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석균 교수팀 연구결과, 국내 pCD 환자의 장 절제술 위험 높지 않아
"서양인은 항문 병변 유병률 낮지만…장 절제술 위험은 높다"

[메디칼업저버 허희윤 기자] 항문 병변 크론병의 예후가 인종에 따라 다르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미지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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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론병 중 항문에 병변이 있는 pCD가 서양에서 흔치 않지만 장 절제술 위험이 높은 반면, 국내 연구에서는 유병률이 높지만 서양보다 장 절제술 위험이 낮게 나타났다.

이대서울병원 송은미 교수(소화기내과, 제1저자)·서울아산병원 양석균 교수(소화기내과, 교신저자) 연구팀이 Journal of Gastroenterology and Hepatology 10월 22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한 국내 pCD 환자의 예후 분석연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한국인 pCD 유병률이 33.3~43.3%로 서양 8.1~16.7%보다 높지만 직장 절제술의 비율은 서양보다 낮다"며 "한국인과 서양인의 pCD 양상이 다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분석에는 전국코호트(국민건강보험)와 병원코호트(아산병원 크론병 환자)가 포함됐으며, pCD 환자의 예후를 각각 평균 4.1년, 8.3년동안 추적관찰했다.

항문 병변은 크론병 진단시점에서 항문 누공 또는 농양이 발견된 경우로 정의했다. 또한 항문 병변의 영향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 장 절제술 이력이 있을 경우나 크론병 진단 이전, 이후 항문 병변의 발생은 제외했다.

병원 코호트 분석결과, pCD 환자의 장 절제술·질병 행태(disease behavior) 악화·크론병 관련 입원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직장 절제술(항문 절제술)·항문암 위험은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2010~2014년까지 전국코호트에 포함된 크론병 환자 6071명 중 33.7%(2043명)가 항문 병변을 갖고 있었다. 이중 pCD군은 5년간 장 절제술을 받은 누적 비율이 14.7%로 대조군(pCD 제외 크론병) 9.1%보다 유의하게 높았다(P<0.001).

그러나 1989~2015년까지 약 2배가량 더 길게 추적한 병원코호트에서는 pCD군의 20년 누적 장 절제술 비율이 72.4%로 대조군 56.7%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P=0.95).

송은미 교수는 "두개의 코호트 결과 모두 기존 발표된 서양 자료들과는 다르게 항문병변 환자들에서 장 절제술의 위험도가 더 높아지지 않았다는 게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서양인과 한국인의 크론병 양상이 차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환경적인 요인과 유전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할 것으로 생각된다"라며 "한국인의 크론병이 서양인과 다른 특성을 갖기 때문에 한국인 특성에 맞춘 치료가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이외의 크론병 활성 심각도를 나타내는 질병 행태, 크론병 관련 입원, 직장 절제술, 항문암 위험은 병원코호트만 분석 가능했다.

분석결과, 질병 행태와 크론병 관련 입원은 pCD군에서 위험이 크지 않았다. 질병 행태 악화의 20년 누적발생률은 pCD과 대조군 각각 72.9%, 61.7%로 유사했다(P=0.366). 크론병 관련 입원도 각각 19.8%, 18.9%로 다르지 않았다(P=0.125).

반면 직장 절제술과 항문암 위험은 pCD가 있을 때 커졌다. 직장 절제술의 경우 pCD군과 대조군 각각 3%, 0.9%로 pCD군에서 높았다(P=0.001). 항문암 발생률 역시 pCD군에서 1.1%로 대조군 0.3%보다 유의하게 컸다(P=0.049).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직장 절제술과 관련된 직장 손상의 경우 사회적 및 성적 활동의 제약으로 크론병 환자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 또한 항문암의 발병은 드물지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며 "한국에서 항문 병변이 크론병 환자의 직장 절제술 및 항문암의 위험인자일 가능성을 인지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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