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전향적 연구 결과, HDL-C·apoA1 증가하면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위험 감소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퇴행성 신경질환인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 위험이 지질 수치와 연관됐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영국 바이오뱅크 데이터를 이용한 전향적 코호트 연구 결과, HDL-콜레스테롤과 아포지단백A1(apoA1) 수치가 증가하면 ALS 위험이 낮아졌다. 또 총 콜레스테롤과 HDL-콜레스테롤 비율을 통해 ALS 위험을 추산할 수 있었다. 

이번 결과는 향후 ALS 선별검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잠재적 바이오마커를 제시하며, 장기적으로 ALS 위험을 낮추거나 지연시키는 관리전략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단, 관찰연구로 시행돼 지질 수치와 ALS 발생의 인과관계를 정립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Alexander G. Thompson 교수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는 Journal of Neurology, Neurosurgery and Psychiatry 9월 13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HDL·apoA1 수치 1SD 증가→ALS 위험 16%·17%↓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기존 역학연구에서 질병 발생 전 체질량지수(BMI), 신체활동, 당뇨병, 심혈관질환은 ALS 위험과 연관됐다고 보고된 바 있다. 

지질대사도 ALS와 유전적 위험을 공유한다는 근거가 있지만, 대부분은 환자-대조군 연구로 진행돼 선택 또는 회상 편향 등 문제가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대규모 전향적 코호트 데이터를 이용해 다양한 대사지표와 ALS 위험의 연관성을 확인하고자 진행됐다. 

영국 바이오뱅크에 전향적으로 등록된 39~72세 성인 50만 2409명의 데이터가 분석에 포함됐다. 전체 참가자는 2006년 3월~2010년 10월 처음 평가를 받았고 11.9년(중앙값) 동안 추적관찰됐다. 평균 나이는 58세였고 54.4%가 여성이었다. 

참가자들의 인구통계 및 건강정보를 확인하고, 생화학적 분석을 위해 혈액 샘플을 채취했다. 혈액 샘플로 △총 콜레스테롤 △HDL-콜레스테롤 △LDL-콜레스테롤 △총 콜레스테롤:HDL-콜레스테롤 비율 △중성지방 △apoA1 △apoB △당화혈색소 △크레아티닌 등을 확인, 등록 당시 수치와 ALS 진단 위험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ALS 진단은 입원환자 건강기록의 진단코드와 사망증명서 등을 이용해 확인했다.

추적관찰 동안 총 343명이 ALS를 진단받았다. 관찰기간 동안 새롭게 발생한 환자 수인 조발생률(crude incidence)은 연간 10만 명당 5.85명이었다.

나이와 성별을 보정해 분석한 결과,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1표준편차(SD) 증가하면 ALS 위험은 16% 유의하게 감소했다(HR 0.84; P=0.01). ApoA1 수치도 1SD 증가하면 ALS 발생 가능성이 17% 낮아졌다(HR 0.83; P=0.005). 

반면 총 콜레스테롤:HDL-콜레스테롤 비율이 1SD 상승할 경우 ALS 위험은 17% 유의하게 높아졌다(HR 1.17; P=0.006). 그 외에 LDL-콜레스테롤, 중성지방, apoB, 당화혈색소 등은 ALS 위험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어 신경미세섬유와 다른 뉴런 손실 마커 등 증가는 ALS 증상 발생 후 약 1년 이내에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해, 신경퇴행이 나타나기 전 대사변화를 확인하고자 연구 등록 후 5년 이내에 ALS를 진단받은 환자들을 제외한 2차 분석을 진행했다.

분석 결과, 전체 데이터 분석과 동일하게 HDL-콜레스테롤과 apoA1 수치가 1SD 증가할수록 ALS 위험이 각 19%와 17% 의미 있게 감소했다. 총 콜레스테롤:HDL-콜레스테롤 비율도 1SD 증가하면 ALS 위험은 19% 유의하게 커졌다. 

아울러 ALS 발생과 지질 바이오마커 수치의 시간적 연관성을 평가하고자 연령과 성별, 코호트 등록 시기가 비슷한 ALS 발생 환자 20명(ALS군)과 질병이 발생하지 않는 건강한 대조군을 매칭한 코호트내 환자-대조군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ALS군의 LDL-콜레스테롤과 apoB 수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한 대조군 비교해 감소하는 선형모델이 나타났다. 이와 달리 HDL-콜레스테롤과 apoA1은 유의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Thompson 교수는 "이번 연구는 HDL-콜레스테롤, apoA1, LDL-콜레스테롤 등 수치와 ALS 위험의 연관성을 평가해, 질병 발생 전 지질대사가 질병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러한 변화의 분자적 측면을 이해한다면 증상 발현 전 바이오마커 개발과 치료 타깃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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