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병원 이상열 교수팀 '아미노산-옥시리핀’ 바이오마커 지목
"기존보다 간편하게 혈액검사로 황반부종 찾아내는 데 기여할 것"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이상열 교수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이상열 교수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양민후 기자] 당뇨병 주요 합병증 가운데 '당뇨병성 망막병증(DR)'과 '당뇨병성 황반부종(DME)'의 관계는 흥미롭다.

DME는 DR의 일환으로 발생한다. 그런데 DR이 심하지 않아도 DME가 나타날 수 있고, DR이 심해도 DME는 발현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오묘한 관계로 DME 진단이 어려웠다. 특히 DME는 시력 상실의 주 원인이기에 보다 쉽게 환자를 선별할 방법이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연구팀이 해결책을 제시했다. ‘아미노산’과 ‘옥시리핀’ 등을 DME의 잠재적 바이오마커로 지목했다.

해당 마커들은 높은 진단 가치를 보여 향후 역할을 기대하게 했다. 무엇보다 혈액 검사로 간편히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가능성이 주목 받는다.

경희대병원 이상열 교수(내분비내과)팀은 ‘혈장 아미노산과 옥시리핀, DME의 잠재적 바이오마커’ 연구결과를 Nature 자매지 Scientific Reports에 지난 5월 6일 게재했다.

연구는 병력 15년 이상인 고령 2형 당뇨병 환자 18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환자들 중 124명(67.8%)은 DR, 46명(25.1%)은 DME로 진단됐다.

연구팀은 성향점수매칭을 거쳐 DME 환자–비 DME 환자 30쌍의 탐색 코호트를 구성했다. 그리고 비표적 대사산물 및 옥시리핀 분석을 통해 DME 진단을 도울 혈장 바이오마커를 살펴봤다.

이 과정을 바탕으로 비표적 분석에서 49개, 옥시리핀 분석에서 60개 대사산물을 후보로 선별했다. 후보들은 다시 43쌍의 확장 코호트에서 확증 과정을 거쳤다.

최종 후보 기준은 탐색 코호트에서 곡선아래면적(AUC) 0.7을 초과한 대사산물로 DME 환자와 비 DME 환자를 구분 짓는 특성을 가져야 한다.

그 결과, 5개 아미노산(아스파라긴∙아스파르트산∙글루탐산∙시스테인∙라이신)과 2개 유기 화합물(시트르산∙요산) 그리고 4개 옥시리핀(12-oxoETE∙15-oxoETE∙9-oxoODE∙20-carboxy leukotriene B4)이 최종 후보로 뽑혔다.

수신자 조작 특성(ROC) 곡선 분석에서 5개 아미노산+2개 유기 화합물(AUC=0.918)과 4개 옥시리핀(0.957)이 높은 진단적 가치를 보였다.

연구팀은 “종합적 대사체학 접근법으로 DME 진단을 위한 여러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고 대사경로를 분석해 발병 메커니즘을 시험했다”며 “혈장 아미노산, 유기 화합물, 옥시리핀은 유병기간이 긴 2형 당뇨병 환자의 DME 예후를 판단할 인자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바이오마커, 선별검사에 활용 가능성 높다”

이상열 교수는 발굴한 바이오마커들이 혈액을 통해 확인 가능한 점에서 검사 편의성을 높일 것으로 평가했다.

연구 디자인 측면에선 코호트 구성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개인의 내재적 특성이 미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병력이 긴 환자군 중 DME 환자–비 DME 환자를 대조했다고 안내했다.

이 교수는 “황반은 눈에 들어온 빛이 모이는 곳”이라며 “여기에 부종이 생기면 빛이 제대로 모이지 못해 시력이 크게 떨어져 사물이 어그러지는 증상 등을 동반한다”고 설명했다.

또 “DME는 당뇨병 환자 시력 상실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해당 질환은 DR의 일환으로 진행되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DR이 심하지 않아도 DME를 앓을 수 있고 반대인 경우도 존재한다는 점”이라고 부연했다.

이는 연구의 계기가 됐다. 시력에 영향을 미치는 DME에 집중해 병인과 진단법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바이오마커를 발굴할 수 있었다고 이 교수는 풀이했다.

경희대병원 이상열 교수가 안저촬영 사진을 바탕으로 당뇨병성 황반부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희대병원 이상열 교수가 안저촬영 사진을 바탕으로 당뇨병성 황반부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재 안과 분야에는 안저촬영 및 광간섭단층촬영(OCT) 등 효과적인 황반부종 진단 수단이 있다. 그러나 다소 복잡하고 번거로운 과정을 수반한다.

검사 과정의 허들에 따라 당뇨병 합병증 관련 치료가 적극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런 배경에서 연구의 의의와 바이오마커의 쓰임새를 유추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혈장 대사인자로 당뇨병 안과적 합병증의 예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데 의의가 있다”며 “발굴한 바이오마커를 활용하면, 혈액검사를 통해 비교적 높은 정확도로 간편하게 DME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내분비내과는 많은 당뇨병 환자를 진료하고 합병증 유무를 봐야하기에 간편∙정확하면서 비용부담이 낮은 검사가 필요한데, 이런 선별검사 영역에서 바이오마커가 유망하게 활용될 것”이라며 “현재 관련 특허를 국내에서 출원했고, 해외에서도 신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연구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풀었다. 

코호트 구성은 임상 현장에서 영감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는 병력이 길어도 DME 등 합병증을 앓지 않는 환자가 있다. 단순 약제 등 효과보단 멀티오믹스로 대변되는 개인의 내재적 특성에 따른 결과일 수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코호트 구성은 ‘병력이 긴 환자군 중 합병증이 있는 환자와 없는 환자’ 형태를 갖추게 됐다.
 
난관은 단계마다 존재했다. 연구 참여자들이 고령이어서 협조 요청부터 임상시험 정보 제공, 시료 확보 등 과정이 쉽지 않았다.

대사체 분석 과정에선 건국대 이충환 교수팀의 도움이 컸고, 일련의 어려움을 잘 극복해내면서 연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전언이다.

멀티오믹스 접근법의 성공이란 시각에 대해 이 교수는 ‘작은 조약돌을 놓은 정도’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멀티오믹스는 설문조사로 얻은 개인의 기본 정보와 병원 검사 정보, 유전체∙대사체∙장내 미생물 등을 통합분석하는 방식”이라며 “이번 연구는 옥시리핀과 대사체에 기반한 점에서 멀티오믹스라고 표현하기에 제한점이 있다”고 말했다.

향후 당뇨병 합병증 관련 연구분야에서 지켜볼 사안은 무엇일까.

이 교수는 “당뇨병 환자 치료는 혈당 조절과 더불어 총체적 위험인자를 관리해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서 심혈관질환이 가장 큰 이슈였으나 스타틴, GLP-1 유사체, SGLT-2 억제제 등 좋은 약이 많이 나와 이미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역설적으로 당뇨병 관리가 잘 이뤄지면서 환자 수명이 길어지고, 이에 따라 간과했던 합병증이 많이 생기고 있다”며 “예컨대 미세혈관 계통 합병증과 눈, 콩팥, 신경계통 그리고 중추신경계에서 뇌질환∙치매∙인지력 장애 등을 관심있게 지켜보는 분야”라고 지목했다.

또 “이런 문제는 개인의 힘보단 여러 연구자가 합심해 풀어나가야 한다”며 “다방면에서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머지 않은 미래에 환자들에게 더 나은 관리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