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부 박선혜 기자.
학술부 박선혜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학술대회는 코로나19(COVID-19) 대유행 후 크게 변화했다. 대다수 학회는 온라인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고, 온·오프라인 또는 소규모 오프라인 학술대회는 사전등록자만 현장 참석을 허용하고 있다.

학회는 정부의 방역지침을 철저하게 지킨다는 전제로 오프라인 학술대회를 열고 있다. 

학술대회장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입장 시 비접촉식 체온계로 체온을 측정한다. 테이블마다 칸막이를 설치해 참석자간 접촉을 최대한 막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반드시 지켜야 하는 방역지침이다. 

이 때문에 학술대회 참석자들이 악수보단 눈인사하는 모습, 마스크 착용으로 숨을 헐떡이고 혹시 마스크가 내려갈까봐 붙잡는 강연자의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 돼버렸다.

그런데 '철저한' 방역지침 하에 진행되는 학술대회에 정말 허점은 없을까.

사전등록해 참석했던 춘계학술대회들은 전반적으로 방역지침을 잘 지키는 모습이었다. 입장 전 체온을 여러 번 측정하고 자가문진표를 작성하도록 했다. 자가문진표 작성 시 사용한 펜은 가져가도록 해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했다. 학술대회장에서 '마스크 착용' 안내문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방역의 구멍은 강연 진행 과정에서 드러났다. 대부분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강연이 이뤄졌지만 완벽하지 않았다. 

학술대회에 참석한 한 정부 관계자는 토론 과정에서 마스크가 코를 완전히 가리지 못한 '코스크' 상태로 질의를 했다. 질의 중 마스크가 내려갔을 수 있지만 마스크를 붙잡거나 다시 올리는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또 청중석과의 거리가 2m 이상이어서 안심이 됐던 걸까. 한 강연자는 마스크를 내리고 '턱스크' 상태로 강연을 진행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제재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방역 최전선에 있는 의료인들이 학술대회 참석자의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방역의 큰 축이 흔들리지 않을까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언제, 어디서 감염됐는지 알지 못하는 코로나19 확진자 비율이 27%에 달한다고 집계된다. 4차 대유행이 예고되고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학회는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앞으로도 많은 학회의 학술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학술대회에서 무증상 감염자가 없을 것으로 확신할 수 없다. 실제 최근 열린 한 학술대회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학술대회장에서 밀접접촉자는 없었지만, 바꿔 말하면 학술대회장에서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술대회를 통한 연구자 간 학문적 교류는 단절돼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는 '철저한 방역지침 준수' 하에 이뤄져야 한다. 학회는 향후 예정된 학술대회 운영에 방역의 허점은 없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작은 구멍에 둑이 무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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