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5개 대학병원 연구팀, 코로나19 전·후 제2형 당뇨병 환자 당화혈색소 변화 분석
2017~2019년 비코로나19 코호트 비교…코로나19 코호트의 당화혈색소 변화 커
경북대병원 박근규 교수 "당뇨병 환자, 거리두기 기간에 자가혈당 자주 측정해야"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코로나19(COVID-19) 3차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연장되는 가운데, 제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는 보다 철저한 혈당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당뇨병 환자 코호트를 바탕으로 후향적 연구를 진행한 결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게다가 이 같은 문제는 50세 미만의 젊은 환자군과 등록 당시 당화혈색소가 7.0% 이하였던 환자군에서 두드러졌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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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대구광역시 5개 대학병원의 공동 연구팀이 코로나19 발생 전 당뇨병 환자의 코호트(비코로나19 코호트)와 발생 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뤄졌던 코호트(코로나19 코호트)를 토대로 당화혈색소 변화를 비교한 결과다. 

대구광역시는 지난해 2월 18일 슈퍼 전파자가 확인된 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약 2개월 동안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포함해 자발적 격리를 시행한 지역이다.

연구 결과는 Diabetes & Metabolism Journal 지난해 12월 4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경북대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 등 5개 대학병원 대상

이번 후향적 코호트 연구는 대구광역시에 위치한 경북대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영남대병원·계명대 동산의료원·칠곡경북대병원 중 한 곳에 내원하고 당화혈색소를 측정한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 코호트에는 대구광역시에서 코로나19 슈퍼 전파자가 발생했던 2020년 2월 18일을 기준으로, 3개월 전인 2019년 11월 18일부터 2020년 2월 17일까지(기간1)와 3개월 후인 2월 18일부터 5월 17일까지(기간2) 데이터가 포함됐다.

두 개의 비코로나19 코호트는 코로나19 코호트의 1~2년 전 같은 기간을 대상으로 했다. 첫 번째 비코로나19 코호트에는 2018년 11월 18일~2019년 5월 17일, 두 번째 비코로나19 코호트에는 2017년 11월 18일~2018년 5월 17일 데이터가 수집됐다.

최종 분석에 포함된 총 2만여 명의 당뇨병 환자 데이터를 토대로, 코로나19 코호트에서 평가한 기간1과 기간2의 당화혈색소 변화(ΔHbA1c)를 비코로나19 코호트와 비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혈당조절 문제 나타나

분석 결과, 코로나19 코호트의 ΔHbA1c는 비코로나19 코호트와 비교해 유의하게 큰 것으로 조사됐다(P<0.01). 

구체적으로 코로나19 코호트에서 기간2의 평균 당화혈색소는 기간1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았고 ΔHbA1c는 양의 값이 나타났다. 반면 두 개의 비코로나19 코호트에서는 기간2의 평균 당화혈색소가 기간1보다 의미 있게 낮았고 ΔHbA1c는 음의 값이 확인됐다. 

즉 비코로나19 코호트와 달리, 코로나19 코호트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당뇨병 환자의 혈당이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았던 것이다. 

주목할 결과는 하위분석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후 50세 미만의 젊은 환자군의 평균 당화혈색소가 유의하게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또 코로나19 코호트에서 50세 미만 환자군과 등록 당시 당화혈색소가 7.0% 이하로 혈당이 비교적 잘 조절되는 환자군의 ΔHbA1c는 다른 하위군과 비교해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아울러 나이, 성별 등을 보정해 분석한 코로나19 코호트의 ΔHbA1c는 비코로나19 코호트 대비 의미 있게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거리두기→활동량 감소, 혈당조절에 영향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종합하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젊고 혈당이 잘 조절되는 환자군에서 혈당조절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환자들의 생활방식이 변화하면서 혈당조절에 문제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 교신저자인 경북대병원 박근규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양한 생활방식의 변화가 나타나면서 혈당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예로 활동량 감소가 혈당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반대로 외식이 줄어 혈당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이는 당뇨병 환자 개개인의 평소 생활습관에 영향을 받는 부분이다. 상대적으로 활동량이 많았을 가능성이 큰 50세 미만과 비교적 혈당이 잘 조절됐던 환자군은 활동량 감소로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뇨병 환자, 거리두기로 혈당 악화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당뇨병 환자는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는다면 코로나19 예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이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의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은 상당히 중요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연장되고 있는 만큼 보다 철저한 혈당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그는 "당뇨병 환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혈당이 나빠질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활동량이 감소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며 식이조절도 병행해야 한다. 또 자가혈당검사로 혈당을 자주 측정하고, 상승하는 추세라면 병원에 내원해 약제를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단, 이번 연구의 환자군은 대학병원에 내원한 당뇨병 환자로 제한했다는 점에서 전체 당뇨병 환자에게 결과를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이번 결과는 3차 의료기관인 대학병원에서 치료받는 당뇨병 환자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당뇨병 합병증 또는 동반된 기저질환이 많은 환자가 포함된 결과"라며 "1차, 2차 의료기관에서 혈당을 관리하는 당뇨병 환자에게서도 이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지만 본 연구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향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차이가 있는 지역 간 혈당변화 추이 등을 분석한다면,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당뇨병 환자의 혈당관리지침을 세세하게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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