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팀 면역항암제 투여자 차트 리뷰 결과 발표
면역 관련 내분비계 독성 발생자, 반응률∙생존율 상대적으로 우수
서울아산병원 이대호 교수 “관련 독성, 임상 현장의 나침반...내비게이션 수준은 아냐”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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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민후 기자] 면역항암제 투여자 중 면역 관련 내분비계 독성을 경험한 환자는 예후가 좋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관련 독성을 경험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 대비 반응률과 생존율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국내 전문가는 면역 관련 독성을 임상 현장의 ‘나침반’이라고 묘사했다. 약제 반응을 가늠하는 수준에서 지켜볼 만하나 내비게이션 같은 정확도는 없다고 평가했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페어뷰 병원 Suleiman I Al Ashi 박사팀은 면역항암제 투여자의 면역 관련 내분비계 독성 사건(irEEs) 발생과 예후 관계를 조명한 연구결과를 미국내분비학회지 Journal of the Endocrine Society에 지난달 1일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면역항암제 투여자 551명의 진료기록에 기반했다. 환자들은 평균 67.4세였고, 대부분 백인(90%)이었다.

암종별로는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 비율이 44.6%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흑색종 17.4%, 신세포암 12.3%, 방광암 8.5% 순이었다.

약제별로는 니볼루맙 단독요법 투여자 비율이 50%를 차지했고 펨브롤리주맙 단독요법 21%, 이필리무맙 병용요법 11%, 아테졸리주맙 단독요법 9%, 기타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4%, 이필리무맙 단독요법 3% 차례였다.

연구팀은 환자들의 irEEs 발생률과 전체생존율(OS) 등을 살펴봤다.

그 결과 irEEs 발생률은 17.7%, 발생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9주였다. 증상은 피로∙오심∙구토∙체중변화 등으로 특정하지 않았고, 무증상인 경우도 있었다. 생명을 위협하는 4등급 독성 비율은 11.2%로 이필리무맙 단독 또는 병용요법 투여군에서 주로 보고됐다.

발생률은 암종과 약제별로 차이가 있었다. 암종별로는 흑색종 환자군, 약제별로는 이필리무맙 투여군에서 irEEs 발생률이 보다 높았다.

irEEs 발생 환자는 예후가 상대적으로 우수했다. 면역항암제에 대한 적절한 반응률은 irEEs 발생군 45%, irEEs 미발생군 28%였다(P=0.002).

전체생존율(OS) 역시 irEEs 발생군이 irEEs 미발생군보다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위험비 1.86, P<0.001).

irEEs 발생에 따른 생존율 향상은 니볼루맙 단독요법 투여군과 이필리무맙 병용요법 투여군에서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면역항암제 투여로 발생한 irEEs는 상대적으로 좋은 반응률 및 생존율을 예측하는 척도”라며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는 irEEs라면, 면역항암제 치료를 중단하기보단 지속 이어가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irEEs 증상은 특정하지 않거나 무증상인 경우도 있었다”며 “이를 참고로 irEEs 발현 여부를 파악하고, 증상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제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면역 관련 독성, 반응 예측 나침반…활용성은 낮다”

국내 전문가는 면역항암제의 면역 관련 독성에 대해 반응을 가늠하는 나침반이라고 표현했다. 약제가 면역계를 자극했다는 방향성을 제시하지만 그 이상의 진단적 가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아산병원 이대호 교수(종양내과)는 “국내 임상 현장에서도 면역항암제 투여에 따른 면역 관련 독성이 흔히 관찰된다”며 “이 현상은 ‘약물이 면역계를 자극했구나’, ‘반응은 있겠구나’를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할 뿐, 치료전략 수립 등에 이용되진 않는다”고 안내했다.

이 교수는 “현장에는 객관적이고 우수한 평가도구가 있다”며 “이를 제쳐두고 면역 관련 독성을 참고하는 것은 마치 내비게이션 화면 대신 나침반을 보겠다는 격”이라고 풀이했다.

면역 관련 독성과 예후간 연결고리는 존재했다.

이 교수는 관련 독성이 발생하면 약효가 나타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면역항암제는 T세포를 자극하기에 작용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면역 관련 독성이 발현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단, 관련 독성이 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약효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가 내분비계 독성에 주목한 배경에 대해선 “전체 면역 관련 독성 가운데 10%는 갑상선 등 내분비 기관과 연관성이 있다”며 “내분비계 독성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또 “면역 관련 독성을 조절할 수 있다면, 면역항암제를 계속 쓸 수 있다”며 “그러나 면역 관련 간염 등이 발생하면 약을 끊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연구에서 irEEs 독성은 주로 1등급(33.7%)과 2등급(33.7%)이었다. 대부분 환자들은 독성을 견디며 치료를 이어갈 수 있었다.

irEEs로 인해 투여를 중단한 비율은 2.3%에 불과했다. 반면, 비내분비계 독성에 따라 약을 끊은 비율은 19.7%로 집계됐다.

면역항암제 연구의 주요 사안을 살펴보면, 타깃과 적절한 환자군 발굴이 두 가지 축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여러 면역관문 가운데 PD-1, PD-L1, CTLA-4 등에 대해서만 면역항암제가 탄생한 상태”라며 “현재 LAG-3, TIGIT 등 면역관문을 포함해 다양한 표적물질을 대상으로 치료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타깃 찾기와 더불어 병용요법에 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라며 “이런 전략들이 모두 효과를 발휘하기 쉽지 않기에 적합한 환자군을 발굴하는 연구가 또 다른 축를 형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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