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백병원 신장내과 김양욱 교수 인터뷰

해운대백병원 신장내과 김양욱 교수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해운대백병원 신장내과 김양욱 교수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뿐만 아니라 콩팥 기능이 떨어지는 환자도 덩달아 늘고 있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투석, 이식과 같은 요법이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합병증은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하락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결국 질병 치료 만큼 합병증 관리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CKD(만성콩팥병) 환자에게 발생하는 대표적인 합병증은 빈혈이 있다. 빈혈 외에도 CKD 환자의 주요 합병증에 어떤 것들이 있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방법과 향후 발전 방향 및 전망 등을 해운대백병원 김양욱 교수(신장내과)를 통해 알아봤다. 

- CKD 환자가 동반하는 합병증은 무엇이 있나?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합병증은 적혈구생성호르몬 결핍에 의한 빈혈이다. 또한 높은 혈중 인산염 수치로 근육 수축 및 뼈가 약해지기도 하고 부정맥, 근육쇠약, 식욕 감퇴, 몸이 붓는 부종 등 다양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신장이 안 좋으면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지고 다시 신장을 더 나빠지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도 문제다. 

- 대표적인 합병증으로 빈혈을 꼽았다. 빈혈은 어느 단계에서 발생하나?
통상적으로 CKD 환자는 1~5단계로 나눈다. 4단계가 투석 직전 수준이고 5단계가 투석을 해야 하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보통 빈혈은 2단계부터 발생되기도 하지만 3, 4단계를 시작으로 주로 나타나며 투석이 반드시 필요한 5단계의 경우에는 90% 이상이 빈혈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 빈혈 치료에 쓰이는 적혈구형성자극제(ESA)의 종류와 특징은?
CKD 빈혈 환자 상황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지만 1세대인 에포에틴 알파(Epoetin alfa)와 2세대인 다베포에틴 알파(Darbepoetin alfa), 3세대 미쎄라(MIRCERA) 등이 있다. 세대별로 가장 큰 차이는 작용 효과 지속시간이다. SC(피하주사) 투여 기준으로 보면 1세대는 2~3일 정도, 2세대는 2주까지, 3세대는 4주까지도 지속된다.

용량을 많이 주면 효과가 오래간다는 연구 보고가 있으며, SC가 IV(정맥주사)보다 작용 효과 지속시간이 일반적으로 길지만 3세대는 SC와 IV가 비슷하다. 작용 효과 지속시간이 짧다고 반드시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것은 아니나, 보통은 짧으면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도 빠르다. 효과적인 면에서는 용량과 횟수가 다를 뿐 별로 차이가 없다.

- 세대별 특징은 무엇인가?
통상 3세대는 월 1회, 2세대는 2주~월 1회, 1세대는 주 1~2회 투여하지만 비교연구 결과 각각의 용량을 증량하면 효과 유지 비교 측면에서 투여 횟수가 줄어들 수 있다. 1세대는 투입 즉시 효과가 빨리 나타난다는 장점이 있지만 작용 효과 지속시간이 짧아 여러 번 맞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3세대는 1세대와 반대이고 2세대는 1세대와 3세대의 중간이다. 효과를 빨리 내야 한다면 1세대를 사용하면 되고 장기간의 지속효과를 살펴보고 싶다면 3세대를 쓴다.

- 1세대→2세대 또는 3세대→2세대 전환 시 장·단점은?
1세대에서 2세대로 전환 시 투여횟수가 줄어 환자가 불편감을 덜 호소하고 안정감을 느낀다. 주사 부위 통증과 발열 등의 부작용 경험 횟수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투여 횟수가 적어지면 비용을 낮추는 장점이 있다. 다른 중요한 것은 주사를 여러 번 맞게 되면 혈색소 변동이 심한데, 작용 시간이 긴 2세대로 전환하면 이 변동이 줄어든다. 

3세대에서 2세대로의 전환은 정반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환자에 따라 용량을 높여도 기대한 만큼 헤모글로빈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 있는데, 3세대는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계속 쓰기 힘들다. 결국 중간 세대인 2세대를 사용하는 게 비용과 작용 시간 예측 측면에서 수월하다.

- ERI(ESA Resistance Index, ESA 저항성)가 발생하면 조치법은?
ESA를 투여했는데도 불구하고 효과가 없을 때, 또는 고용량을 투여해야만 효과가 나타나는 상황을 ERI라고 부른다. ERI가 높으면 유발 요인을 찾아야 한다. 대표적인 요인은 철분이 모자라 약제 투여 반응이 느려지는 '철분성 빈혈'이 있는데, 투석 환자와 CKD 환자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위장출혈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여러 염증이나 영양상태가 안 좋은 것도 원인이 될 수 있고, 특히 항고혈압 약제 중 성분에 따라 ERI를 높이는 경우도 있어 복용 약물도 잘 살펴보고 변경해야 한다. 

- ESA 바이오시밀러와 오리지널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바이오시밀러가 승인됐다는 것은 오리지널과의 동등성을 인정한 것이다. 개인적인 처방 경험상 둘 간 효과 차이는 거의 없고, 단지 바이오시밀러가 주사부위 통증이 조금 적은 것 같다. 오히려 가장 큰 차이점은 비용이다. 처방하는 입장에서 효과가 동일하다면 비용적인 측면이 더 유리한 약제를 선택하는 게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 향후 ESA 치료제가 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
통증 경감을 한다고 해도 매번 주사를 맞는 게 환자 입장에서는 불편하고 스트레스다. 경구용 약제를 개발해 상용화하는 것이 현재 가장 큰 향방이다. 또한 ESA가 빈혈 교정 외에 염증 및 사이토카인 감소, 혈관 보호 등 부수적인 효과가 있다는 데이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데, 이를 더 자세히 연구한다면 ESA의 사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본다.

특히 환자마다 투여 용량이 같아도 효과 차이가 천차만별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 것인지가 향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개인별로 어떤 약을, 얼마만큼의 용량을, 어떤 주기로 투여하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지 미리 계산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뮬레이션 등이 개발된다면 환자별 맞춤 치료와 합병증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치료제의 특정 세대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약제에 대한 장·단점을 명확히 이해해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약제를 선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최근 세대가 좋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 마지막으로 ESA 치료에 있어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국내 ESA 보험기준을 완화해야 한다. 현재 1~3세대마다 각각 투여 횟수가 제한돼 있고, 보험 적용 혈색소 기준도 예측하기 힘든 범위에 놓여 있다. 적절한 빈혈 관리를 시행하려면 보험 적용 기준 및 투여 횟수에 여유가 필요하다. 아울러 한국인에 맞는 ESA 국내 가이드라인이 빨리 나와야 관련 연구도 활발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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