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당직 순환 안되고 주간에만 의사 상주하기도
무리한 근무상황 호소하는 공보의들, 대공협 민원 이어져
정부 '자가치료' 본격 추진, 전문가 "시스템 미리 구축해야"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코로나19(COVID-19)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는 가운데 무증상과 경증 환자가 주로 입원하는 생활치료센터의 의료진 부족 현상이 여전하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은 정부가 의료계 및 전문가와 인력 지원체계에 대한 세밀한 조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력 확충 이외에도 방역체계 전환에 맞춰 자가치료 기반 구축의 필요성에도 공감대가 구축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발표한 생활치료센터 운영 지침을 통해 입소자 규모별로 필요한 의료실무인력을 제시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입소자가 100명 미만인 생활치료센터에서 의사는 3~5명을 배치하도록 했으며, 입소자가 100명 이상인 곳은 5~7명, 200명 이상은 최소 7명의 의사가 필요하다. 다만 입소자가 300명을 초과하는 경우는 아직 기준이 없는 상태다.

의료실무인력에는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의료기사, 심리상담사 등도 포함된다.

기타인력까지 모두 합할 경우 입소자가 200명인 생활치료센터에선 최소 21명의 의료실무인력이 마련돼야 한다.

문제는 현장에선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생활치료센터가 많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의료인력을 충족하고 있는 생활치료센터는 11곳으로 24%에 불과했다.

정부는 코로나19 4차 유행과 백신 접종을 위해 감염병전담병원, 예방접종센터 등에 의사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생활치료센터의 의사 인력 충원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24시간 당직 근무 불가피' 민원 들어오는 대공협

기존 환자, 부족한 보상 등...인력 지원 고민하기도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는 업무 과중을 호소하는 민원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교대할 인원이 충원되지 않아 사실상 24시간 당직 근무를 서야 한다는 민원이 대공협에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공협 임진수 회장은 "오후 6시까지 근무할 수도 있지만 이후 환자의 상태가 악화됐을 경우 공보의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나"라며 "추가 파견을 해달라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개최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임진수 회장
지난달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임진수 회장

이어 "생활치료센터에 상주하는 의사는 대부분 공보의다. 그러나 공보의도 2주간 밤낮없이 환자를 볼 수는 없다"며 "생활치료센터도 중수본에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인력을 더 파견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의료진의 피로 누적은 결국 환자의 안전과도 연결된다"고 덧붙였다.

대공협은 방역 당국의 내부 기준이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지자체마다 공보의 인력이 모두 다르다. 대공협은 시도에도 협의회가 각각 있으니 중수본과 조율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바쁠 때 인원을 빼가는 상황이 생긴다. 공보의 파견인력 배치를 공식 협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정적 보상 문제와 함께 의사 충원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가천대 길병원 엄중식 교수(감염내과)는 "기본적으로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의사인력이 유지돼야 하지만, 당직 순환이 안되고 주간에만 의사 인력이 상주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무증상이거나 경증이라고 해서 의료진을 찾는 횟수가 적은 것도 아니고 불편사항을 모두 이야기한다"며 "생활치료센터 여건도 의료진이 활동하기에 불리하다. 폐쇄된 공간인데다가 동선도 길지만 최소 인원으로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생활치료센터와 관련해 병원 보상이 너무 적다. 현재 주어지는 보상이 의료진의 인건비를 해결하는 수준보다 더 나온다"며 "기존 환자도 있기 때문에 여러 인력을 보내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생활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의료계 관계자는 "생활치료센터 입소자들은 상대적으로 격리와 모니터링 위주이기 때문에 의사를 무조건 늘리는게 능사는 아닐 수 있다"며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간호사를 더 뽑아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기도, 재택치료자 대상으로 한 특별생활치료센터 운영

정부 의지 밝힌 재택치료 확대, 전문가도 방향 공감

이런 가운데 자가치료를 확대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며 생활치료센터 인력난을 해결할 방안이 될지 주목된다.

정부 또한 무증상·경증환자를 대상으로 한 재택치료를 시행하기 위해 사전 준비를 시행하겠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경기와 강원은 최근 재택치료전담팀을 꾸려 재택치료 범위를 확대하고 있고, 여기에 더해 경기는 재택치료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한다.

특별생활치료센터는 재택치료 중 의료진의 진료가 필요하거나 증상이 악화된 환자가 단기 진료를 받게 된다.

이기일 제1통제관은 "재택치료는 단계적인 일상회복으로 가는 길목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라며 "다른 시도에서도 재택치료가 시행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엄중식 교수는 "자가치료 논의 없이는 방역 완화가 불가능하다. 현재와 같은 유행상황이 유지된다면 생활치료센터로 해결할 수 있다"며 "그러나 확진자가 더 늘어나면 생활치료센터 확보의 한계도 있고, 센터 운영에 필요한 의료진을 더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볼 때 자가치료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자가치료에 필요한 시스템을 미리 구축해야 실제 상황이 악화했을 때 즉시 작동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