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BCS 2021] CCTG MA.32, ER/PR 상태 관계없이 유방암 환자 대상
메트포르민군, 침습성 무질병생존율·전체 생존율 개선되지 않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항당뇨병제 메트포르민이 조기 유방암 치료제로 영역 확장을 노렸지만 실패로 끝났다.

CCTG MA.32 임상3상 결과, 메트포르민은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상태와 관계없이 조기 유방암 환자의 예후를 개선하지 못했다.

연구 결과를 발표한 캐나다 토론토대학 Pamela J. Goodwin 교수는 "메트포르민은 이들 환자에게 유방암 치료제로 투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 양성(HER2+) 유방암 환자에게는 메트포르민의 혜택이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이번 무작위 대조군 연구 결과는 7~10일 열리는 샌안토니오 유방암 심포지엄 연례학술대회(SABCS 2021)에서 발표됐다.

유방암 치료제, 왜 '메트포르민'인가?

이번 연구는 비만이 유방암 예후 악화와 연관됐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비만한 환자는 인슐린 수치가 높으며 이는 유방암 예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팀은 메트포르민이 비당뇨병인 유방암 생존자의 체중 감소를 촉진하고 인슐린 수치를 약 15~20%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연구를 위한 치료제로 선택했다. 

이와 함께 메트포르민은 선행항암치료 연구에서 유방암의 세포증식지표인 Ki67 발현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고 전임상연구에서 유방암 성장을 지연시켰다. 또 관찰연구에서 유방암 환자의 당뇨병 치료를 위해 메트포르민을 투약하면 예후가 개선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메트포르민군 IDFS 발생률·전체 생존율, 위약군과 차이 없어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CCTG MA.32 임상3상에는 원격전이가 없는 18~74세의 T1-3 N0-3 M0 유방암 환자 3649명이 모집됐다. 당뇨병을 동반한 환자는 없었고 모두 유방암 표준치료를 받고 있었다.

전체 환자군은 메트포르민 850mg 1일 2회 복용군(메트포르민군)과 위약군에 무작위 배정돼 5년간 치료받았다. 

1차 목표점은 침습성 무질병생존율(IDFS)로, 2차 목표점은 전체 생존율, 원격 무질병생존율(DFS), 유방암이 없는 기간 등으로 정의했다. 

이번 분석에 앞서 2016년 진행된 중간분석에서는 ER-/PR- 유방암 환자에게는 메트포르민 혜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해당 환자군에 대한 중재는 중단됐으나 추적관찰은 계속 이뤄졌다. 

중간분석에 따라 이번 연구는 ER+/PR+ 유방암 환자 2533명에게 초점이 맞춰졌다. 평균 나이는 52.7세, 평균 체질량지수(BMI)는 28.8kg/㎡였다. 폐경 후 여성은 60%를 차지했다. 

절반 이상이 T2 종양병기를 갖고 있었으며, 메트포르민군 16.5%와 위약군 17.4%는 HER2+ 유방암 환자(620명)였다. 이들 중 99.4%가 항암화학요법을 받고 있었고 97%는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을 투약했다.

분석 결과, IDFS 발생률은  메트포르민군 18.5%(234건), 위약군 18.3%(321건)로 두 군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HR 1.01; P=0.92). 이 중 75.6%는 유방암으로 인해 발생했다. 

이와 함께 전체 생존율도 메트포르민군에서 개선되지 않았다(HR 1.10; P=0.47). 추적관찰 동안 메트포르민군 131명, 위약군 119명이 사망했고, 75.8%가 유방암과 연관됐다. DFS(HR 0.99; P=0.94)와 유방암이 없는 간격(HR 0.98; P=0.87) 등도 메트포르민군의 혜택이 없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의대 Stephanie Bernik 교수는 "당뇨병과 연관된 비만이 유방암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졌다. 이번 연구는 비당뇨병인 환자에게도 인슐린 조절에 도움이 되는 약물을 사용하면 유방암 위험을 낮출 수 있음을 보여주려 했지만, 메트포르민은 유방암 환자 예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당뇨병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암 퇴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알기 위한 많은 연구가 수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HER2+ 유방암 환자, 메트포르민 치료 시 IDFS 위험 36%↓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탐색적 분석에서는 메트포르민이 HER2+ 유방암 환자의 예후를 개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탐색적 분석은 2019년 발표된 MATTEN 연구에서 메트포르민이 ATM(ataxia telangiectasia mutated) 유전자 근처 rs11212617 단일염기 다형성(SNP)의 최소 1개 C 대립유전자를 가진 HER2+ 유방암 환자의 완전 관해율을 높이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진행됐다. 

결과에 따르면, 이들 환자군은 안트라사이클린/탁산 기반 항암화학요법과 허셉틴 선행화학요법을 진행하며 메트포르민을 추가했을 때 병리학적 완전 관해율이 대립유전자를 보유하지 않은 환자군보다 증가했다(Front Oncol 2019;9:193). 

이를 토대로 진행된 탐색적 분석 결과, 메트포르민을 투약한 HER2+ 유방암 환자는 위약 대비 IDFS 위험이 36% 의미 있게 낮았다(HR 0.64; P=0.026). 전체 생존율도 47% 개선되는 것으로 조사됐다(HR 0.53; P=0.038).

Goodwin 교수는 "중요한 결과는 IDFS에 대한 메트포르민 혜택과 SNP의 유의한 상호작용이 관찰된 것"이라며 "SNP의 C 대립유전자는 당뇨병 환자의 메트포르민 혜택과 연관됐다"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메트포르민 치료 시 C 대립유전자가 있는 환자군의 IDFS 위험은 49% 의미 있게 낮았다(HR 0.51; P=0.0067). 그러나 AA 유전자형 환자군의 IDFS 위험은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지만 1.32배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 메트포르민의 혜택이 없다고 평가됐다(HR 1.32; P=0.51).

이 같은 결과는 전체 생존율 분석에서도 유사하게 관찰됐다. 메트포르민 투약 시 사망 위험은 C 대립유전자가 있는 환자군이 65% 유의하게 감소했으나(HR 0.35; P-=0.003), AA 유전자형 환자군은 2.15배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HR 2.15; P=0.26).

Goodwin 교수는 "HER2+ 유방암 환자, 특히 ATM 관련 rs11212617 SNP의 최소 1개 C 대립유전자를 가진 환자군에게 메트포르민을 투약하면 IDFS와 전체 생존율이 개선됐다"며 "향후 HER+ 유방암 환자에 중점을 둔 전향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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