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처벌특례법 개정안, 8일 국회 본회의 통과
신고의무 위반 과태료 500만원에서 1000만원 이하로 상향
신현영 의원 "전문적으로 아동학대 판단할 환경 조성돼야"

ⓒ메디칼업저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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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16개월 아동이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후, 국회가 아동학대 신고의무를 강화하고 신고를 받은 수사기관이 즉시 조사에 착수하도록 법령을 개정했다.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의료계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잇따라 발의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의료진이 아동학대를 전문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체계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는 8일 본회의를 열고 '정인이법'으로 불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아동학대신고의무자의 신고가 있는 경우 지방자치단체나 수사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즉시 조사 또는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앞서 정인이가 사망하기 전 경찰이 세차례 학대 의심 신고를 받았음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던 것에 따른 보완조치다.

이와 함께 의료인이 신고의무를 미이행했을 경우 과태료는 500만원 이하에서 1000만원 이하로 상향됐다.

또한 아동학대사건의 증인이 피고인 또는 그밖의 사람으로부터 생명·신체에 해를 입거나 입을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증인의 신변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했다.

국회 측은 "아동학대사건 대응 절차를 개선·보완해 수사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아동학대 범죄를 예방하며 피해아동 보호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사가 신고해도 수사기관 안일 대응, 신분 노출도

"전문적으로 아동학대 판단할 여건 마련돼야"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르면 신고의무자는 직무를 수행하면서 아동학대 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을 경우에는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신고 의무자에는 의료법 제3조제1항에 따라 의료기관의 장과 그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료인 및 의료기사도 속한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의사 개인이 심증을 기반으로 쉽게 신고할 수 없고, 어렵게 신고해도 욕설과 협박에 시달리고 있어 추가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경찰이 아동학대 의심 사례를 신고했던 의사의 신분을 노출해, 의사가 가해 의심 부모로부터 폭언을 듣는 등 정신적 피해를 입은 사례도 이를 방증한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현행 체계에서는 의료진이 전문적으로 아동학대를 판단하거나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여건이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정인이가 피해아동이었다는 사실을 의료진이 인지할 수 있었거나, 아동학대 전문성을 가진 의료진이 진료를 했으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정인이를 진료했던 소아과 의사가 구내염으로 진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신 의원은 "전문의료진이 꾸준히 추적관찰하면서 아동의 안전을 살피지 않으면 정인이 사건이 반복해서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진료할 때 과거 아동학대 신고 이력이 있는 경우, 의료진들에게만 별도의 '알림' 기능을 시스템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아동학대 정보 시스템과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을 연계하는 방식이 제안됐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부와 대한소아응급의학회 등이 마련한 아동학대 선별도구인 FIND(Finding instrument for Non-accidental Deeds) 활용 활성화도 강조됐다.

아동학대 선별도구가 현장에서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FIND 적용 수가'와 같은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방법이다.

신 의원은 "단순한 독려 차원을 넘어 아동학대 관련 전문가들이 의학적 소견을 중요한 판단 근거로 활용하고 학대의심아동의 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아동학대 신고를 잘하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인센티브와 같은 정책적 지원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아동학대를 발굴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국회에서는 '정인이 사건' 발생 이후 이를 방지하기 위한 관련법이 발의되고 있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학대가 의심되는 아동의 진료기록을 의료인 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공무원이 학대아동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은 아동학대피해를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진료기록 사본을 다른 의료인에게 요청해도 공유가 불가능하다.

예외적으로 환자가 무의식이거나 응급상황, 보호자가 없는 경우에 진료기록 전송이 가능할 뿐이다.

이 의원은 "아동학대 가해자가 아동학대를 일반상해로 은폐하기 위해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경우가 있다"며 "아동을 진찰한 의료인이 정황상 아동학대 의심이 든다면 예외적으로 타 의료기관의 진료기록을 공유할 수 있어야 더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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