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분만 내원했지만 간호조무사만 근무, 의사는 추후 도착
1심은 진료체계 미비 및 주의의무 위반으로 신생아 사망 판단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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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24시간 분만'이라는 문구를 기재한 의원이더라도 야간 응급분만에 대비해 항상 의사가 대기할 의무는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분만 후 신생아가 허혈성 저산소뇌병증 등으로 사망한 것에 대해 1심에서는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했지만, 2심에서는 적절한 응급처치와 수술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피고인 A의사는 간판에 '24시 분만'이라는 문구가 기재된 산부인과 의원을 운영했다.

원고 B씨는 해당 의원에서 분만 전까지 정기적으로 산전검사를 받았다. 내원 기간 중 B씨는 전치태반 하위형 진단을 받은 것 이외에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임신 39주가 넘어선 후 B씨는 양수가 터진 것을 확인해 의원에 내원 가능 여부를 문의했고, 간호조무사로부터 내원해도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저녁 7시 50분경 의원에 도착했지만 당시 의원에는 간호조무사만 근무 중이었다. 간호조무사는 내진과 태동검사 등을 실시했다.

간호조무사는 내원 사실을 의사에게 즉시 보고하지 않았고, 제대(탯줄)탈출이 발생한 후 연락을 취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내원한지 약 1시간 후 의사가 의원에 도착한 사실은 인정했다.

의사A는 간호조무사의 연락을 받은 7분 후에 도착했고, 초음파로 태아의 심박수가 낮아진 것을 확인한 후 응급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했다.

망아는 출생 당일 다른 병원으로 전원돼 약 3달간 치료를 받았다. 이후 강직성 사지마비 등으로 서울대병원 소아중환자실에서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원고 측은 "24시 분만이라는 표시로 언제든 응급분만이 가능하리라는 기대를 유도했고, 비정상적 분만과 같은 응급상황에 대처할 인적, 물적 설비를 갖춰야 했었다"며 "그럼에도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간호조무사 1인만을 배치해 응급처치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원에 내원할 것임을 미리 전달받았음에도 간호조무사가 즉시 의사에게 알리지 않았고, A의사 또한 태아의 산소공급과 관련한 조치가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24시간 분만 문구만으로 야간 의료인 배치 주의의무 없다"

1심에서는 A의사 과실을 인정했지만,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이러한 판단을 뒤집었다.

우선 의원에 응급환자 등 진료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둬야 하는지에 대해 의료법에 규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간판에 '24시간 분만'이라는 문구를 기재했지만 반드시 24시간 의료인이 상주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볼 수 없다. 이 문구만으로 산부인과 의사 1명이 근무하는 의원에서 피고가 야간에도 의사 등 의료인을 배치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고가 의원에 도착한 후 분만과정에서 필요한 사전 검사를 받았고, 제대탈출 상태에서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도 갖춰졌다고 봤다.

또한 야간분만 등으로 의사가 불가피하게 직접 임산부를 관찰하지 못할 경우 임상에서는 간호사 등 진료보조 하에 담당 의사가 주기적으로 임산부 상태를 확인하는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제대탈출 등 응급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사정만으로 산부인과 의사 1명이 근무하는 의원이 야간에도 의사가 즉시 진료하고, 항시 대기해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다.

이어 "제대탈출은 전체 임산부 중 1% 미만에서 발생해 사전 예측이 불가능에 가깝고, 내원 문의 당시 원고에게 발생할 가능성을 미리 예측할 특별한 사정도 없었다"며 "제대탈출 후 적절한 산과적 조치인 즉각 분만 시행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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