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協, 정책보고서 통해 미국과 유럽 진출 전략 수립 강조
체급 키우기 위해 반복적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역량 우선 갖춰야
장기적 시각으로 거점 선택하고 시장 안에 전초기지 확립할 것

이미지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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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세계 최대 규모의 제약시장인 미국과 두 번째로 큰 유럽 시장 진출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모든 제약바이오기업이 미국과 유럽에 진출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입에 담고 있는 말이 된 것.

전문가들은 코로나19(COVID-19)를 핑계로 해외 활동에 숨 고르기를 할 게 아니라 미국과 유럽 시장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걸음마 단계를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꿈만 꿀 것이 아니라 일본과 중국처럼 해외 주요 시장에 전초기지를 확보하고 전략적 제휴로 블록버스터 신약개발을 지속하는 등 글로벌 역량을 체득하라는 것.   

유한양행 BD(Business Development) 김한곤 팀장과 스위스 바젤 투자청 오봉근 대표는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책보고서를 통해 국내 제약사가 미국과 유럽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 이유와 갖춰야 할 역량 등을 설명했다.
 

국내 제약기업 중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곳 없어
블록버스터 신약개발 역량 키워 체급 늘려야

김 팀장은 현재 국내 제약사의 위치부터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제약사 상위 5개사조차도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는 게 현실이라며, 진정한 글로벌 제약사로 인정받기에는 체급의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제약사의 체급은 매출로 귀결되고 이 매출을 창출하는 제품을 흔히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라고 부르는데, 이를 개발하고 상업화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느냐로 글로벌 제약사로의 성장 가능성이 결정된다는 의미다.  

김 팀장은 "신약개발을 통한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미국시장 도전이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자금과 시간을 당장 투입할 역량이 없는 국내 제약사들은 어떤 전략을 순차적으로 세워야 할까. 

김 팀장은 외부 아이디어를 이용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내 제약사가 보유한 특장점을 신약개발 단계에서만 수행하고 자금과 전문성이 결여된 단계는 외부 기관을 통해 진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총체적 역량을 보유하지 않아도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을 경험하는 게 우선이라는 뜻인데, 실제로 최근 국내사에서 신약후보물질을 초기단계까지 개발하고 아웃 라이센싱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지만 개발 이후 상업화 단계에 대한 경험을 누적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다.

반대로 후보물질을 원개발사로부터 도입해 개발하는 경우에는 전임상이나 초기임상 등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김 팀장은 "필요에 따라서 인&아웃 라이센싱을 벗어나 유동성 있는 전략적 제휴모델을 제안해 전문성을 보유한 분야의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더 중요한 것은 고도화된 BD 역량을 사용해 반복적으로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블록버스터 신약을 연속적으로 개발한 이후의 준비를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게 김 팀장의 주장이다.

글로벌 매출을 일으키는 마케팅 역량을 확보하고 신시장 개척을 통한 사업확장이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해 개발단계 이후의 상업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다케다제약이 블록버스터 신약을 출시하며 글로벌 제약사로 체급을 키워갈 수 있었던 원동력도 미국의 애보트 등과 전략적인 제휴를 통해 신약개발 역량과 글로벌 마케팅 역량을 함께 습득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김 팀장은 "선제적으로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은 단발성 호재로 그칠 것"이라며 "국내 제약사가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성공을 발판으로 삼아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하려면 그 블록버스터 시장 안에 전초기지를 확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초기지를 세우고 싶은 기업이 블록버스터 신약에 걸맞은 매출을 올리고 전략적 제휴를 할 상대가 가장 많은 곳이 미국이기 때문에 미국 시장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유럽시장 진출은 전략적 거점 선택부터 시작
장기적 시각으로 오픈이노베이션 기회 잡아야

오 대표는 유럽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뤄내려면 전략적 거점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걸음마 단계인 국내 제약사의 해외 진출 및 투자는 아직도 사업과정에서 우연히 만난 해외 파트너사 또는 자문사 등의 네트워크에 의존하거나 주요 임직원의 출신 학교 등 제한된 연고지를 중심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게 오 대표의 지적이다.

오 대표는 "유럽에서는 사업상의 연고를 통한 거점 선택이 아닌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 종합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체계적으로 접근해 결정해야 한다"며 "오픈이노베이션이 필수인 의약품 개발환경에서 스위스 바젤이 왜 부각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바젤은 로슈나 노바티스 등이 30분 거리에 밀집돼 있고 제약바이오 업체 약 700개, 관련 종사자 3만 2000여 명이 활동하는 지역이다. 

또한 공식적인 법인세가 유럽 내에서 가장 낮은 지역 중 하나다.

이에 중국 항서제약은 최근 바젤에 50여 명의 현지 인력을 확보하고 본격적인 교두보 마련에 나선 바 있다. 

오 대표는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에게 유럽 시장은 아직 불모지"라며 "수많은 오픈이노베이션 기회가 존재하는 곳"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당장의 임상 시험 승인과 최종 승인에 매몰되지 말고 유럽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데이터에 기반한 냉철한 판단을 통해 국내 제약사의 발자국을 넓힐 시점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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