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개념 '죽음의 병→관리 가능한 병'으로 변화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올해로 인슐린 발견 100주년을 맞았다.

인슐린 발견 전 당뇨병은 발병하면 사망하는 '죽음의 병'이었지만, 발견 후 '관리 가능한 병'으로 질환 개념이 바뀌었다. 이에 인슐린 발견은 20세기에 구현된 가장 중요한 의학적 진보이자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인슐린 발견이 당뇨병 관리 시대를 열면서 당뇨병 환자를 위한 인슐린 치료는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초기에는 소, 돼지 등 동물 췌장에서 추출한 인슐린을 치료에 활용했지만 불순물 없이 순수 인슐린으로만 이뤄진 단일성분 인슐린,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합성한 인간 인슐린,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해 반합성한 인슐린 아날로그가 탄생하는 등 지난 100년간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인슐린 치료가 당뇨병 환자 관리에 중요하다는 점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미래 100년을 위해 앞으로 인슐린 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해결해야 할 숙제는 무엇일까? 

본지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인슐린 발견 100주년의 의미를 돌아보고, 인슐린 치료 장벽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과 미래 인슐린의 모습을 조명했다. 

[창간20주년-①]인슐린 발견 100주년, 미래 100년을 준비하다

[창간20주년-②]낮은 국내 인슐린 치료율, 원인은 치료 저항성

[창간20주년-③]고정관념 깬 新인슐린 등장 기대감 솔솔

[창간20주년-④]"학회 인정받은 '당뇨병 교육자'에 차별화된 혜택 줘야"

[창간20주년-⑤]"당뇨병 환자 사용 편리한 새로운 인슐린·의료기기 개발 중"

1921년 인슐린 발견→1923년 노벨 생리의학상

역사적 사건으로 꼽히는 인슐린 발견은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슐린은 캐나다 외과의사 프레더릭 밴팅과 당시 의대생이던 찰스 베스트에 의해 발견된다.

이들은 개의 췌장관을 묶어 며칠 기다렸다가 섬 모양의 반점 부분을 떼어내 분석하고, 그 추출물을 당뇨병을 일으킨 개에게 주사하는 실험을 되풀이했다. 실험 대상이된 개가 91마리가 될 때까지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92마리째 실험에서 추출물을 주입받은 개의 혈당이 떨어졌다. 

처음에 이 추출물은 아일레틴(isletin)으로 명명됐다. 그러나 1910년 영국 생리학자 샤피-셰이퍼가 췌장의 랑게르한스섬에서 추출해 인슐린(insulin)으로 명명했던 물질과같다고 밝혀지면서 인슐린으로 불리게 됐다.

세계 최초로 인슐린을 투여받은 당뇨병 환자는 체중이 30kg이었던 14살 레널드 톰슨이다. 당뇨병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부모는 한 번도 인체에 시도한 적 없던 인슐린 치료를 동의했다. 1922년 1월 11일, 처음으로 사람에게 인슐린을 주사한 날이다.

이후 톰슨은 정상 수준의 혈당 수치를 회복했고 13년을 더 생존했다. 밴팅과 베스트는 이 결과를 Canadian Medical Association Journal에 발표했다. 이 논문은 당뇨병 치료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고 평가된다.

밴팅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연구실을 제공해주고 실험에 대해 조언한 캐나다 토론토대학 맥클리어드 교수와 19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인슐린 발견으로 당뇨병 환자 생존율↑

인슐린 발견은 당뇨병에 대한 개념 변화를 이끌었다. 100년 전 당뇨병은 발병하면 사망하는 질환이었다. 당시 당뇨병 치료 목표는 '요당이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하루 450kcal 미만으로 고단백질, 저탄수화물을 섭취하는 식이요법을 진행했다. 당뇨병 환자는 굶주림 치료(starvation treatment)를 받아 음식을 먹지 못하고 기아상태가 될 수밖에 없었다.

1916년 미국 하버드의대 매사추세츠병원에서 인슐린 발견 전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1824~1898년 68%, 1899~1913년 41%로 조사됐다. 인슐린 발견 전 당뇨병 환자 약 2명 중 1명은 사망했다는 의미로, 당뇨병이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었음을 방증한다.

그러나 인슐린 발견 후 당뇨병 환자의 생존율은 급격하게 향상됐다. 미국 조슬린클리닉에서 인슐린 발견 전·후 10세 미만의 1형 당뇨병 환아 사망률을 조사한 결과, 발견 전인 1897~1914년은 1000인년(person-years)당 824명, 1914~1922년은 386명이었다. 반면 발견 후인 1922~1926년 1000인년당 사망률은 61명으로 전보다 6배 이상 감소했다.

하지만 세기의 발견으로 평가되는 인슐린을 당뇨병 환자 치료에 활용하기까지의 과정은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걷진 않았다. 

1930년 JAMA에는 미국 메트로폴리탄 생명보험 회사가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치료 사례를 분석한 결과가 실렸다(JAMA 1930;94(25):1971~1974). 결과에 의하면, 당뇨병 환자 총 1800명 중 49%(881명)만 인슐린을 투약했다. 인슐린으로 치료받은 당뇨병 환자의 54%는 사망 전 한 달 이내에 처음 인슐린을 투여했다.

의료진이 인슐린 치료를 주저한 이유는 인슐린의 생리학적 특징이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았고 저혈당에 따른 특이 증상이 우려됐기 때문이었다. 이에 의료진은 인슐린 치료가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속효성에서 장시간형까지…멈추지 않은 인슐린의 진화  

만족할만한 당뇨병 치료를 위해 인슐린은 발전을 거듭했다. 최초로 사용한 인슐린은 속효성 인슐린(RI)인 소의 췌장에서 추출한 아일레틴이다. 단기간에 신속히 작용하지만 최고 작용이 2~4시간, 효능이 8시간 이내라는 점에서 자주 투여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1936년 장기간 지속되는 프로타민 인슐린(PI) 제제가 개발됐다. 2년 후인 1938년에는 PI에 아연을 혼합해 작용시간이 더 길어진 프로타민 아연 인슐린 현탁액이 등장했다.

1940년대에는 지금도 사용하는 중간형 인슐린 NPH (Neutral Protamine Hagendorn) 인슐린이 개발된다. NPH 인슐린은 PI와 달리 RI와 혼합 주사가 가능하다. 아침·저녁 식전에 2회 주사하면 생리적 기전과 유사하게 혈당을 조절할 수 있다. 

이후 1959년 영국 생화학자 프레더릭 생어가 소의 인슐린(bovine insulin) 아미노산 배열순서를 규명하면서 1960년대 들어 처음으로 인간 인슐린이 화학적으로 합성됐다. 하지만 1970년대 초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합성한 인간 인슐린이 등장하면서 화학적으로 합성한 인슐린보다는 유전자 재조합 인간 인슐린이 주목받았다. 

이어 1996년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해 반합성한 첫 인슐린 아날로그인 리스프로가 개발됐다. 인슐린 아날로그는 인간 인슐린의 약동학·약력학을 더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뤄졌다. 

2000년도에는 장시간형 인슐린인 글라진, 디터미어 등에 더해 생리적으로 인슐린 분비능과 가까운 초속효성인 글루리신, 아스파트 등이 등장했다. 2015년에는 글라진보다 작용시간이 긴 데글루덱이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는 등 괄목할만한 진보가 이뤄졌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