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세포 기능 남은 성인 대상 '빅토자+항IL-21 항체' 유효성·안전성 평가
美연구팀 임상2상 결과, 병용요법군 52주째 췌장 베타세포 기능 보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제1형 당뇨병 성인 환자를 '빅토자(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와 '항인터루킨-21(IL-21) 항체' 병용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제1형 당뇨병을 진단받고 베타세포 기능이 남아있는 성인을 대상으로 임상2상을 진행한 결과, 빅토자와 항IL-21 항체 병용요법을 받은 환자군의 췌장 베타세포 기능이 보존됐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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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제1형 당뇨병 치료에 병용요법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첫 번째 대규모 연구이자, 감염병에 취약해지지 않고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임상2상은 미국 라졸라면역학연구소 Matthias von Herrath 박사 연구팀이 진행했으며, 빅토자 개발사인 노보노디스크가 후원했다. 연구 결과는 The Lancet Diabetes and Endocrinology 3월 1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항IL-21 항체, 췌장 보호 가능성 확인

제1형 당뇨병은 면역세포인 T세포가 인슐린을 생성하는 췌장의 베타세포를 공격하면서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베타세포가 파괴되면 혈당이 조절되지 않아 중증 장기손상이 나타나고 사망할 수 있다.

그러나 몸 전체(system-wide)의 T세포 반응을 표적하는 치료법은 바이러스, 박테리아 등의 공격을 방어하는 면역체계 능력을 방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제1형 당뇨병 치료가 쉽지 않다.

Herrath 박사 연구팀은 제1형 당뇨병을 유발하는 분자를 밝히는 데 중점을 두고 전체 면역체계의 기능 억제 없이 일부를 조절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 성과로 연구팀은 지난 2012년 유해한 T세포가 췌장에 침투할 때 IL-21 수용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Immunity 2012;36(6):1060~1072). 이후 항IL-21 항체가 이러한 신호를 차단하고 잠재적으로 췌장을 보호할 수 있음을 규명했다. 

즉 항IL-21 항체가 췌장을 침투하는 유해한 T세포에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전체 면역체계의 약화 없이 제1형 당뇨병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추정된 것.

이러한 개념을 토대로 연구팀은 2017년 쥐모델로 전임상연구를 진행, 베타세포 기능을 보호한다고 알려진 빅토자와 항IL-21 항체 병용요법의 제1형 당뇨병 치료 가능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병용요법 시 제1형 당뇨병이 역전(reverse)되는 것으로 나타났다(J Autoimmun 2017;84:65~74).
 

54주째 C-펩타이드 농도, 병용요법군 10%↓vs 위약군 39%↓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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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무작위 위약 대조군 이중맹검 임상2상은 빅토자와 항IL-21 항체 병용요법이 최근 제1형 당뇨병을 진단받고 베타세포의 기능이 남아있는 성인의 베타세포 생존을 증진시킬 수 있는지 규명하고자 진행됐다.

연구 등록 2주 이내에 중증 당뇨병성 케톤산증이 발생한 불안정성 제1형 당뇨병 또는 활동성이거나 잠복 만성감염 환자는 연구에 포함되지 않았다.

2015년 11월 10일~2019년 2월 27일 모집된 최종 308명을 등록 당시 식사부하검사(mixed-meal tolerance test, MMTT)로 자극된 피크(peak) C-펩타이드 농도에 따라 계층화해 △빅토자+항IL-21 항체 병용요법군 △항IL-21 항체 단독요법군 △빅토자 단독요법군 △위약군에 각 77명씩 무작위 분류했다. 모든 환자군은 인슐린 치료를 받았다. 

1차 목표점은 MMTT 자극 C-펩타이드의 농도 변화로, 등록 당시와 치료 종료 시점인 54주째를 비교했다. C-펩타이드는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이 개선됐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C-펩타이드 검사는 내부 인슐린 생산치를 측정한다. 

이와 함께 모든 환자군은 치료 종료 후 26주 동안 추가적인 추적관찰 기간을 가졌다.

최종 결과, 등록 당시와 비교한 54주째 MMTT 자극 C-펩타이드 농도는 위약군이 39% 감소했으나 빅토자+항IL-21 항체 병용요법군은 10% 감소에 그쳤다.

추정된 치료율(estimated treatment ratio)은 빅토자+항IL-21 항체 병용요법군이 위약군 대비 48% 더 유의하게 높았다(P=0.0017).

항IL-21 항체 단독요법군과 빅토자 단독요법군도 위약군보다 추정된 치료율이 각 23%(P=0.093)와 12%(P=0.38) 높았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 

게다가 인슐린 투여량은 위약군에서 더 많았음에도, 주요 2차 목표점이었던 54주째 당화혈색소 변화는 위약군이 0.1%p 감소에 그친 반면 모든 치료군은 0.5%p 더 조절됐다. 단, 치료에 따른 당화혈색소 차이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지 않았다. 

아울러 치료 중단 후에는 치료 효과가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각 환자군에서 면역세포의 아형(immune cell subsets) 변화는 일시적이거나 경미했다. 

안전성 조사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난 이상반응은 빅토자의 일반적인 이상반응으로 보고되는 위장관 장애였다. 

저혈당 발생률은 치료군과 위약군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지만, 치료 기간에 빅토자를 투약한 환자군의 저혈당 발생률이 위약군보다 낮았다. 

아울러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이번 연구에서 관찰되지 않았다. 저혈당성 혼수, 폐렴, 뇌부종 등 세 건의 이상반응과 관련해 빅토자를 투약한 환자군 중 한 명이 사망했지만, 치료와 관련되지 않았다고 평가됐다.

Herrath 박사는 논문을 통해 "빅토자와 항IL-21 항체 병용요법으로 최근 제1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성인 환자의 베타세포 기능을 보존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병용요법의 유효성은 제1형 당뇨병 대한 다른 질병조절중재(disease-modifying intervention) 관련 연구에서 확인한 결과와 유사했으며 더 안전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병용요법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임상3상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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