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컷+리루졸 병용군, 리루졸 단독군 대비 질병 진행 차이 없어
독일 연구팀 "라디컷, 리루졸 단독과 비교해 추가적 혜택 없을 수도"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사의 라디컷(성분명 에다라본).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루게릭병이라 불리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 치료제인 라디컷(성분명 에다라본)의 장기간 치료 효과에 물음표가 달렸다.

약 1년 치료기간 동안 정맥주사하는 라디컷과 ALS 표준요법인 리루졸을 병용해도 리루졸만 투약하는 경우와 비교해 질병 진행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결과는 지난 2017년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의 근거가 된 6개월 연구 결과와 배치된다. ALS 환자에게 리루졸과 라디컷의 장기간 병용요법은 임상에서 실현 가능하고 안전하지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혜택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독일 울름대학 Simon Witzel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JAMA Neurology 1월 10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라디컷, 6개월 치료 결과 근거로 FDA 허가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사의 라디컷은 2015년 일본과 한국에서 허가받은 데 이어 2017년 FDA 승인 문턱을 넘었다. 라디컷 용법은 제1주기 경우 14일간 연속 투여 후 14일 동안 휴약하고, 제2주기 이후에는 14일 중 10일간 투여 후 14일간 휴약한다. 

라디컷의 허가 근거가 된 MCI-186 ALS19 무작위 연구는 일본에서 ALS 환자 137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진행됐다. 결과에 따르면, 라디컷을 투약한 환자군이 위약군과 비교해 일상기능에 대한 임상평가 결과가 적게 감소했다.

하지만 이 연구는 라디컷의 효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군에서 단기간 치료 기간을 가졌다는 한계가 있다.

이번 연구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 ALS 환자에게 표준요법인 리루졸과 함께 라디컷을 장기간 병용할 경우 표준요법 단독 대비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하고자 진행됐다. 

기능 평가척도 점수, 라디컷군·표준요법군 차이 없어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2017년 6월~2020년 3월 독일 12개 의료기관에서 엘 에스코리알(El Escorial) ALS 진단기준을 충족했고 ALS 가능성이 있거나 확실한 환자를 연구에 모집했다.

모든 환자의 ALS 발병 시기는 2012년 12월~2019년 4월이었다. 

최종 분석에는 리루졸 표준요법을 받으며 라디컷 정맥주사를 시작한 군(라디컷군, 194명)과 리루졸 표준요법만 받은 군(표준요법군, 130명) 등 총 324명의 ALS 환자가 포함됐다. 라디컷군의 64%가 남성이었고 평균 나이는 57.5세였다. 

라디컷의 유효성은 4회 이상 연속된 치료주기를 가진 라디컷군 141명 중 130명을 대상으로 표준요법군과 성향점수매칭을 시행해 비교·분석했다.

1차 목표점은 추적관찰 하는 동안 ALS 기능 평가척도인 ALSFRS-R(ALS Functional Rating Scale-Revised) 점수 변화로 확인한 질병 진행으로 정의했다. 

2차 목표점은 생존 가능성, 인공호흡기까지의 시간, 등록 전 대비 치료 기간의 질병 진행 변화 등으로 설정했다. 이와 함께 치료 순응도를 평가했다.

치료기간(중앙값)은 라디컷군 13.9개월, 표준요법군 11.2개월이었다.

최종 결과, 추적관찰 하는 동안 1차 목표점인 ALSFRS-R 점수는 매달 라디컷군 0.91점, 표준요법군 0.85점 감소했고 두 군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P=0.37). 

게다가 MIC186-ALS 19 연구 등록 기준에 부합한 군과 적합하지 않은 군을 비교한 결과에서도 의미 있는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2차 목표점 결과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등록 당시 전 질병 진행과 치료 기간에 질병 진행 변화는 차이가 없었다. 아울러 생존 가능성, 인공호흡기까지의 시간 등도 통계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안전성 평가에서 모든 환자군의 약 16%(30건)가 잠재적으로 치료 관련 이상반응을 경험했다. 가장 두드러진 이상반응은 주입 관련 이상반응과 알레르기 반응 등이었다.

이와 함께 라디컷군 26%가 환자 결정, 보험 적용, 이상반응 등을 이유로 치료를 중단했다. 

Witzel 교수는 "성향점수매칭을 적용한 이번 코호트 연구에서 장기간 라디컷 정맥주사는 내약성이 우수하지만 질병 진행 완화 효과와 관련 없음을 확인했다"며 "라디컷 정맥주사는 표준요법 단독과 비교해 임상적으로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들이 현재 연구 현황과 라디컷의 혜택에 대한 교육을 잘 받아야 하는 것"이라며 "이번 연구로 라디컷이 ALS 치료에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면안 된다. 라디컷의 혜택을 확실히 확인하기 위해 잘 디자인된 장기간 위약 대조군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듀크대학 Richard S. Bedlack 교수는 "리얼월드 연구의 잠재적 편향은 항상 존재한다. 많은 환자 모집, 전향적 디자인, 성향점수매칭 등이 이번 연구의 중요한 강점"이라며 "그러나 또 다른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 대조군 연구가 없다면 라디컷이 효과적인지 또는 누구에게 혜택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이번 연구에 따라 치료제에 대한 환자들의 관심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쓰비시다나베제약사는 지난 13일(현지시각) FDA가 에다라본 성분 경구제 'MT-1186'의 신약허가신청(NDA)을 우선심사로 수리했다고 발표했다. FDA는 전문의약품 허가신청자 비용부담법(PDUFA)에 따라 5월 12일까지 승인 결정이 내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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