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영업·마케팅 집중하느라 상대적으로 생산·품질 등한시 해
보령제약 이삼수 대표 “업계 파이 키워서 구조적 모순 벗어나야”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올해 상반기 제약업계와 국민 사이의 신뢰 관계에 균열을 낸 임의제조 사태가 의약품 영업·마케팅에 집중하느라 생산·품질을 등한시한 과거 행태에서 기인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임의제조 문제를 극복하고 신뢰도를 제고하려면 제약사들 스스로가 제네릭 품목 수를 줄이고 품질 혁신을 이루는 등 반성과 노력이 함께 수반돼야 한다는 첨언이다.

특히 이러한 노력에는 품질 관련 인력 교육, GMP 수준 향상, 업계 파이 확대 등이 포함된다.

보령제약 이삼수 대표는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간한 ‘KPBMA Brief Vol. 22’를 통해 ‘의약품 품질 혁신과 신뢰도 제고’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이 글은 허가와 다르게 의약품을 생산하거나 자료를 조작하는 풍토가 언제부터 시작돼 왜 지금까지도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를 시대적 배경, 기술적 요인, 환경적 측면 등으로 나눠 서술하고 있다.
 

제약산업 발전 과정에서 파생된 문제
외국보다 관대한 제네릭 허가제도 원인

이 대표는 임의제조 문제의 경우 제약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시대적인 배경에서 원인을 찾았다.

예전에 국내 제약회사의 기술이 일천했을 때는 외국 제약사들의 허가자료를 모방해 그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허가를 신청했기 때문에 작은 변화나 변동이 생겨도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행했다는 것.

이 대표는 “오래 전에 허가 받은 제품이 허가 사항과 다른 경우가 가끔 발생하기 때문에 실제 생산과 품질이 내용이 같은지 항상 점검하고 일치시키려는 작업에 몰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요인으로는 외국보다 관대한 제네릭 허가 제도를 꼽았다.

이는 경미한 공정 변화는 비교붕해나 비교용출 등의 방법으로 변경을 시도할 수 있지만, 생동을 실시해야 할 정도의 변동이 있는 경우에는 선뜻 허가변경을 시도하지 못하고 시기를 놓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서양 국가와 같이 제네릭 제품에도 CTD(Common Technical Document)의 도입이 필요하게 됐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 관련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제약업계의 환경적인 구조 측면에도 원인이 있다.

실제로 제약바이오협회 통계를 기준으로 2019년 제조업소는 477개이고 공장 개수로 따지면 500개 이상이다.

당시 생산액인 23조원을 업소 수로 나누면 업소당 평균 생산량이 약 500억원 수준인데, 이중 상위 20%를 제외한 하위 80%의 평균 생산액이 189억원이다.

하위 20%를 기준으로 보면 평균 생산액이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인데, 이 때문에 그간 한국의 제약바이오업계가 유능한 공장장 및 제조·품질책임자를 키워낼 수 있는 환경이었는지가 의문이라는 게 이 대표의 지적이다.

즉, 영업·마케팅 위주로 성장한 만큼 기술과 품질 분야에 투자를 한 업체는 많지 않을뿐더러 교육 훈련에도 게을리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약바이오協, 의약품 품질관리 혁신 TFT 구성
혁신의약품컨소시엄 통해 QbD 지원사업 시행

이 대표는 이번 임의제조 사태로 국내 제약사의 품질 불신 현상과 다국적사의 오리지널 선호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미래 자체가 위기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에 한국제약바이오협회부터 품질 수준 향상과 경쟁력 제고,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상태다. 

의약품 품질관리 혁신 TFT를 결성한 것인데, 실체가 있는 혁신 활동을 위해 국내 제약회사의 CEO 중 품질 혁신에 관심 있고 실행력이 높은 4명을 선정해 임원진에 포함했다.

또한 14개 업체의 연구소장, 공장장, 개발임원, 품질임원으로 구성된 실무 TF를 산하에 구성해 세부적인 품질 혁신 활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TFT 활동의 추진 전략은 △의약품 품질관리 강화 △제조소 GMP 수준 강화 △인력 수준 강화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아울러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을 통해 QbD(Quality by Design) 지원 사업을 시행 중이며, GMP 수준 및 역량 향상을 위한 온라인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자금 지원책이나 신속 심사, 약가 보상, GMP 실태 조사 사전심사 예고제도 및 지도점검 확대, GMP 실사관 확충, 해외 규제기관 경력자 자문관 고용 등을 검토 중인 식약처의 정책과 발을 맞추기 위함이다.
 

1+3 공동생동 법안 기점으로 품목 수 줄여야
품질 등한시 한 과거 반성하고 파이 키울 것

하지만 현재의 의약품 품질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TFT 활동만으로 부족하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결국 국내 업체가 스스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의미다.

이 대표는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공동생동 1+3 제한 법안을 기점으로 각 회사의 품목수를 줄이되 내실을 다지는 경영을 앞세워 유통 질서를 정상화하고 품질 부문에 투자해 인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품질 인원 당 품목수를 지속적으로 줄여 품질 경영에 나서자는 것이다.

특히 제약바이오 업체 종사자들에 대한 교육과 육성을 강화해 품질에 투자하는 것이 바로 영업으로 직결된다는 인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 영업과 마케팅에 집중하느라 공장 설비와 인원 교육에 손 놓고 있던 세월을 빠르게 극복하자는 뜻이다.

단, 제약바이오 업체 수를 강제로 줄일 수 없기 때문에 업계 자체의 파이를 키워야만 구조적인 모순을 벗어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과도한 제조업소와 품목수가 품질 경영에 지장을 주는 원인의 하나라면 기왕 허가된 제약바이오 업체를 강제로 줄일 수는 없으니, 각 회사는 연구개발과 수출증대를 통해 의약품 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궁극적인 품질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는 각 회사의 상호 교류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품질 관련 인력이나 공무 인력들의 규모와 영역을 확대해 의약품 시장의 파이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그동안 영업과 마케팅에 주력하고 생산과 품질을 등한시 한 과거, 소극적인 품질 개선 노력 등을 반성해야 한다”며 “과거의 잔재를 씻고 현재의 역량을 개선해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어야만 의약품 강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