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때문에 국내 급여 포기한 '라디컷'
캐나다 때문에 국내 급여 포기한 '라디컷'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9.06.12 0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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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다나베코리아, 라디컷 약평위 통과 후 돌연 급여신청 철회
캐나다 급여과정서 한국 약가 참조 이유...국내 루게릭병 환자 치료 접근성 외면

[메디칼업저버 이현주 기자] 미쓰비시다나베가 최근 루게릭병 치료제의 국내 급여 출시를 포기했다. 

회사는 국내외 약가기준의 견해 차이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단순 약가 문제가 아닌 한국보다 더 큰 시장에서 약가를 높게 받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비난이 쏠리고 있다. 

미쓰비시다나베의 행태에 국내 루게릭 환자는 약가를 전액 본인부담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미쓰비시다나베는 지난 7일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통칭 루게릭) 치료제 '라디컷(성분명 에다라본)'의 건보급여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치료 옵션이 다양하지 않은 국내 ALS 환자의 치료 기회를 넓히고 접근성 향상을 위해 건강보험급여 절차를 추진했으나, 안타깝게 국내 외에서의 약가 기준에 대한 견해 차이를 좁히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고심 끝에 철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약가 기준이 급여 철회 이유라고 밝힌 것.

하지만 다국적제약사출입기자 모임의 취재 결과 미쓰비시다나베의 주장은 괴리가 있었다.

지난 3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라디컷의 급여 적정성을 인정했다. 이에 공개되지 않는 실제가격과 표시가격의 차이를 제약사가 부담하는 방식인 환급형 위험분담제(RSA)가 추진됐다. 당시 표시가격에 대한 합의까지 이뤄졌다.

문제는 이후 실제가격에 대한 협상을 건보공단과 진행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미쓰비시다나베가 돌연 자신들이 이미 합의한 표시가격에 대한 상향조정을 요구했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급여신청을 철회했다.

회사가 표시가격 상향조정을 요구한 이유는 캐나다에서의 라디컷 약가를 보다 높게 받기 위한 본사의 조치인 것으로 확인됐다.

캐나다에서도 라디컷 급여등재 과정을 밟고 있는데, 캐나다 정부가 참조국가인 한국의 약가를 요구한 것. 

캐나다 보건부는 지난 2017년 5월 국제 약가비교 참조국 바스켓을 변경했다. 기존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웨덴·스위스·영국·미국에서 미국과 스위스를 제외하고 한국 등을 포함시켰다.

이는 표시가격과 실제가격의 차이가 심화되면서 표시 최고가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새로 추가된 국가는 캐나다에 비해 신약 출시가 적고 출시 시기가 늦은 나라들로 구성돼 있다.

결국 미쓰비시다나베의 국내 급여신청 철회는 표시 최고가의 인플레이션을 보완하겠다는 캐나다의 바스켓 변경 취지마저 비웃는 조치로 보인다.

또한 한국에서의 표시가격이 지나치게 낮아 문제가 된 것도 아니다. 캐나다는 최저가가 아닌 중간가격이나 최고가를 참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쓰비시다나베 급여신청 철회는 한국보다 더 큰 캐나다에서의 라디컷 가격을 높게 받기 위해 국내 루게릭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이윤을 쫓는 기업의 결정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회사가 밝힌 "희귀질환치료제의 판매사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환자분들의 치료 접근성을 넓힐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 나가고자 한다"는 내용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보건복지부 곽명섭 보험약제과장은 "외부적으로 환자 우선이라고 얘기하면서 환자 우선이 아닌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걸 누구 책임으로 돌려야 하는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며 "정부가 협상에서 비타협적 자세를 보인것처럼 자료를 낸 것은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미쓰비시다나베 측은 "공급가 인하 등 환자를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다국적제약사들이 보건당국을 향해 RSA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미쓰비시다나베의 이번 조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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