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항고혈압제 선택 시 유효성·안전성 비교…미국·독일·한국 데이터 분석
심혈관계 사건 예방 효과 비슷…ACEI, 이상반응 위험 더 높아
美연구팀 "항고혈압제 치료 시작 시 ACEI보다 ARB 우선 고려해야"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항고혈압제를 시작하는 고혈압 환자에게 단일요법으로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와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중 더 좋은 선택지는 무엇일까?

미국·독일·한국의 리얼월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심혈관계 사건 예방 효과는 두 약물이 비슷했지만 안전성에서 승패가 갈렸다. 이상반응 발생 위험은 ACEI가 ARB보다 더 높다고 조사된 것이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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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가이드라인에서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 억제제(RAS 억제제)인 두 약물을 1차 항고혈압제로 동등하게 권고하는 가운데, 이번 결과는 임상에서 RAS 억제제 중 선택 시 ACEI보단 ARB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George Hripcsak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는 Hypertension 지난달 26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국내외 가이드라인, ACEI·ARB 1차 약제로 권고

국내외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는 1차 항고혈압제로서 약물들을 최대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제시하고 있다.

2017년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AHA·ACC)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는 항고혈압제 단독요법을 시작할 때 1차 선택지로 ACEI, ARB, 티아지드계 이뇨제, 칼슘채널차단제(CCB) 등을 권고했다.

미국 가이드라인의 경우 기존에 포함됐던 베타차단제를 제시하지 않았다. 단, 고혈압 치료 목표는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혈압강하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베타차단제를 포함한 5개 계열 항고혈압제가 우수한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보였다고 언급했다.

대한고혈압학회가 2018년 발표한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는 ACEI, ARB, CCB, 티아지드계 또는 티아지드 유사 이뇨제 그리고 베타차단제를 1차 항고혈압제로 선택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항고혈압제 선택은 혈압 수치보단 환자의 임상적 특징과 동반질환에 따라 결정하도록 주문했다. 용량을 조절하면 강압 효과의 강도는 비슷하지만 개개인의 강압 및 장기적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와 부작용 발생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다. 

이에 어떤 약이 다른 약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비교하기 어려우므로, 부작용을 고려해 환자 개인의 특성에 맞도록 항고혈압제를 선택하고 우선 투약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ACEI vs ARB, 유효성은 무승부…안전성은 ARB 勝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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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ACEI와 ARB가 가이드라인에서 동등하게 권고하는 1차 항고혈압제이지만 두 약물을 비교한 헤드투헤드(head to head) 연구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뤄졌다.

1996~2018년 미국, 독일, 한국에서 ACEI 또는 ARB 단일요법을 시작한 약 300만명의 데이터를 토대로 후향적 코호트 분석을 진행했다. ACEI 치료를 시작한 환자(ACEI군)는 229만 7881명, ARB 복용을 시작한 환자(ARB군)는 67만 3938명으로 ACEI군이 더 많았다.

각 치료군이 처방받은 약을 보면, ACEI군은 리시노프릴이 80%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라미프릴, 에날라프릴이 뒤를 이었다. ARB군은 로사르탄(45%)이 가장 많았고 발사르탄, 올메사르탄 순이었다.

약 4개월에서 18개월 이상까지 추적관찰한 결과, 1차 목표점으로 심혈관계 사건 발생 위험은 치료에 따라 다르지 않았다. 

ARB군 대비 ACEI군의 위험은 △급성 심근경색 1.11배 △심부전 1.03배 △뇌졸중 1.07배 △복합 심혈관계 사건 1.06배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 

그러나 안전성 평가에서는 두 약물의 명암이 엇갈렸다.

ACEI군이 ARB군보다 △혈관부종 3.31배(P<0.01) △기침 1.32배(P<0.01) △급성 췌장염 1.32배(P=0.02) △위장관계 출혈 1.18배(P=0.04) △비정상적 체중감량 1.18배(P=0.04) 등 이상반응 발생 위험이 의미 있게 높았던 것.

즉 ACEI와 ARB의 유효성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으나 ARB가 더 안전한 항고혈압제인 것으로 정리됐다. 

"단일요법 시작 시 ARB 우선 선택해야"

이번 결과는 항고혈압제 단일요법으로 치료 시작 시 ACEI보다는 ARB를 우선 처방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Hripcsak 교수는 "ACEI와 비교해 ARB는 이상반응이 적게 발생할 뿐만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나타나지 않음을 이번 대규모 관찰연구에서 확인했다"며 "가이드라인에서 1차 항고혈압제로 두 약물을 동등하게 권고한다. 하지만 이번 결과는 RAS 억제제 처방을 고려하는 의료진과 환자에게 항고혈압제 시작 시 ACEI보단 ARB를 우선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RAS 억제제만 비교한 연구…다른 계열 약물에 적용 어려워

단 이번 연구를 모든 고혈압 환자에게 적용하긴 어렵다. 

결과를 적용할 수 있는 환자군은 RAS 억제제가 최적이라고 평가되는 고혈압 환자다. 또 한 가지 항고혈압제로 혈압이 효과적으로 조절되지 않아 다른 약물을 고려하는 환자는 이번 연구의 환자군에 해당되지 않아 결과를 적용할 수 없다

연구 1저자인 미국 가이싱어 메디컬센터 RuiJun Chen 박사는 "ARB 우선 처방은 RAS 억제제로 혈압을 조절하려는 환자와 의료진에게만 해당된다"며 "또 한 가지 약물로 혈압이 효과적으로 조절되지 않아 두 번째 약물을 추가하거나 변경하려는 환자에게 이번 결과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결과는 1차 항고혈압제로 권고되는 다른 계열 약물에 폭넓게 적용되지 않는다.

Chen 박사는 "이번 연구는 ACEI와 ARB를 비교한 연구"라며 "연구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항고혈압제 계열보다 ARB를 선호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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