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메트포르민…환자특성 따라 다른 계열도”
“ASCVD·HF·CKD 병력자 첫치료에 혜택입증 GLP1RA, SGLT-2i”
목표혈당 기준 ▵부작용 ▵이환기간 ▵기대수명 ▵동반질환 ▵혈관합병증
약제선택 기준 ▵효과 ▵ASCVD·HF·CKD ▵저혈당 ▵체중 ▵비용·접근성

임인년(壬寅年) 새해에도 미국당뇨병학회(ADA)의 당뇨병 가이드라인을 둘러싼 논의가 내분비·심장학계의 화두를 장식했다. ADA는 매년 새로운 당뇨병 가이드라인을 발표, 지난 한해 있었던 연구업적의 진보를 임상진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ADA는 매년 새 가이드라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난 한해 있었던 당뇨병 관련 연구의 진보·업적을 되돌아본다. 검토결과는 새 가이드라인의 권고안에 반영되는데, 이렇게 당뇨병 관리전략을 업데이트하는 것이 어느덧 ADA의 연간 리추얼로(ritual) 자리잡았다.

물론 ADA의 당뇨병 예방·진단·치료 권고안이 전세계 학계가 무조건적으로 수용해야할 정도의 절대적인 표준이 될 수는 없다. ADA 당뇨병 가이드라인의 콘텐츠는 주로 서양인 대상의 임상근거를 검토하고 실천한 결과다. 당뇨병의 유병률·유병특성·진료환경 등이 차이를 보이는 아시아 지역에서 이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행태와 다를 바 없다.

그렇다 해도 ADA 가이드라인의 업데이트에 대한 분석·평가를 거쳐 우리나라 당뇨병 예방·진단·치료의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지 못하란 법도 없다. 특히 한국인의 당뇨병이 병태생리 측면에서 전통적 패턴과 서구화의 결과가 혼재돼 있는 과도기 단계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미국의 가이드라인이라고 마냥 도외시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서양인을 대변하는 권고안이라도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이 있다는 우리의 방식으로 소화해 우리의 것으로 재탄생시키면 될 일이다.

환자중심·맞춤형·개별화

매년 업데이트되는 ADA의 가이드라인에서 우리가 ‘온서이지신(溫西而知新, 서양의 것을 익혀 새것으로 삼는다)’해야 할 덕목 중 하나는 바로 ‘환자중심 접근법(patients-centered approach)’이다. 이는 곧 맞춤형(tailored medicine) 또는 개별화(individualization) 치료라는 개념과 혼용된다.

당뇨병을 치료하는데 있어 개별환자의 임상특성을 파악해 각각에 적합한 맞춤형 치료전략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ADA의 당뇨병 가이드라인은 전통적으로 이 환자중심 접근법에 집중해 왔다. 환자의 임상특성을 제1인자로 고려해, 이에 맞는 치료전략을 수립하라는 것이다.

공포의 8중주

당뇨병 치료에 있어 개별화·맞춤형 접근법이 태동한 데에는 당뇨병의 복잡한 병태생리가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제2형당뇨병은 인슐린분비능장애·인슐린저항성·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 등을 비롯해 매우 다양한 발병루트로 인해 광범위한 스펙트럼의 환자에서 다양한 특성이 발현된다.

적어도 8가지 별개의 병태생리학적 결함이 원인으로 작용하는 복잡·미묘한 심혈관·대사장애에 속한다는 설명도 있다. △뇌에서 신경전달물질 기능장애 △췌장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분비장애 △췌장 알파세포에서 글루카곤 분비증가 △간에서 포도당 생성증가 △장에서 인크레틴 효과감소 △지방조직에서 지방분해 증가와 포도당 흡수감소 △근육에서 포도당 흡수감소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 증가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공포의 8중주(ominous octet) 가설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다양한 환자특성

다양한 병태생리로 인해 당뇨병 이환기간, 연령, 성별, 동반질환, 심혈관질환 위험도 등에 따라 임상특성이 다변화돼 있는 것은 물론 치료에 대한 반응과 궁극적인 합병증 예후도 제각각이다.

때문에 ADA는 당뇨병의 다양한 유병특성에 근거해 혈당조절에 있어 ‘one-size-fits-all’ 방식의 획일적인 접근법 대신 혈당강하제의 부작용 위험(특히 저혈당증)과 환자의 연령·건강상태 및 여타 특성을 고려해 위험 대비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개별화 전략이 요구된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 왔다. 목표혈당을 설정하는데 있어서도 이 같은 접근법이 활용된다.

혈당조절 목표치

ADA 가이드라인에서 환자중심·맞춤형·개별화 전략을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혈당조절 목표치’ 섹션이다. ADA는 이 섹션에서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 목표치를 설정할 때는 많은 인자·변수(factors)에 대한 고려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 섹션의 핵심은 “ADA는 많은 환자들에게 적합한 일반적인 목표치(general targets)를 제안하지만, 환자의 특성에 근거한 개별화(individualization)의 중요성도 강조하고자 한다”는 대목에 함축돼 있다.

General Target

목표혈당과 관련해 ADA가 제안한 일반적인 목표치는 당화혈색소(A1C) 7%다. A1C 7%를 기점으로 일반적 성인인구에서 그 미만으로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ADA는 “중증의 저혈당증 위험이 없다면, 비임신 성인에서 A1C 7% 미만조절의 목표치가 적합하다”고 권고했다.

