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진행성 만성 콩팥병 또는 말기 신질환 동반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에게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제제)가 DPP-4 억제제보다 생존 혜택이 있는 항당뇨병제로 평가됐다.

대만 후향적 코호트 연구 결과, GLP-1 제제 투여 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패혈증 또는 감염에 의한 사망 위험이 DPP-4 억제제 치료와 비교해 유의하게 낮았다. 

대만 창궁의대 Huang-Yu Yang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JAMA Network Open 3월호에 실렸다(JAMA Netw Open 2022;5(3):e221169).

미국당뇨병학회(ADA) 가이드라인에서는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 60mL/min/1.73㎡ 미만이며 심혈관질환 위험이 있는 만성 콩팥병 동반 당뇨병 환자에게 GLP-1 제제 또는 SGLT-2 억제제를 권고한다.

국제신장학회(KDIGO) 가이드라인에서는 메트포르민 또는 SGLT-2 억제제를 투약할 수 없는 환자에게 GLP-1 제제 치료를 진행하도록 제시한다. 즉, GLP-1 제제는 진행성 만성 콩팥병 또는 말기 신질환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는 항당뇨병제다. 

DPP-4 억제제는 신장·심혈관 예후에 중립적 영향을 미치지만 혈당 조절 효과와 안전성 프로파일에 따라 임상에서 진행성 만성 콩팥병 또는 말기 신질환 동반 당뇨병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처방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환자를 대상으로 GLP-1 제제와 DPP-4 억제제를 비교한 리얼월드 연구가 없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GLP-1 제제가 진행성 만성 콩팥병 또는 말기 신질환 동반 당뇨병 환자의 예후를 DPP-4 억제제보다 더 개선하는지 평가하고자 진행됐다.

대만 건강보험청구 데이터베이스에서 5기 만성 콩팥병 또는 말기 신질환 동반 당뇨병 환자 2만 7279명의 데이터가 분석에 포함됐다. 

이 중 DPP-4 억제제를 복용한 군(DPP-4 억제제군)은 2만 6578명으로 남성이 54.34%를 차지했고 평균 나이는 65세였다. GLP-1 제제를 투약한 군(GLP-1 제제군)은 701명으로 남성이 49.35%였으며 평균 나이는 59세였다. 

성향점수 가중치를 보정해 분석한 결과, GLP-1 제제군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DPP-4 억제제군보다 21% 유의하게 낮았다(HR 0.79; 95% CI 0.63~0.98). 패혈증 및 감염 관련 사망 위험도 39% 의미 있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HR 0.61; 95% CI 0.40~0.91).

단,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또는 뇌혈관질환 관련 사망 위험은 치료에 따른 차이가 없었다. 

이어 하위군 분석에서는 뇌혈관질환이 없는 환자보다 앓고 있는 환자가 GLP-1 제제 치료 혜택을 더 얻는 것으로 파악됐다. 

뇌혈관질환 환자 중 GLP-1 제제군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은 DPP-4 억제제군 대비 67% 낮았다(HR 0.33; 95% CI 0.12~0.86). 뇌혈관질환이 없는 환자에서 GLP-1 제제군과 DPP-4 억제제군 간 유의한 생존 혜택 차이는 없었다(HR 0.89; 95% CI 0.71~1.12).

대만 창궁의대 Huang-Yu Yang 교수는 "GLP-1 제제와 DPP-4 억제제를 비교한 무작위 임상연구에서 GLP-1 제제가 당화혈색소, 체중을 더 낮추고 베타세포, 심장기능을 개선하며 알부민 수치를 줄이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번 연구에서 GLP-1 제제군의 예후가 더 좋았던 이유는 GLP-1 제제와 DPP-4 억제제의 다른 임상적 혜택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만성 콩팥병 또는 말기 신질환 동반 당뇨병 환자의 높은 사망률은 심혈관계 사건 또는 감염 관련 사건에 의해 나타나기 때문에 이번 결과가 중요하다"면서 "이들 환자에 대한 GLP-1 제제의 잠재적 혜택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전향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