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부전학회 춘계학술대회 12일 개최
전문가들 '환자보고지표(PRO)' 활용 강조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심부전 치료 분야에서 '환자 중심 의료(patient-centered medicine)'라는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전 의료진이 사망·입원율과 같은 임상적 사건에 중점을 뒀지만, 이제는 이와 더불어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과 삶의 질(QoL)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국내 심부전 전문가들은 12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대한심부전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환자보고지표(patient reported outcomes, PRO)' 활용을 강조했다.

12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대한심부전학회 학술대회 전경.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12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대한심부전학회 학술대회 전경.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PRO는 환자가 자신의 증상, 삶의 질 등 치료 결과를 스스로 보고하는 평가지표다. 

전문가들은 이날 미국·유럽 등 해외에서 시작된 평가지표가 국내에서까지 활용도가 높아졌다며 앞으로는 우리나라 환자에 맞춘 국내 평가지표 가능성도 언급했다.
 

의사 중심에서 '환자 중심'을 함께하는 심부전 치료

심부전은 만성 질환이며 중증 증상이 동반된다. 환자는 호흡곤란, 흉통, 전신부종, 피로 등과 같은 증상을 호소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악화돼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또 심부전 관련 입원은 빈번하고 응급치료도 필요하기 때문에 치료로 인한 보건·경제적 손실이 크고, 사회·심리적 장애도 일으켜 결국 환자의 삶의 질도 떨어진다.

서울아산병원 이상언 교수(심장내과)는 12일 대한심부전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이상언 교수(심장내과)는 12일 대한심부전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이상언 교수(심장내과)에 따르면 심부전 치료에는 치료법이 다양하기 때문에 환자의 예후는 치료전략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치료 결과를 검토하는 대부분의 임상연구는 사망·입원율을 주요 목표점(primary endpoint)으로 설정하고 이를 개선하는 데 집중한다. 사망·입원율은 생존 혜택과 연관돼 무엇보다 강조되고, 보건·경제학적 측면에서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망·입원율에만 초점을 맞춘 의료는 '환자 치료'보다 '질병 치료'에 가깝다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이상언 교수는 "대부분의 연구는 사망·입원율에 집중하고 2차적으로 삶의 질을 고려한다"면서 "하지만 환자가 경험하는 증상과 관련 장애도 중요한 평가 측도로, 이제는 환자 중심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부터 시작된 HRQOL, 국내 활용도 증가

환자 중심 의료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1985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임상치료 평가에 전통적으로 사용된 생존율 또는 병태·생리적 지표를 '건강과 관련된 삶의 질(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HRQOL)'와 함께 평가하는 것을 권고해 HRQOL에 관한 관심이 고조됐다. 

항암치료의 경우 미국국립암센터(NCI), 영국 의학연구위원회(Medical Research Council), 캐나다 국립암센터 등은 치료 효과 지표로 기존의 치료반응 및 생존율에 더해 QoL 측정까지 제시한다. 

이처럼 다양한 질환 치료에서 환자 중심 의료가 부각됐고, 질환마다 PRO도 개발됐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이선기 교수는 12일 대한심부전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이선기 교수는 12일 대한심부전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이선기 교수(순환기내과)는 "의료진은 전통적으로 임상적 이상사건(adverse clinical outcomes)을 치료 결과로 평가하기 때문에 이상사건이 없으면 성공적 치료라고 판단한다"며 "하지만 환자 대부분은 부정사건보다는 QoL 개선, 일상생활 복귀, 정신 건강 등 긍정적인 결과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PRO를 통해 환자가 보고한 증상, 기능 상태, 건강과 관련된 삶의 질, 치료 반응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PRO는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진·연구진 등 관련 당사자에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환자-의료진 간 의사소통을 격려할 수 있다"며 "지난 10년간 심부전 임상연구에서 PRO는 건강 상태 측도 이해, PRO 개발, 임상 데이터베이스에 PRO 적용, 임상현장에 적용하는 등 활용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생존 혜택과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외 환자에게 중요한 임상 결과를 측정해야 하기 때문에 임상연구는 의료진의 평가와 PRO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부전에 사용되는 2가지 PROM? KCCQ 및 MLHFQ

고대 안암병원 박성미 교수(순환기내과)는 환자 건강 상태를 스스로 평가하는 여러 'PROM(patient reported outcome measures)' 질문지가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고대 안암병원 박성미 교수(순환기내과)
고대 안암병원 박성미 교수(순환기내과)

PROM은 질병표적(disease-specific) 또는 포괄적(generic)으로 나뉜다. 질병표적 PROM은 특정 질환에 개발됐고, 포괄적 PROM은 질병과 관계없이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측정한다. 

PROM은 환자의 기능적 제한, 일상생활 영향, 사회·감정·심리적 상태, 전반적 웰빙 등과 같은 다양한 건강 상태 결과를 평가한다. 

하지만 각 PROM은 점수 계산법뿐만 아니라 점수 해석 방법도 다르다. 

아울러 가장 유용한 PROM을 선택하는 게 중요한데, 심부전에는 일반적으로 ▲CHF Q ▲KCCQ ▲MLHFQ ▲CHAT ▲LVD-36 ▲SDHFQ ▲HFFS1 ▲QLQ-SHF ▲MSAS-HF 등 9가지가 사용된다. 

9가지 PROM 중 박성미 교수는 'KCCQ(Kansas City Cardiomyopathy Questionnaire)' 및 'MLHFQ(Minnesota Living with Heart Failure Questionnaire)'가 여러 연구에서 심부전 증상 측정에 비교적 정밀하다고 설명했다. 
 

한국판 KCCQ 필요할까? "SPARK 연구 데이터 기여할 것"

해외에서는 다양한 PROM이 심부전에 사용되지만, 이런 평가측도가 우리나라 환자에 적합한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연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유병수 교수(심장내과)는 "환자가 직접 HRQOL, 불안·우울 등 증상 부담을 보고하는 PROM은 만성 심부전 환자가 증상을 관리하는 데 돕고 의료진이 환자 중심 의료를 제공하도록 기여한다"면서 "하지만 지금까지 동양인 심부전 환자에 PROM 데이터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미국 듀크대학교 메디칼센터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HRQOL은 사망 위험과 일반적으로 반비례적 관계를 보였지만, 심부전 중증도와 합병증 관련해서 인종 간 차이가 관찰됐다. 

특히 질환 중증도·평가측도와 관계없이 인종별로 PROM 질문지 응답 패턴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신체·문화·사회적 차이를 고려해 우리나라 환자에 맞춰진 PROM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병수 교수는 국내 데이터 부족에 따라 우리나라 심부전 환자의 치료 패턴과 실제 임상 현장에서(리얼월드) PRO 데이터를 검토하는 SPARK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유 교수는 "KCCQ는 심부전 환자의 증상 변화를 밀접하게 측정할 수 있다고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지만, 우리나라 환자에 어느 정도인지 알려지지 않았다"며 "SPARK 연구를 통해 표적 환자군과 QoL 변화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에서는 국내 심부전 환자의 평균 진료 시간이 5분 내외인 것을 놀라워한다"며 "우리는 이제 환자의 입장을 고려해서 삶의 질을 높일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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