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일 대한고혈압학회 국제학술대회 개최
건보공단 데이터 분석 결과, ARB군 암 발생 위험 감소
다른 항고혈압제 계열도 암 발생 위험 증가와 연관성 없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2018년 발암가능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되면서 파장이 일었던 발사르탄. 그런데 발사르탄 등 안지오텐신차단제(ARB)가 오히려 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반전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ARB를 복용한 고혈압 환자에게서 전체 암 발생 위험 감소가 확인됐다. 이와 달리 다른 항고혈압제는 암 발생 위험 감소와 유의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후향적 비무작위 코호트 연구로 진행됐기에 결과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지만, 항고혈압제가 최소 고혈압 환자의 암 발생 위험을 높이진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이대서울병원 조인정 교수(순환기내과)는 5~6일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대한고혈압학회 국제학술대회(HYPERTENSION Seoul 2021)에서 '고혈압 환자에서 항고혈압제에 따른 암 발생 위험도에 관한 연구(Antihypertensive Drugs and Risks of Cancers)' 결과를 발표했다.

장기간 항고혈압제 복용에 따른 악성종양 우려 제기

암과 고혈압은 비만, 신체활동 부족,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위험요인을 공유한다. 고혈압 환자는 신장암, 유방암, 대장암 등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지만 연관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고혈압 환자는 항고혈압제를 오랜 기간 복용해야 하기에 이에 따라 악성종양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대서울병원 조인정 교수는 5~6일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대한고혈압학회 국제학술대회(HYPERTENSION Seoul 2021)에서 'Antihypertensive Drugs and Risks of Cancers'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대서울병원 조인정 교수는 5~6일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대한고혈압학회 국제학술대회(HYPERTENSION Seoul 2021)에서 'Antihypertensive Drugs and Risks of Cancers'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11년에 발표된 무작위 연구의 메타분석에서는 ARB,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베타차단제, 이뇨제, 칼슘통로차단제(CCB) 등 항고혈압제가 암 발생 위험을 높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학계의 우려를 잠식시키는 듯했다.

하지만 ACEI와 ARB 병용요법이 암 발생과 연관됐는지에 물음표가 달리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에 더해 2018년 발사르탄 원료에 발암가능물질이 검출되면서 ARB가 고혈압 환자에게 안전한지에 대한 논란이 더해졌다. 

조인정 교수는 "항고혈압제 개발 과정을 보면 1957년 티아지드 이뇨제가 개발됐고 ACEI가 1970년대, 최근 많이 처방되는 ARB가 1990년도에 임상에 도입됐다"며 "ARB의 도입기간이 짧지만 30년 정도 처방했으면 암 발생 위험을 평가할 충분한 시간이 됐다고 생각했다"며 연구 배경을 소개했다.

ARB군, 전체 암 위험17%↓…장기간 복용할수록 크게 감소

연구팀은  건보공단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항고혈압제를 처방받은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항고혈압제와 암 발생의 연관성을 평가했다. 연구에서 확인한 항고혈압제 계열은 ACEI, ARB, 베타차단제, CCB, 이뇨제 등 총 다섯 가지였다. 

2005~2012년 고혈압으로 진단받은 환자 중 암이 없으며 새롭게 항고혈압제를 처방받은 약 7만 명의 데이터가 분석에 포함됐다. 항고혈압제 처방 기간이 1년 이내인 환자는 제외됐다. 

항고혈압제 치료군은 최소 1년 이상 처방받은 환자로, 비치료군은 항고혈압제를 한 번도 처방받지 않은 환자로 정의했다. 처방된 항고혈압제는 ARB, CCB, 이뇨제, 베타차단제, ACEI 순으로 많았다. 추적관찰 8.6년(중앙값) 동안 전체 암 발생률은 6.4%로 조사됐다. 

항고혈압제 계열별 전체 암 발생 위험을 분석한 결과, ARB군은 비치료군보다 전체 암 발생 위험이 교란요인 보정 전 약 26%, 모두 보정 후 17% 의미 있게 낮았다. ARB를 제외한 다른 계열 약제는 전체 암 발생과 유의한 연관성이 없었다.

암 위치에 따라서는 모든 교란요인 보정 후 ARB군에서 간암 위험이 33%, 위암 24%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광암, 유방암, 췌장암 등과는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베타차단제군은 방광암 위험이 50%가량 증가하고 췌장암 위험은 33%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베타차단제군에서 방광암 또는 췌장암 발생 환자 수가 각 51명과 11명에 불과해 결과가 의미 있는지에 대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정리됐다. 

아울러 시간차이(time lags) 분석을 통해 ARB 처방 후 1년 단위로 암 발생 위험을 3년 동안 평가한 결과, 복용 기간이 길수록 암 발생 위험이 줄었다. 

특히 ARB 처방 기간이 1~2년이면 암 발생 위험 감소와 유의한 연관성이 없었지만 3년 이후부터 의미 있게 줄어 5년 이상 장기간 처방받으면 30%가량 크게 감소했다. 

조인정 교수는 "다섯 가지 계열의 항고혈압제는 암 발생 위험을 높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ARB는 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처럼 결과가 나타났다"며 "단, 건보공단 데이터는 처방데이터이기 때문에 약물 사용을 정확하게 분석해 상관관계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어떤 방법으로 분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면밀한 통계적 보정이 필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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