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NHANES 30년 추이 분석…만성 콩팥병↓·CVD와 망막병증 변화 없어
대한당뇨병학회 '합병증 팩트시트'…당뇨병성 신증↑·CVD↓·망막병증↑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우리나라와 미국 데이터를 통해 제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의 합병증 유병률 추이를 비교한 결과, 국가 간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내 30년간 당뇨병 합병증 유병률 추이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만성 콩팥병 유병률은 유의하게 감소했고 특히 알부민뇨 유병률 감소가 두드러졌다. 반면 심혈관질환 또는 망막병증 유병률은 큰 변화가 없었다. 결과는 Diabetes 3월호에 실렸다(Diabetes Care 2021;44(3):699~706).

▲미국 내 30년간 당뇨병 합병증 유병률 추이 분석 결과 재구성(Diabetes Care 2021;44(3):699~706). 
▲미국 내 30년간 당뇨병 합병증 유병률 추이 분석 결과 재구성(Diabetes Care 2021;44(3):699~706). 

이와 비교해 2006~2015년 국내 당뇨병 합병증 유병률 추이는 당뇨병성 신증 증가, 심혈관질환 감소, 망막병증 증가로 정리됐다.

분석한 데이터와 분석 기간, 정의 등이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양국 간 당뇨병 합병증 유병률 추이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30년간 당뇨병 합병증 유병률 추이는 1988~1994년과 1999~2018년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에서 2년 이내에 새롭게 당뇨병을 진단받은 20세 이상의성인 1486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당뇨병 합병증은 △알부민뇨: 알부민-크레아티닌 비 30mg/g 이상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 감소: eGFR 60mL/min/1.73㎡ 미만 △망막병증: 망막 미세동맥류 또는 반점출혈 확인 △자가보고한 심혈관질환: 울혈성 심부전, 심장마비 또는 뇌졸중 등으로 정의했다. 만성 콩팥병은 알부민뇨가 확인됐거나 eGFR 감소 또는 두 가지를 모두 동반한 경우로 설정했다. 

국내 당뇨병 합병증 유병률 추이는 2019년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국내 당뇨병 및 합병증 팩트시트'에서 확인했다. 팩트시트는 2006~2015년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 코호트를 토대로 30세 이상의 당뇨병 환자에서 합병증 유병률을 조사했다. 

콩팥병, 美 ACEI/ARB 사용 증가 영향
韓 당뇨병 환자 생존율 증가 기인

먼저 미국 만성 콩팥병 유병률은 1988~1994년 40.4%→1999~2008년 28.0%→2009~2018년 25.5%로 유의하게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알부민뇨 유병률은 38.9%→21.0%→18.7%로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 있게 줄었다. 이와 달리 eGFR 감소 유병률은 7.5%→10.2%→9.9%로 유의한 변화가 없었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 Elizabeth Selvin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 혈압, 지질 등이 개선되면서 알부민뇨 유병률이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함께 만성 콩팥병 진행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가진 ACEI/ARB의 사용이 늘어 만성 콩팥병 유병률이 감소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분석에서 ACEI/ARB로 치료받은 만성 콩팥병 비율은 1998~1994년 13.6%→1999~2008년 50.7%→2009~2018년 59.9%로 1999~2008년에 크게 증가했다. ACEI/ARB를 투약한 알부민뇨 비율도 12.4%→43.5%→59.0%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내분비내과)는 "미국의 알부민뇨 유병률이 1999~2008년에 상당히 감소한 이유는 이 시기에 ACEI/ARB의 사용이 늘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2009~2018년에도 유병률이 소폭 줄었는데, 이는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 등 항당뇨병제 도입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2006~2015년 국내 당뇨병성 신증 유병률 변화. 2019년 대한당뇨병학회 '국내 당뇨병 및 합병증 팩트시트' 슬라이드.
▲2006~2015년 국내 당뇨병성 신증 유병률 변화. 2019년 대한당뇨병학회 '국내 당뇨병 및 합병증 팩트시트' 슬라이드.

반면 국내 당뇨병 환자에게서 발생한 콩팥병, 즉 당뇨병성 신증 유병률은 오름세를 보였다. 

2006년과 2015년의 당뇨병성 신증 유병률은 100명당 남성 8.6명→12.9명, 여성 8.1명→11.8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시기 말기 신질환(ESRD) 유병률도 1만 명당 남성 90명→117명, 여성 73명→100명으로 늘었다.

