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 과잉입법과 심사기준 마련 입법 타당성 부족 지적
의료계, 의료기관 진료 기록 제출 행정부담 증가로 반대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된 가운데, 의료계와 병원계가 벼룩잡다 초가삼간 태우는 과잉입법·입법 타당성 부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어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지난 1월 보험사기 수사를 위한 보험범죄 정부합동대책반 설치 및 운영을 골자로 한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윤 의원이 발의한 보험범죄 방지 특별법 개정안에 따르면, 보험사기 수사를 위한 보험범죄 정부합동대책반을 설치, 운영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보험사기행위 조사를 위해 관계 행정기관, 보험회사 등에게 필요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신설했다.

입원적정성 심사기준 마련 및 심사의뢰 대상 기관을 확대하고, 보험업 및 의료기관 종사자의 보험사기죄 가중처벌을 신설했다.

보험회사가 개설기준 위반 의료기관(사무장병원)으로 밝혀진 기관에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 해당 보험금 반환 청구권이 신설됐으며, 가입자의 보험사기 유죄확정 판결 시 보험금 반환 및 계약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조사 관련 재원확보를 위한 보험사기 방지 기금을  설치, 운영할 수 있는 근거도 신설했다.

이 같은 개정안 발의에 대해 병원계는 보험사기 수사만을 위한 정부합동대책반 신설은 입법례가 없는 과잉입법이며, 금융당국의 자료제공 요청 권한 신설은 과도한 위임이라고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수사권 남용과 무리한 수사로 선의의 피해 양산 우려

대한병원협회는 최근 국회에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병원계 관계자는 "보험사기 수사만을 위한 정부합동대책반 설치는 입법례를 찾기 힘든 과잉입법"이라며 "수사권 남용과 무리한 수사에 의한 선의의 피해자 양산으로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금감원, 건보공단, 손해보험협회 등이 참여해 구성한 공민영보험 공동조사 협의회와 같은 자율적 활동을 통해 충분한 입법 취지가 실혈될 것"이라며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개정은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병원계는 보험사기 조사관련 금융당국의 자료제공 요청 조항 신설에 대해 자료 활용 및 범위 등을 금융당국에 과도하게 위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의료법 및 국민건강보험법 등은 자료제공 요청을 위해 대상, 활용업무,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 법률안은 요청 대상, 내용이 모호하고 모두 하위법령으로 위임하는 문제가 발생돼 향후 하위법령에서 무분별한 자료요청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계 관계자는 "수사를 위한 의료정보 수집은 정상적인 범위내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결정돼야 할 사안"이라며 "개정 법률안은 민감정보의 무분별한 수집이 우려되며, 수사기관이 아닌 금융당국에 과도한 자료제공의 요청 권한 부여는 타당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병원계는 개정 법률안 중 입원적정성 심사 및 평가에 대해서도 입법 타당성과 필요성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입원은 환자를 직접 진료한 주치의의 전문의학적 판단에 따라 결정돼 존중돼야 하는 사항으로서 개별 환자의 의학적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해야 한다.

즉, 보험사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적정 입원일수 등에 대한 일률적 기준 마련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전문적 영역의 진료권 침해와 의료행위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일률적 기준 마련이 아닌 환자의 다양한 임상적 소견에 따른 개별심사와 판단이 필요한 영역으로 입법의 필요성이 낮다는 것이 병원계의 주장이다.

개별 의료기관 심사의뢰 확대 결과 중립성과 공정성 훼손 우려

특히 병원계는 대학병원과 단체, 의료인 등 민간으로 심사의뢰 확대는 결과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심평원의 입원 적정성 심사는 의료계와 전문학회에서 추천한 다수의 전문가가 심의하는 구조로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개정 법률안은 수사기관에서 특정 병원 및 의료인을 지정해 심사의뢰 할 수 있도록 해 제한된 의견만 반영될 수 있고, 수사기관의 의도와 선입견이 결과에 반영될 우려가 높아 공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계 관계자는 "전문기관 및 공공기관 이외 특정 의료기관 및 단체, 의료인에 심사의뢰할 경우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심사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심사이 중립성까지 훼손되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병원계는 보험업 및 의료기관 종사자의 보험사기죄를 가중처벌하는 것에 대해서도 형평성 문제와 과잉입법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은 제정 당시 보험사기죄를 신설해 현행 형법상 사기죄보다 가중해 처벌하도록 규정돼 있다.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의 가중처벌 형량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가중처벌 형량이 동일한 수준으로, 이번 개정 법률안이 가지는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병원계는 "오히려,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처벌을 추가로 가중하는 것은 법체계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과잉입법에 따른 기본권 침해소지가 우려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계는 확정 판결된 경우도 면허를 갖춘 의료인이 건강보험법 및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등 법령에 따라 진료, 청구한 것은 인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사무장병원으로 판결 나더라도 환자에게 제공된 의료행위와 그에 따른 발생 비용이 관련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라면 환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결정한 바 있다.

또 정상적 진료에 대한 사법상 채권발생 등으로 의료기관은 진찰권 및 재산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해 선의의 피해자가 유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역시 이번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개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협 박수현 대변인은 자료제공 요청 대상 기관에 의료기관이 포함됐다며, 결국 의료기관으로부터 진료에 관한 기록의 제출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변인은 "의료기관의 진료에 등에 관한 자료는 심사를 위해 심사평가원에 제출하도록돼 있다"며 "개별 의료기관이 자료 제공 요청 대상 기관에 포함된 것은 불필요한 규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보험사기에 대한 효율적 조사라는 취지지만 기존 각종 자료 제출 외 추가로 제출을 의무화하는 것은 의료기관의 행정업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라며 "환자에 대한 정상적인 진료 제공마저 방해할 수 있어 국민의 건강권 침해라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번 개정 법률안은 반대한다"고 의협의 입장을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