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결과 발표 따른 대외협력 악영향 원인으로 발표 접어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대선후보들의 공약(公約) 실현 가능성을 평가하는 평가기관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처음으로 매니페스토 평가단을 구성해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20대 대통령 선거에 대비해 의사회원을 포함한 유권자들이 각 정당과 대선 후보자별 가치, 철학, 보건의료 분야 정책을 판단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보건의료 매니페스토 평가단을 구성,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의협 상임이사회는 보건의료 매니페스토 평가단 구성 및 운영 안건을 의결했으며, 지난해 12월 평가단 구성을 완료했다.

평가단은 의료계 3인, 학계 3인, 소비자 및 환자단체 2인, 언론 3인 등 각 분야별 전문가 11인이 참여해 각 후보들의 공약을 평가했다.

의정연은 매니페스토 평가단이 평가한 각 후보들의 공약을 펜타그램 방식을 통한 점수화로 평가해 그 결과를 지난달 중순경 발표할 계획이었다.

차기 권력 눈치보나?

실제 의정연은 지난달 15일 보건의료 매니페스토 평가단 각 정단 보건의료 분야 정책 평가결과 발표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15일 오전 명확한 설명없이 발표를 돌연 연기했다.

이에 많은 뒷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 집행부가 의정연의 매니페스토 평가 결과 발표에 따른 대외협력 활동에 부담을 줄 수 있어 무기한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정당 후보들의 공약 점수가 발표될 경우, 정당들의 반발과, 이의제기로 인해 의협의 대외협력 활동에 지장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매니페스토 평가단에서 활동했던 A 위원은 "4개 정당 후보들의 공약을 평가한 결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보건의료 분야 정책들이 가장 구체적이고, 현실 가능한 것으로 평가됐다"며 "그 다음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공약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공약이 가장 성의 없이 제출됐다"며 "공약 실천을 위한 기간, 목표, 공정, 재원 마련 및 우선순위라는 구체적 내용에서 국민의힘 공약이 가장 앞선 것으로 나왔다"고 덧붙였다.

A 위원은 "평가단의 평가 결과가 연기된 것은 의협 집행부 대외협력 파트에서 의정연에 무기한 연기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며 "평가단이 평가한 결과를 외부 요인으로 인해 발표하지 않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의협 관계자는 "매니페스토 평가단의 평가결과에 대해 의정연과 의협 집행부가 심사숙고한 결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며 "평가 결과는 모두 나왔지만 내부적으로 검토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짧게 설명했다.

우봉식 소장은 매니페스토 평가단 구성과 관련해 "이제까지 보건의료 정책 공약에 대해 평가된 적이 없다"며 "최고의 전문가 단체인 의협이 전문가답게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과학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평가단 위원을 공정하게 구성해 보건의료 정책으로서 실현 가능성과 소요재원, 정책 우선순위 등을 평가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평가단의 평가는 자의적이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진행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하지만, 공정하게 이뤄진 평가가 외부 요인으로 인해 발표되지 못하는 것은 의정연과 우봉식 소장의 평소 소신과 달라 향후 의협의 전문가 단체로서의 권위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대선 후보들의 공식적인 약속인 공약에 대해 의협이 약속을 잘 지킬 수 있는지 평가하면서, 정작 전문가 단체인 의협이 공언한 매니페스토 평가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는 것은 의협 스스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 단체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스스로 국민과 의협 회원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의협 집행부가 타인들의 약속 이행을 검증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

의협의 매니페스토 평가 결과에 대한 각 정당들의 반응은 예상 가능한 것이다.

좋은 평가를 받은 후보는 그 결과를 토대로 선거운동에 활용하겠지만,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은 후보는 이의를 제기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의협도 이 같은 결과 발표의 후폭풍을 고려하면서도, 의사 회원 및 국민들이 올바른 정보를 통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의명분을 가지고 이번 매니페스토 운동을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평가 결과에 따라 대외협력 활동 장애 우려 이유로 의사 회원 및 유권자들과 한 의협의 공약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전문가 단체로서 의협의 향후 대회원 공약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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