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부 박선혜 기자.
학술부 박선혜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최근 '치매' 병명을 변경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어리석을 치(癡)', '미련할 매(呆)'라는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어, 치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유발해 환자와 가족들이 불필요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이유다. 

2018년부터 제안된 '치매' 병명 변경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새롭게 검토할 때가 됐다고 밝히면서 힘을 얻고 있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도 지난 1일 '치매'를 '인지흐림증'으로 개정하는 내용을 담은 '치매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병명 변경만으로 환자와 보호자들의 사회적 낙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회적 낙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병명을 변경한 사례는 '뇌전증'이 대표적이다. 

대한뇌전증학회는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2012년 '뇌전증 선포식'을 갖고 용어 개명을 선포했다. 뇌전증의 과거 병명이었던 '간질'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심각해 대안책으로 2007년 'Epilepsy 개명 프로젝트'를 제안한 후 5년 만에 이뤄낸 성과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병명 변경에 따른 사회적 변화를 체감하기란 어려웠다. 

학회가 용어 변경 6년 후 일반인 대상으로 '뇌전증 병명 인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5명 중 4명은 뇌전증이 어떤 병인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성인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은 70% 이상이 뇌전증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것과 비교되는 결과였다.

심지어 용어 변경이 이뤄진 지 약 9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간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기사 또는 글을 포털사이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뇌전증 사례에 비춰보면, 병명 변경은 질환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인식을 개선하는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병명 자체가 아닌, 질환으로 유발되는 결과로 인한 문제와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의한 오해로 나타난다.

결국 '치매' 병명을 바꾸더라도 질환 특징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면, 병명의 사회적 낙인은 새로운 명칭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국회에서 새로운 용어로 '인지흐림증'을 제시했을지라도, 치매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국민에게 '인지흐림증'은 '치매'의 새 이름일 뿐이다. 

대한뇌전증학회는 병명 개정 후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낙인 문제 해결을 위해, 정확한 질환 정보를 알리는 라디오 공익방송, 포스터 제작 등 홍보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병명 개정만으로 질환에 대한 편견이 단기간에 사라지거나 사회적 인식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치매' 병명 변경을 추진하는 지금, 단순 명칭을 바꾼다는 결과만 지향해서는 안된다. 병명 개정에 앞서 국민들이 치매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대국민 홍보 활동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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