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2상, 면역억제제 병용 시 급성 이식편대숙주질환 예방 가능성 분석
이식 후 100일까지 2~4등급 급성 이식편대숙주질환 발생률 5%
美연구팀 "다른 약물의 연구 결과보다 발생률 낮아…자누비아는 안전하고 즉시 투약 가능"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항당뇨병제인 DPP-4 억제제 자누비아(성분명 시타글립틴)가 약물재창출을 통해 조혈모세포이식술 후 부작용을 막는 약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말초혈액 조혈모세포이식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2상 결과, 자누비아와 면역억제제 병용요법으로 급성 이식편대숙주질환(GVHD)을 예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됐다. 이식 후 100일 전에 GVHD가 발생하면 급성으로 분류된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GVHD는 동종 수혈이나 골수이식 후 거부반응이 나타나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난치성 질환이다. 이를 치료하고자 전 세계적으로 많은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지만 고용량 스테로이드로 증상을 완화하는 것 외에는 아직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 

이번 임상2상은 쥐모델의 전임상시험에서 DPP-4의 하향조절(down-regulation)을 통해 급성 GVHD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이뤄졌다. 

DPP-4는 T세포에서 발현되는 막관통 수용체로 T세포 활성화에 관여하는 동시자극기능(costimulatory function)이 있다.

전임상시험 결과에 의하면, DPP-4의 하향조절로 급성 GVHD는 예방됐으며 이식편대종양효과는 보존됐다. 이식편대종양효과는 환자에게 남아 있는 종양세포를 사멸시키는 긍정적인 치료효과를 의미한다.

그러나 자누비아로 DPP-4를 억제하면 동종 조혈모세포이식 후 급성 GVHD를 예방할 수 있는지 평가한 연구는 없어 이번 소규모 전향적 연구가 이뤄졌다. 연구 결과는 NEJM 1월호에 실렸다(N Engl J Med 2021;384(1):11~19).

이식 후 100일까지 급성 GVHD 2명 발생

비무작위로 진행된 임상2상에는 골수억제전처치를 받은 후 가동화된 말초혈액 조혈모세포이식술을 진행한 환자 36명이 포함됐다. 말초혈액에는 조혈모세포가 소량 있기 때문에 조혈모세포를 충분히 채취하기 위해서는 가동화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전체 환자군의 중앙값 나이는 46세였다.

환자들은 자누비아와 면역억제제인 타크로리무스, 시롤리무스를 병용했다. 이식 전부터 자누비아 600mg 복용을 시작해 이식 후 14일까지 매일 12시간 간격으로 투약했다. 이를 통해 이식 후 100일까지 2~4등급 급성 GVHD 발생률을 30%에서 15% 이하로 낮출 수 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급성 GVHD는 2명에게서 발생했다. 2~4등급 급성 GVHD 발생률은 5%(95% CI 1~16), 3~4등급 발생률은 3%였다(95% CI 0~12).

이와 함께 1년째 비재발 사망(nonrelapse mortality)은 한 건도 없었다. 재발 또는 만성 GVHD의 1년 누적 발생률은 각 26%와 37%였고, 1년째 GVHD 무재발 생존율은 46%로 조사됐다.

아울러 독성작용은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은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이상반응과 유사해, 자누비아에 의한 독성작용이 없다고 평가됐다. 저혈당이 발생한 환자도 없었다.

이번 연구에서 8명을 제외한 환자들은 계획된 자누비아 32회 투약을 최소 80% 이상 진행했다. 8명 환자는 점막염과 관련된 연하곤란(swallowing difficulty)으로 인해 용량을 줄였다. 이식 후 100일까지 2~4등급 급성 GVHD가 발생한 환자들은 계획된 용량의 80% 미만을 투약했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인디애나대학 Sherif S. Farag 교수는 논문을 통해 "이번 연구는 자누비아와 타크로리무스, 시롤리무스 병용요법이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술 후 100일까지 2~4등급 급성 GVHD 발생률을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결론 내렸다. 

비무작위·단일 환자군 연구라는 한계…"그러나 유망한 결과"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번 연구는 무작위연구로 디자인되지 않았고 단일 환자군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한계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에서 보고한 급성 GVHD 발생률이 다른 약물의 연구 결과보다 낮아 그 의미가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Farag 교수는 "이번 연구의 급성 GVHD 발생률은 다른 약물로 진행한 연구들에서 확인한 결과보다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연구에 대조군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2~4등급 또는 3~4등급 급성 GVHD 발생 위험은 과거 시롤리무스와 타크로리무스 단독요법을 진행했을 때 보고된 결과와 비교해 상당히 낮았다. 또 이식 후 시클로포스파미드와 타크로리무스 또는 미코페놀레이트 병용요법을 포함한 다른 치료와 비교해도 유망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약물의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지만, DPP-4 억제제인 자누비아는 임상에서 즉시 투약할 수 있고 투약이 용이하며 안전성이 입증됐고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투악방법·기간 등 연구와 임상3상 필요

이번 연구는 임상2상인 만큼 향후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지만, GVHD 예방약으로 자누비아를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워싱턴대학 Paul J. Martin 교수는 논평을 통해 "T세포와 항원전달세포(APC) 사이의 상호작용을 표적해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의 주요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도록 약물재창출이 이뤄진 저렴한 약물은 앞으로 새로운 연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단, 자누비아 투약방법과 기간, 예방효과가 나타나는 이유 등이 명확하지 않아 이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Martin 교수는 "중증 점막염으로 인해 자누비아 경구투약이 제한됐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비경구제형을 투약하면 예후가 더 개선될 수 있다"면서 "아직 가장 효과적인 자누비아 투약기간이 명확하지 않다. 또 급성 GVHD 예방 효과가 시롤리무스와 타크로리무스 동시 치료에 의존적으로 나타나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T세포를 표적한 전통적인 면역억제제가 자누비아의 활성을 보충하기 위해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한편으로는 T세포 수용체 신호전달 후 생화학적 경로를 억제하는 면역억제제가 아네르기(anergy) 유도를 방해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네르기란 알레르기와 반대 개념으로, 외부 자극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Farag 교수는 "임상3상에서 자누비아의 급성 GVHD 예방 효과가 확인된다면, 사망 위험을 낮추면서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술을 더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다"며 "향후 임상3상과 함께 자누비아와 다른 약물을 병용하면 만성 GVHD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 평가한 연구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