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매학회, 1일 국제학술대회 기자간담회 개최
학회 "변경 필요성 공감…제대로 된 검토·논의 통한 질환 인식 개선이 중요"

▲대한치매학회는 1일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대한치매학회 국제학술대회(IC-KDA 2021)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좌부터)대한치매학회 박기형 학술이사, 이애영 회장, 박건우 이사장, 양동원 기획이사, 이찬녕 총무이사.
▲대한치매학회는 1일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대한치매학회 국제학술대회(IC-KDA 2021)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좌부터)대한치매학회 박기형 학술이사, 이애영 회장, 박건우 이사장, 양동원 기획이사, 이찬녕 총무이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치매' 병명 변경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좋지만, 당장 병명을 정하고 이를 위한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성급합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치매' 병명을 새롭게 검토할 때가 됐다고 밝히고 국회에서도 이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당장 병명을 변경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병명 변경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제대로 된 검토와 여러 전문가의 의견 청취 없이 용어를 확정 짓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한치매학회는 1일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대한치매학회 국제학술대회(IC-KDA 2021)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치매(癡呆)'는 한자어로 '어리석을 치(癡)'에 '미련할 매(呆)'를 써서 부정적 뜻을 담고 있다. 이로 인해 치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유발하고 환자와 가족들이 불필요한 고통을 겪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치매 용어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국민 43.8%는 치매라는 용어에 거부감이 든다고 답했다.

그러나 용어 변경에 대해서는 '그대로 유지하든지 바꾸든지 무방하다'는 응답이 45%로 가장 많았고, '유지해야 한다(27.7%)', '변경해야 한다(21.5%)' 순으로 나타났다.

변경한다면 가장 적절한 대체 용어는 '인지저하증'이 31.3%로 가장 높았고, '기억장애증(21.0%)', '인지장애증(14.2%)'이 뒤를 이었다.

학회 이애영 회장(충남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치매 환자가 기억을 잃을지라도 환자의 삶과 존엄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간질'이라는 병명을 '뇌전증'으로 변경한 것처럼 '치매' 병명을 순화해 변경한다면, 환자와 가족이 질병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하지만 병명 변경을 위해서는 검토 및 여러 의견을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게 학회 입장이다. 병명 변경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사회적 컨센서스 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학회 박건우 이사장(고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은 "최근 문 대통령이 '치매' 병명이 어려우므로 명칭 변경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밝혔다. 하지만 병명은 대통령의 지시로, 여론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며 "이미 국회의원들이 병명 변경에 대한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병명 변경은 법안 발의로 해야 할 일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박 이사장은 이어 "제안되는 병명이 다양하고, 의학에서도 병명을 정하는 방식이 존재한다. 이를 지키면서 병명을 순화시킬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검토 및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병명 변경을 특정인의 치적으로 몰고 가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논의를 거쳐 질환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이 회장은 "치매는 전염병이 아닐뿐더러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숨겨야 할 질환도 아니다. 하지만 임상에서는 치매 환자가 가정에 있다는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아, 병명 변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순화된 명칭으로 바꾼다면, 치매 친화적 사회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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