국내 당뇨병성 신증 유병률이 증가한 이유는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당뇨병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임 교수는 "우리나라는 1980년대 자료가 없다. 1980년대 자료가 있었다면, 국내 당뇨병성 신증 유병률도 상당히 높았다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을 것"이라며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당뇨병 환자가 조기 사망하지 않고 장기간 생존하면서 만성 콩팥병 환자가 늘었다. 이로 인해 국내 당뇨병성 신증 유병률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심혈관질환, 美 변화 없지만 '자가보고' 한계점
韓 '심부전' 유병률 상승 주목

심혈관질환 유병률은 미국이 30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지만 우리나라는 허혈성 심질환, 뇌졸중 등 유병률이 대체로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그러나 국내 심부전 유병률은 증가세를 보였다. 

미국의 자가보고한 심혈관질환 유병률은 1998~1994년 19.0%→1999~2008년 14.8%→2009~2018년 16.5%로 비슷했다. 

세부적으로 △울혈성 심부전 6.9%→6.4%→5.1% △뇌졸중 6.8%→6.4%→6.4% △심장마비 10.2%→6.6%→9.4%로 조사됐다. 

그러나 미국 심혈관질환 유병률은 환자가 자가보고한 병력을 분석했다는 한계가 있다.

Selvin 교수는 "심혈관질환 유병률은 NHANES에 자가보고한 병력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고령의 당뇨병 환자에게 무증상 심혈관질환이 흔하게 발생한다는 점과 생존율 개선이 이번 결과에 반영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2006~2015년 국내 당뇨병&심혈관질환 합병증 유병률 변화. 2019년 대한당뇨병학회 '국내 당뇨병 및 합병증 팩트시트' 슬라이드.
▲2006~2015년 국내 당뇨병&심혈관질환 합병증 유병률 변화. 2019년 대한당뇨병학회 '국내 당뇨병 및 합병증 팩트시트' 슬라이드.

국내 심혈관질환 유병률은 허혈성 심질환, 뇌졸중 등은 감소했지만, 심부전은 반대였다.

2006년과 2015년 허혈성 심질환 유병률은 1만 명당 426명→433명으로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2008년 505명으로 가장 크게 상승한 후 감소했다. 허혈성 뇌졸중은 같은 기간 1만 명당 255명→206명, 출혈성 뇌졸중은 103명→71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심부전 유병률은 동기간 1만 명당 98명→154명으로 증가했다. 

국내 전문가는 심혈관질환 유병률이 감소세를 보일지라도 심부전 유병률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A 교수는 "과거에 DPP-4 억제제의 심부전 안전성 이슈가 제기됐었다. 심부전 유병률 증가 시점이 DPP-4 억제제가 도입된 시점으로 추정된다"며 "그렇지만 심부전 치료 효과를 보인 SGLT-2 억제제가 임상에 처방되고 있어 앞으로 심부전 유병률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적극적인 심부전 진단이 유병률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A 교수는 "당뇨병 치료에서 심부전 관리의 중요성이 최근에 부각됐다"며 "당뇨병 환자들이 심부전 검사를 적극적으로 받아 유병률이 높아졌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망막병증, 美 진단법 발전 때문
韓 적극적인 검사로 유병률 증가 추정

망막병증 유병률은 미국은 30년 동안 안정세를 보였으나 우리나라는 증가세가 나타났다. 

미국 망막병증 유병률은 1988~1994년 13.2%→1999~2008년 12.1%로 비슷했다. 분석에서 2009~2018년 자료는 제시되지 않았다.

Selvin 교수는 망막병증 진단법의 발전이 유병률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1988~1994년에는 망막병증 진단 시 무작위로 선택한 한쪽 눈에 대해 필름 사진촬영(film photography)을 진행했지만, 2005~2008년에는 고해상도 디지털 사진촬영으로 양쪽 눈을 확인해 망막병증을 진단했다는 것이다. 

즉, 시간이 지나면서 망막병증을 더 민감하게 진단할 수 있게 돼 망막병증 유병률이 개선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는 설명이다. 

▲2006~2015년 국내 망막병증 유병률 변화. 2019년 대한당뇨병학회 '국내 당뇨병 및 합병증 팩트시트' 슬라이드.
▲2006~2015년 국내 망막병증 유병률 변화. 2019년 대한당뇨병학회 '국내 당뇨병 및 합병증 팩트시트' 슬라이드.

2006년과 2015년 국내 망막병증 유병률은 100명당 남성 12.6명→15.1명, 여성 14.7명→17.4명으로 증가했다. 단 증식성 당뇨망막병증(PDR) 유병률은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당뇨병 환자가 과거보다 안과에서 망막병증 검사를 적극적으로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지금보다 망막병증 검사가 더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임 교수는 "과거보다 망막병증 검사를 적극적으로 받아서 유병률이 증가했지만, 아직도 검사를 받지 않는 당뇨병 환자가 많다"며 "환자에게 검사를 권하고 있지만 시력이 나빠져야 검사받는 경우가 대다수다. 환자는 진단 시기를 놓치면서 치료가 어려울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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