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FDA 자문위 논의 결과 승인 '청신호', "안전성 우려보다 유효성 높게 평가"

▲ 파킨슨병 환자에 동반된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경구용 신약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최초 승인을 앞두고 있어 기대를 모은다.

도파민 부족이 원인인 대표적 신경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 환자에서, 도파민 분비가 증가하면 정신질환 발생이 늘어난다는 일종의 '파라독스'가 따라붙는다. 도파민 분비가 적어도, 또 넘치게 많아도 문제가 된다는 얘기다.

최근 이러한 파킨슨병 환자에 동반된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경구용 신약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최초 승인을 앞두고 있다. 피마반세린(pimavanserin)을 주 성분으로 하는 경구용 약물인 뉴플라지드(Nuplazid)가 주인공으로, 현재 사용되는 기타 항정신병약과는 차이를 보인다.

세로토닌 수용체 아형인 5-HT2A를 불활성화하는 기전이 있어 도파민 차단물질을 생성하지 않아 문제가 되는 환각, 망상, 흥분 증세를 효과적으로 줄여준다.

더욱이 약물이 효과를 발휘하는 동안,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신경에는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떨림, 강직, 운동 완서 및 자세 불안정을 파킨슨병 환자에서 주요 운동기능 이상증상으로 꼽는 만큼, 환자의 운동신경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기대를 모으는 데는 이유가 더 있다. 실제 파킨슨병 환자의 40% 수준에서 정신질환 증세가 호발하는데, 이를 치료할 목적으로 승인을 받은 약물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파킨슨병 관련 정신질환 첫 치료 옵션 주목

지난 달 말 열린 FDA 약물자문위 논의에서는 새로운 치료 옵션의 등장에 '그린라이트'를 켠 상태다. 피마반세린의 유효성을 안전성보다 높이 평가해 12대 2라는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졌다.

물론 피마반세린을 투약했을 때, 일부 환자에서 사망 등의 심각한 이상반응 발생에 대한 우려는 있었다. 그러나 지금껏 해당 환자에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없던 터라 중증 이상반응 발생의 위험보다는 치료에 따른 혜택에 무게를 두었다는 게 자문위의 공통된 의견이다.

미국 피츠버그의대 소아청소년정신의학과 David A. Brent 교수(FDA 자문위 의장)는 "향후 대규모 연구를 통해 강력한 효과를 다시 검증해야 하지만 파킨슨병 관련 정신질환에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없는 상황에서 복용이 간편한 경구용 약물의 등장은 치료분야에 한 단계 진보를 뜻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개발 당시부터 혁신치료제로 지정

피마반세린은 개발 당시부터 FDA의 '혁신치료제 지정(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을 받은 약물이기도 하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에서 신약 후보물질의 경우, 우선심사를 통해 2상임상 결과만으로도 신속하게 허가를 부여한다는 본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한다는 게 FDA가 밝힌 입장이다.

개발사 아카디아(Acadia)가 제출한 피마반세린의 임상데이터는 3상임상 연구인 ACP-103-020 연구를 비롯해 3건의 무작위대조군 연구결과였다.

199명의 파킨슨병 관련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피마반세린 40mg을 하루 한 번 경구 투약했을 때의 효과와 내약성, 안전성을 평가한 3상 결과는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외 3건의 연구에서는 1차 평가변수를 통계적으로 만족시키지는 않았다.

논의에 참여한 FDA 약물평가연구센터장인 Mitchel Mathis 박사에 따르면, "제출한 임상연구 자료 가운데 오직 한 건의 연구 결과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도출됐지만, 치료 옵션으로 고려하는 데는 충분한 근거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자문위 설명에 언급된 피마반세린의 효과는 9개 평가 스케일을 이용해 결과를 분석한 SAPS-PD(Scale for the Assessment of Positive Symptoms-Parkinson's Disease)의 연구 결과가 근간이 된다. 해당 연구는 다양한 환각 증세를 경험한 파킨슨병 환자에서 시각적, 청각적, 신체적 측면 등의 여러 요소를 평가지표로 삼고, 파킨슨병 관련 정신질환 환자에서 빈번히 보고되는 질투심 등이 망상 지표에 고려 대상이 됐다.

