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김나현 기자 
취재부 김나현 기자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2021년 새해가 밝자마자 입양가정에서의 학대로 16개월 아동이 숨진 사건이 알려지며 세상이 떠들썩하다.

피해 아동을 구내염으로 진단했던 의사의 신상과 병원의 이름이 인터넷에서 유포됐고, 의사의 면허를 박탈해달라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오며 여론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관계법상 의료인도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에 포함된다. 만약 신고의무를 미이행했을 경우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최근 통과된 법이 과태료를 500만원에서 1000만원 이하로 상향해 의사의 아동학대 신고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장에서는 의료진이 아동학대를 제때, 그리고 마음놓고 신고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있을까.

취재 과정에서 만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이번 사건을 두고 "나 또한 현장에서 난감한 경우를 자주 겪는다"며 "아이의 옷만 들춰봐도 멍이 다 보이지만, 보호자가 넘어졌다고 말하면 아이들은 보통 아무말도 하지 못한다"라고 토로했다.

골절이 있거나 다른 신체 부위에 못보던 멍이 늘어나게 되면 단골이라도 어렵사리 "어머니가 그럴 사람은 아닌 걸 알지만, 법적으로 이런 상황에서는 아동학대를 신고하게 돼있다"라고 말을 꺼낸다고 한다.

이조차도 규모가 있는 의료기관에서나 가능한 것일 뿐, 의원급 소청과를 운영하는 개원의들은 행동에 나서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의료진이 아동학대를 인지하더라도 구체적인 정황과 증거가 없다면 심증만으로 신고하기 어렵다.

복잡한 경우 법적인 소송에도 휘말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의료진이 신고 후 신분과 생업유지 보장이 되는지, 담당기관은 학대아동을 보호할 능력이 있는지, 더 나아가 신고 후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지 누구도 확답할 수 없다.

아동학대를 신고했던 의료진의 신분을 경찰이 노출해 보호자로부터 위협을 받은 얼마전 사건은 아동학대 신고율이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지는 현실을 반영한다.

피해 아동을 구내염으로 진단한 의사와 병원의 신상을 털기 전에,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미안해챌린지'만 공유하기 전 우리가 먼저 생각해야 할 부분은 또다른 사건을 막기 위해 무엇부터 바꿔야 하느냐다.

아동학대는 이전부터 늘 있어왔다. 그간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놨음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고 의료진에게 화살이 돌아가는 것은 분명 놓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대아동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학대를 의심하는 의사'가 필요하다. 그만큼 의료계의 책임감은 막중하다. 분노한 여론 이후 의료인의 아동학대 신고 의무는 강화됐지만 기존 제도는 그에 맞춰 함께 보완됐을까.

이미 전문가들은 의료진이 보다 적극적으로 신고에 나설 수 있고, 전문적으로 아동학대를 판단하기 위한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과거 아동학대 신고 이력이나 이전 검진기록 등 사전정보를 조회해 학대 정황을 파악하고, 인센티브와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의료진의 신변보호 강화, 신고체계 시스템 정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유례없이 높은 지금, 아동학대를 의심하지 못한 의사를 향한 비난으로만 끝난다면 바뀌는 것은 없다. 이제는 사건과 관련된 누군가에서 약간 초점을 옮겨 '000아 미안해'보다는 '우리가 바꿀게'에 방점을 둬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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