Individualization

하지만 ADA는 A1C 7% 미만조절의 일반적 기준을 모든 당뇨병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도록 강제하지 않는다. 획일적 적용이 아닌 환자의 임상특성에 따라 7%를 기준으로 강·약의 변화가 가능하도록 했다. 그리고 목표치의 개별화를 위해 기준으로 삼아야 할 주요 인자(usually not modifiable)로는 △저혈당증 및 약제 부작용 위험 △당뇨병 이환기간 △기대수명 △동반질환 △혈관합병증을 꼽았다.

ADA는 하나의 그림을 통해 환자의 임상특성을 나타내는 이들 기준에 근거해 목표혈당을 유동적으로 적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 그림을 한 눈에 보면, 부작용·잔여수명·동반질환·이환기간·혈관합병증의 여부 또는 중증도 등에 따라 혈당조절의 강도를 개별화할 수 있다.

혈당강하제 선택

ADA 가이드라인에서 맞춤형 치료를 구체적으로 적용한 또 다른 대목은 바로 ‘약물치료’ 섹션이다. ADA는 2022년 새 가이드라인에서도 약물치료 전략을 안내하는데 알고리듬을 활용하고 있다. 1차에서 2·3차에 이르기까지 혈당강하제를 선택하는 과정을 그림 또는 도표형식으로 도식화해 설명한 것이다.

다소 복잡하기는 하지만, 알고리듬을 따라가다 보면 환자의 필요(임상특성)에 따라 어떤 계열의 약제를 선택할 것이냐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심부전(HF)·만성신장질환(CKD) 등의 병력을 필두로 체중증가와 저혈당증 위험 등 환자의 임상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데 적합한 특성의 혈당강하제를 선택하는 과정이다.

2021년의 메트포르민

주목해야 할 대목은 ADA가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1차치료제의 선택에도 맞춤형 접근법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1차치료제의 선택 또한 환자의 임상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다.

먼저 지난 2021년 가이드라인에서 알고리듬의 최상단에는 “1차치료는 메트포르민과 종합적인 생활요법”이라는 문구가 자리하며 터줏대감 노릇을 하고 있었다. 이는 제2형당뇨병 치료에 있어 생활요법과 병행하는 약물치료 단독요법은 메트포르민만으로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22년의 1차치료

그런데 2022년 알고리듬에서는 이 최상단의 문구에 다소간의 변화가 관찰된다. “(제2형당뇨병의) 1차치료는 동반이환 질환, 환자중심 치료의 인자 등에 근거하며 일반적으로 메트포르민과 생활요법을 포함한다”는 내용이다. 1차치료에 일반적으로 메트포르민이 포함된다면서도 환자의 임상특성에 근거하라는 주문이 더해졌다.

또 달리 해석해 보면, 일반적으로 1차치료에 메트포르민이 낙점을 받지만, 1차치료제 선택에 있어 환자의 임상특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이 문구를 한 번 더 의역해보면, “메트포르민이 대부분 1차치료제이지만, 환자특성에 따라 다른 계열의 혈당강하제를 첫치료에 사용해볼 수도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ASCVD·HF·CKD

이러한 해석을 가능케 하는 권고안이 바로 다음에 등장한다. ADA는 알고리듬과 권고안에서 1차치료와 관련해 “ASCVD·고위험군(high risk for ASCVD), HF, CKD에 해당하는 제2형당뇨병 환자의 경우 메트포르민 치료 또는 비치료 상태에서 GLP-1수용체작용제(GLP-1RA), SGLT-2억제제(SGLT-2i)와 같은 다른 계열의 혈당강하제를 첫치료(initial therapy)에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주문을 내놓았다.

즉, 심혈관질환·심부전·신장질환 병력자이거나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일 경우 당화혈색소(A1C) 기저수치, 개별화된 A1C 목표치, 또는 메트포르민 사용에 관계없이 GLP-1수용체작용제나 SGLT-2억제제를 우선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GLP-1RA & SGLT-2i

이에 따라 올해 가이드라인에서도 ASCVD·HF·CKD 병력이나 ASCVD 고위험군 여부를 먼저 파악해, 이에 해당하는 경우 각각의 동반질환에 대한 혜택이 입증된 SGLT-2억제제와 GLP-1수용체작용제를 선택하도록 했다. 먼저 ASCVD 병력자 또는 고위험군에게 SGLT-2억제제 또는 GLP-1수용체작용제를 우선 선택하고 그래도 목표치 달성에 실패하면 다른 계열의 병용을 고려하라는 것이 알고리듬의 설명이다.

심부전 병력의 제2형당뇨병 환자에게는 심부전 혜택이 입증된 SGLT-2억제제를 우선 고려하도록 안내했다. CKD 동반 당뇨병 환자에게도 SGLT-2억제제와 함께 GLP-1수용체작용제의 우선 선택이 권고됐다.

저혈당증·체중·비용

ADA는 혈당강하제 선택 시 고려해야 할 기준으로 혈관합병증 여부 및 위험도 외에도 저혈당증 위험·체중변화·비용 및 접근성 등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ASCVD·CKD 등의 병력이 없는 상태에서 저혈당증 위험을 최소화시킬 필요가 우선되는 환자에게는 DPP-4억제제, GLP-1수용체작용제, SGLT-2억제제, 티아졸리딘디온계(TZD) 등이 선택으로 권고됐다.

또한 체중증가를 최소화시키거나 체중감소를 유도해야 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체중감소 효과가 우수한 GLP-1수용체작용제 또는 SGLT-2억제제가 선택으로 이름을 올렸다. 비용이 주된 이슈로 작용하는 경우에는 인슐린과 함께 설폰요소제와 티아졸리딘디온계가 주된 선택으로 자리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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