그 결과, 피마반세린으로 치료한 환자군과 위약군 사이에는 해당 평가지표에서 3.1점 정도의 격차가 나타나 피마반세린의 투약에 따른 증세 개선에 유의한 효과가 확인됐다. 피마반세린 투약군에선 해당 증세가 5.79점 감소한 반면 위약군은 2.73점 줄어드는 데 그쳤다.

또 운동신경의 변화를 이차 평가변수로 설정한 결과에서도, 피마반세린은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파킨슨병 환자의 하루 활동량과 운동기능을 평가한 UPDRS(Unified Parkinson's Disease Rating Scale)-Part II 및 Part III를 비교하자 운동기능의 변화에 차이가 없었던 것. 기존 항정신병약은 정신증상 치료과정에서 운동기능에까지 악영향을 나타냈지만, 피마반세린은 이에 관계 없이 합격점을 받았다.

중증 이상반응률 위약 대비 2배…안전성 우려

하지만 걸림돌은 안전성이었다. 피마반세린을 투약한 환자에서는 심각한 이상반응이 나타났다. 중증 이상반응 발생률이 7.9%로 나타나, 위약군 3.5%보다 두 배 이상 높았기 때문이다. 이후 진행된 장기간 오픈라벨 연구에서도 연구에 참여한 파킨슨병 관련 정신질환 환자의 11.1%에 해당하는 51명이 사망했다.

피마반세린의 안전성 프로파일을 두고 자문위의 의견이 엇갈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3번에 걸친 찬반 투표 결과 중, 중증 이상반응 발생과 사망률의 증가를 놓고 승인을 반대하는 의견이 1표 늘었다는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자문위 논의에 참여했던 FDA 관계자는 "그러나 관건은 현재 파킨슨병 환자에서 정신질환이 동반된 경우 삶의 질은 생각 이상으로 악화일로를 걷는다"며 "기존 치료 옵션들이 효과나 내약성이 좋지 못했고, 안전성 우려가 제기됐던 만큼 피마반세린의 유효성은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해당 환자에 약물 투약에 따른 이상반응을 충분히 설명한다고 해도, 고통을 겪는 환자는 새로운 치료 옵션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유다.

이어 그는 "진료현장에서 마주하는 파킨슨병 관련 정신질환 환자들은 투약에 따른 치료 효과가 10%만 확인돼도, 1%의 사망위험은 큰 문제가 되질 않는다"며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데도 고충이 따르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신질환 증세까지 더해지면 환자 본인의 삶의 질은 물론 이를 돌보는 가족에까지 말못할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FDA 시판후 조사 강화하기로

평균 3년간 파킨슨병 환자에서 발생한 정신질환을 연구한 미국 필라델피아보훈병원 파킨슨병임상연구센터 John E. Duda 교수는 이번 자문위 결과에 대해 "해당 환자에서 기존 항정신병약물인 클로자핀과 쿠에티아핀(세로퀼) 등이 치료 전략으로 거론되지만, 많은 환자에서 실제 치료효과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재 사용되는 파킨슨병 치료제의 일부에서는 이 같은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도파민제제들도 포함돼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슈가 된 피마반세린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피마반세린의 연구를 살펴보면, 해당 신약은 파킨슨병 환자에서 나타난 정신질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이미 약물 치료를 받아온 파킨슨병 환자와 관련된 정신질환에서 피마반세린의 치료효과를 평가했다는 데 추후 보강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피마반세린이 혁신치료제로 지정된 한편, 최근 FDA 자문위의 승인 권고까지 내려진 마당에 풀어야 할 과제는 엄격한 시판후 조사로 의견이 모아진다.

이번 자문위 논의 후 FDA 관계자들은 피마반세린의 시판후 조사를 강조할 계획을 전하며 "시판후 대조군 4상임상 연구를 통해 피마반세린의 중증 이상반응 사례를 검토하고,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나타내는지 알아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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