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군은 자가진단 체크리스크 확인해야
중앙대병원. 췌장암 위험요인·자가진단 도움말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도재혁 교수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도재혁 교수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면역항암제, 표적치료제 등의 개발과 암 치료 술기의 발전으로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암을 정복할 날이 가까워졌다고 하지만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는 췌장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이 모든 암중 가장 낮은 10% 내외로 가장 치명률이 높은 암이다.

오히려 과거에 비해 췌장암은 최근 들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2021년 발표된 국가암정보센터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췌장암으로 진단된 환자는 7611명으로 전체 암의 3.1%를 차지하며 여덟 번째로 높은 발생률을 보이는 암으로 집계됐다.

특히, 수명이 길어지면서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췌장암 역시 연령이 높을수록 발생 빈도가 높아져 60~70대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전체 환자도 과거에 비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조기진단이 어렵고 쉽게 전이돼 생존율이 가장 낮은 무서운 암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여전히 치명적인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고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없는지 중앙대병원 암센터 도재혁 교수(소화기내과)와 함께 알아봤다.

도 교수는 "췌장암의 조기진단이 어려운 까닭은 정확한 발병 원인이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며 "현재로서는 유전적 요인과 함께 흡연과 고지방식이 췌장암 발생과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력은 없는데 갑자기 당뇨가 생기거나 또는 기존에 있던 당뇨병의 급격한 악화가 췌장암의 경고 신호일 수 있다는 연구들도 있다"고 부연했다.

췌장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소화 효소를 만드는 세포인 '선방세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인슐린, 글루카곤과 같은 당 조절에 필요한 호르몬을 만드는 2%가량의 소도세포로 이뤄져 있다. 

선방세포에서 만들어진 소화 효소는 췌관을 통해 십이지장으로 분비되고 소도세포에서 만들어진 호르몬은 혈액으로 배출되는데,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췌장암은 소화 효소가 배출되는 통로인 췌관에서 발생하는 선암을 말한다. 

도 교수는 "췌장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등의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능을 갖고 있는 만큼 췌장에 암이 생긴다면 당뇨병 같은 이차적인 내분비기능 장애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뇨병이 있는 경우에 췌장암 위험이 약 2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반대로 당뇨병이 췌장암의 결과일수도 있기 때문에 특별한 위험인자 없이 갑작스럽게 당뇨병이 발생한 경우 그 원인으로 췌장암을 의심해보고 복부 CT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췌장암의 약 90%는 55세 이상에서 발생하고 특히 70~80세의 고령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남성이 여성보다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적 요인도 있는데, 특히 직계가족 중에 췌장암이 있는 경우 없을 때보다 발생 위험이 9배정도 증가하며 직계가족 중 3명 이상 췌장암이 있는 경우 32배까지 위험성이 올라간다는 보고가 있다.

아울러 흡연은 췌장암의 대표적인 위험인자다.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는 약 1.7배 췌장암 발생 위험이 높고, 50년 이상 흡연을 한 경우에는 췌장암의 위험도가 2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과음, 만성췌장염, 비만, 고지방식이 등이 위험인자이며 최근 췌장의 물혹(낭종성병변) 중 일부는 췌장암으로 발전할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췌장암은 증상 없이 갑작스럽게 진행돼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력이 있거나 상대적으로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의 경우 평소 세심하게 증상 여부를 관찰하거나 자가진단 통해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성공률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도 교수의 설명이다.

췌장암의 증상은 종양의 위치와 크기, 전이 정도에 따라 달라지며 대부분의 췌장암 환자에게 복통, 소화불량과 체중감소가 발생한다. 

이유 없이 6개월 동안 평소 체중의 5% 이상 또는 4.5kg가량 체중이 감소했거나 특별한 증상 없이 소변이 진한 갈색으로 변한 경우, 복통이나 열·오한 등의 증상 없이 황달이 발생하면 췌장암을 의심해야 한다.

도 교수는 "췌장두부에 암이 발생한 경우에는 담관 폐쇄가 발생해 황달이 첫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황달 때문에 초기에는 소변색이 매우 진해지고 이유 없이 가려움증이 발생할 수 있고 오랫동안 진행되면 대변색이 회색 또는 하얗게 변하는 증상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90% 이상의 정확도로 췌장암을 초기에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혈액검사법이 개발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아울러 중앙암등록본부는 2기 이내 췌장암 완치율이 약 30%이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전언했다.

특히, 전이되지 않고 췌장에만 발생한 1기인 경우 완치율이 70% 이상이며 최근에는 면역치료와 표적항암제 치료가 일부에서 치료 효과를 보여 생존율을 높이고 있다.

도 교수는 "췌장암이 조기에 진단돼 췌장에 국한될 경우 수술을 통해 치료할 확률은 40%"라며 "췌장암 가족력이 있거나 만성췌장염, 당뇨병 환자 등 고위험군은 정기적으로 복부 CT 등을 포함한 검사를 받아야 하고 평소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확인해 몸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는 게 좋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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