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혜리 교수

서울아산병원 김혜리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신경섬유종증 1형 환자에게 코셀루고는 질환 치료와 삶의 질 향상에 있어 절대적 가치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김혜리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신경섬유종증 1형 환자에게 코셀루고는 질환 치료와 삶의 질 향상에 있어 절대적 가치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신경섬유종증 1형이라는 희귀난치성 질환이 있다. 연한 갈색 반점과 겨드랑이, 서혜부의 주근깨 등이 대표적 증상인데 주로 10세 이전에 진단돼 호르면 변화에 따라 뚜렷해진다.

이 질환은 척추측만증 등 정형외과적 문제, 통증과 무력감, 마비감 등 합병증을 동반해 사회적, 정서적, 인지기능 저하를 야기하며 결국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특히 신경섬유종증 1형 환자의 20~50%는 총상신경섬유종(PN)을 앓는다. 이는 안면 및 사지부터 시작해 척추 주위, 장기 등 깊은 위치까지 모든 신체 부위에 발생한다.

종양이 커질수록 시각장애, 언어장애, 거동능력 이상, 방광 및 내장기능 저하 등이 동반된다.

하지만 근본적 치료는 불가능해 대증 치료에 기대왔다. 수술 등으로 관리 가능하지만, 사실 종양이 건강한 세포 주변이나 혈관에 얽혀 불규칙적인 형태로 발현되는 특징 때문에 완벽한 제거가 어렵다는 게 한계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아스트라제네카의 코셀루고(성분명 셀루미티닙)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신속심사 제도를 통해 허가됐다.

SPRINT 임상2상에서 코셀루고는 3~17세 수술 불가능 신경섬유종증 1형 환자의 74%에서 부분반응을 확인했고, 이 중 28명은 1년 이상 지속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에서 연구자 주도 임상연구를 진행한 서울아산병원 김혜리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신경섬유종증 1형 환자에게 코셀루고의 가치는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 신경섬유종증 1형은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다. 그동안 어떤 치료가 이뤄졌나.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음에도 수술 이외에는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다른 종양처럼 수술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신경에 발생한 종양을 모두 제거하고자 하면 신경이 마비될 수 있어 시도가 어렵고, 일반적으로 종양 제거를 위해서는 주변 조직과 격리돼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경우도 많지 않아 재발이 되지 않는 선까지 종양을 제거하기엔 또 신경을 건드릴 위험이 높아 어려움이 많았다.

때문에 신경섬유종증 1형 환자의 절반가량에서 나타나는 총상신경섬유종은 환자의 15%만 수술이 가능하다. 나머지 환자들은 증상 완화 정도의 수술 또는 통증 치료로 한정된다.

소아암은 80~90%까지 완치율이 높아졌지만, 신경섬유종증 1형은 완치가 어렵고 평생 악화될 수 있다. 게다가 통증이나 외모 변형 등을 겪는 환자가 많아 우울감, 자살률도 높다.

- 한국인을 대상으로 코셀루고 연구를 진행한 계기가 궁금하다.

2016년 서울아산병원 신경섬유종 클리닉에 합류했을 때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상태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다. 이 때문에 수술 이외의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경우 단 한건이라도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으면 이매티닙, 시롤리무스 등을 적용하고자 했다.

하지만 부분 반응이 매우 낮았고 실제 환자에게 적용했을 때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앞서 언급한 약물들이 적응증이 승인되지 않아 지속적인 복용도 어려운 상태였다.

이런 와중에 코셀루고 연구가 발표됐고, 아스트라제네카에 연구자 주도 임상연구를 진행하겠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아스트라제네카도 인종간 약동학적 차이에 대한 추가적 연구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 연구가 가능하게 됐다. 그 결과, 국내 허가가 신속하게 진행되는 계기가 됐다.

- 연구에서 가장 강조하고픈 부분은 무엇인가.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의 종양 크기 변화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그 결과, 종양 자체로 인한 문제가 극적으로 개선됐다.

성인은 모든 환자에서, 소아는 약 85%의 환자에서 부분반응이 확인됐다. 60~70%의 반응률을 보인 외국 연구와 비교하면 눈에 띄는 결과다. 이에 더해 통증 감소도 확인됐고, 줄어든 종양을 수술로 제거해 환자들이 더 긴 시간 동안 증상 완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환자들은 질환으로 인한 외모 변형으로 우울증이 발생,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코셀루고로 문제가 해소됐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치료를 진행하면서 환자들이 만족해하는 걸 확인했다. 커피 반점이 심하게 눈에 띄는 경우, 종양이 외형적으로 늘어지거나 허리가 휘는 증상 등이 함께 개선되면서 추가적인 만족감이 매우 크게 나타났다.

치료법이 없어 미충족 수요가 높았던 질환에서 유일한 치료법이 됐다는 점이 가장 의미 있는 결과라 생각한다.

- 진료 현장에서 느끼는 치료제의 가치는?

지금은 연구 목적으로 한정해 사용 가능하지만, 이 질환에서 쓸 수 있는 유일한 약인 만큼 환자들이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큰 만족감을 느끼는 것 같다. 환자들에게 단순한 종양 감소 이상의 가치를 갖는 듯 하다. 대부분 환자의 증상이 절망적이거나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기에 이들에게 코셀루고의 가치는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성장 측면에서도 골격 이상으로 저신장이거나 성장 속도가 더딘 특성을 보이는데 약물 복용 후 성장 속도가 크게 개선된 걸 확인할 수도 있었다. 이는 성장 속도를 높이는 부가적 효과까지 지닌 가치를 가졌다는 걸 의미한다. 

- 치료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이 높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환자 수가 극소수라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환자들은 평생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겪는 이차적 증상, 합병증 등이 매우 많다.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손실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약물 비용에만 집중한 근시안적 비용 평가가 아니라 합병증, 우울감, 환자 가족의 부담, 제한된 경제활동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도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아울러 급여와 반응 평가 기준을 정할 때 현장 전문의들과 다학제적으로 충분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신경섬유종증 1형은 유전질환이고 평생 증상이 진행되기에 급여기준을 정할 때 종양 크기 개선 정도에 국한할 게 아니라 사회경제적 비용까지 고려한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하는 만큼 복용 기간 또한 논점이 될 것 같은데, 급여 기간에 대한 충분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외에 다학제 신경섬유종 클리닉 저변 확대, 환우회를 통한 질환 및 치료제 홍보 등 일반인과 의료인 대상 질환 인지도 향상도 필요하다.

- 전문가로서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코셀루고가 신속한 급여 적용과 적용 대상 확대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경섬유종증 1형 환자 중에는 총상신경섬유종 외에도 백혈병이나 유방암이 발생하는 사례도 많다.

특히 총상신경섬유종이 시신경에 발생하면 영구적인 시력 상실로 이어지지만 치료제가 허가되지 않아 고작 3~4살 소아 환자들이 항암요법으로 대체 치료를 받으며 고통받고 있다. 과도한 항암치료를 줄일 수 있도록 신속한 적응증 확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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