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역학연구 결과, 메트포르민 복용 시 ER 양성 유방암 위험 14%↓
ER 음성·삼중 음성 유방암 위험은 증가 경향 나타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제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여성 환자의 유방암 발생에 항당뇨병제 메트포르민이 미치는 영향은 유방암 유형에 따라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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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규모 역학연구인 'Sister Study' 참가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메트포르민을 복용한 당뇨병 여성 환자의 전체 유방암 위험은 당뇨병이 없는 이들과 비교해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에스트로겐 수용체(ER) 양성 유방암 위험은 메트포르민을 복용한 당뇨병 환자에게서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메트포르민을 10년 이상 장기간 복용할수록 ER 양성 유방암 위험이 크게 줄어, 메트포르민이 ER 양성 유방암 발생을 막는 잠재적인 보호효과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메트포르민을 복용한 당뇨병 환자에게서 ER 음성 유방암 또는 삼중 음성 유방암 위험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Annals of Oncology 지난달 28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Sister Study에서 총 4만 5000명 데이터 분석

'Sister Study'는 유방암을 진단받은 자매 또는 이복자매가 있으며 유방암 병력이 없는 여성 5만여 명을 추적관찰한 연구다. 미국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NIEHS)에서 진행했고 2003~2009년 미국 50개주 및 푸에르토리코에 거주하는 35~74세 여성이 모집됐다. 

이번 분석에는 다른 유형의 암 병력이 있거나 당뇨병 데이터 누락 또는 연구 기간에 유방암 진단이 확실하지 않은 여성 등을 제외하고 최종 4만 4541명의 데이터가 포함됐다.

등록 당시 7.2%(3227명)가 당뇨병을 앓고 있었고, 추적관찰 동안 5.3%(2389명)가 당뇨병을 새로 진단받았다. 당뇨병 환자의 61%(3386명)는 메트포르민을 단독 복용하거나 다른 항당뇨병제를 병용했다. 

메트포르민 10년 복용군, ER 양성 유방암 위험 38%↓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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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관찰 8.6년(중앙값) 동안 등록 후 최소 1년 뒤에 2678명이 유방암을 진단받았다. 당뇨병과 전체 유방암 발생 사이에 전반적인 연관성은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나 유방암 유형에 따른 분석에서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지만, 당뇨병군의 삼중 음성 유방암 위험이 비당뇨병군보다 40%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HR 1.40; 95% CI 0.90~2.16).

이어 비당뇨병군과 메트포르민을 복용하는 당뇨병군의 전체 유방암 위험을 비교했고, 의미 있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ER 양성 유방암 위험은 메트포르민을 복용하는 당뇨병군에서 14%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됐다(HR 0.86; 95% CI 0.70~1.05). 

특히 메트포르민을 10년 이상 장기간 복용하면 ER 양성 유방암 위험이 38% 줄었다(HR 0.62; 95% CI 0.38~1.01; P for trend=0.09).

메트포르민군, ER 음성 유방암 25%·삼중 음성 유방암 74%↑

이와 달리 ER 음성 유방암 또는 삼중 음성 유방암 위험은 비당뇨병군과 비교해 오히려 메트포르민을 복용하는 당뇨병군에서 각 25%(HR 1.25; 95% CI 0.84~1.88)와 74%(HR 1.74; 95% CI 1.06~2.83) 상승했다. 

이 같은 결과는 해당 유방암 유형을 진단받은 환자 수가 적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결과에 따르면, 비당뇨병군에서 ER 음성 유방암을 진단받은 여성은 303명, 삼중 음성 유방암은 155명이었고, 메트포르민을 복용하는 당뇨병군에서는 각 27명과 20명이었다.

이에 연구 논평에서는 이 결과에서 임상적 변화를 이끌만한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구를 진행한 NIEHS Dale P. Sandler 박사는 "당뇨병과 유방암의 연관성은 호르몬 수용체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당뇨병 환자의 메트포르민 복용은 ER 양성 유방암 위험 감소, ER 음성 또는 삼중 음성 유방암 위험 증가와 관련됐을 수 있다"며 "이번 결과는 당뇨병 환자가 메트포르민을 장기간 복용하면 ER 양성 유방암을 막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유방암 연관성, 확실한 결론 내리기 어려워"

캐나다 무작위 임상3상 진행 중

이번 연구는 대규모로 잘 디자인된 전향적 코호트 연구라는 강점이 있다. 그럼에도 이 연구만으로 당뇨병과 메트포르민 그리고 유방암 발생의 연관성에 대해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학 Ana E. Lohmann 교수는 논평을 통해 "이번 연구는 당뇨병과 당뇨병 치료 그리고 유방암 발생이 연관됐다는 근거를 추가하지만, 아직 확실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연구가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당뇨병, 당뇨병 치료, 유방암 발생의 연관성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앞으로 추가 연구가 더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캐나다의 'Canadian Cancer Trial Group'은 호르몬 수용체 양성 초기 유방암 여성 환자 약 3500명을 대상으로 메트포르민이 유방암 발생을 줄이거나 유방암 세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전체 환자군은 메트포르민군 또는 위약군에 무작위 분류돼 표준 보조요법과 함께 치료받는다. 연구는 내년 2월 종료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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