적인 치료전략을 개발하기 위한 목표에 다가서는 데 마이크로바이옴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 교수는 "마이크로바이옴이 고전적 당뇨병 위험요인과 비교해 당뇨병을 예측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며 "전통적 위험요인에 당뇨병 위험과 관련된 특정 균종을 추가한다면 당뇨병 위험을 더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바이옴을 변화시켜 당뇨병을 관리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고도비만인 대사증후군 환자 대상의 위약 대조 임상2상에서 저발효 섬유소 보충제(low fermentable fiber supplement)를 포함해 건강한 기증자의 대변을 담은 캡슐을 복용하면 6주째 인슐린민감성이 개선됐다. 이는 비침습적 대변이식이 침습적 방법을 대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Nat Med 2021;27(7):1272~1279).

문 교수는 "향후 침습적 대변이식으로 당뇨병을 관리하는 개념보다는 프로바이오틱스 등 약제 형태를 먹어 유익한 균주를 체내에 이식해 특정 균종을 우세하게 만드는 것이 당뇨병 예방 및 치료에 현실적으로 유용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특정 균주를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한 기술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