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S 2020] 캐나다 연구팀, 심방세동 환자의 무증상 뇌경색 발생률 분석한 Swiss-AF 연구 진행
2년 추적관찰 결과, 치료받은 심방세동 환자 5.5% 새로운 뇌경색 발생
75%는 경구용 항응고제를 복용했음에도 무증상 뇌경색 나타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경구용 항응고제가 무증상 뇌경색 예방에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스위스 전향적 코호트 연구로 진행된 Swiss-AF 연구를 토대로 심방세동 환자의 뇌경색 발생률을 분석한 결과, 경구용 항응고제를 복용한 심방세동 환자 중 5.5%에게서 새로운 뇌경색이 발생했다. 이들 중 75%는 경구용 항응고제를 복용했음에도 무증상 뇌경색이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무증상 뇌경색이 발생한 환자에게서 인지기능 저하도 나타나, 향후 무증상 뇌경색으로 인한 장기간 예후를 평가하는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캐나다 맥마스터의대 David Conen 교수는 5~9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미국부정맥학회 연례학술대회(HRS 2020)에서 'Incidence of silent brain infarcts in anticoagulated patients with atrial fibrillation'를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HRS 2020 온라인 학술대회 유튜브 영상 캡쳐)
▲캐나다 맥마스터의대 David Conen 교수는 5~9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미국부정맥학회 연례학술대회(HRS 2020)에서 'Incidence of silent brain infarcts in anticoagulated patients with atrial fibrillation'를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HRS 2020 온라인 학술대회 유튜브 영상 캡쳐)

캐나다 맥마스터의대 David Conen 교수는 5~9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미국부정맥학회 연례학술대회(HRS 2020)에서 이번 결과를 발표했다(#LBCT03-02).

새롭게 뇌경색 발생한 환자 85% 증상 없어…2년 동안 인지기능 저하 확인

이번 연구는 경구용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심방세동 환자의 무증상 뇌경색 발생률을 평가하고자 진행됐다. 무증상 뇌경색이 심방세동 환자의 인지기능 장애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잠재적인 원인이라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미국심장협회(AHA)·뇌졸중협회(ASA)는 2017년 성명을 발표하며, 무증상 뇌경색이 감지하기 힘든 인지 및 운동 결함, 인지기능 저하, 보행장애, 정신질환, 생활 활동 장애 등 건강 문제와 연관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Stroke 2017;48(2):e44~e71). 

연구팀은 Swiss-AF 연구에 참여한 심방세동 환자 1737명을 2년간 추적관찰했다. 65세 이상의 고령 환자가 포함됐고 평균 나이는 71세였다. 

전체 환자군은 등록 당시에 뇌자기공명영상검사(brain MRI)를 받았고, 추적관찰 2년째에 뇌MRI를 진행한 환자는 1227명(71%)이었다. 경구용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환자는 등록 당시 90%였으나 추적관찰 후에는 84%로 소폭 감소했다. 

무증상 뇌경색은 등록 당시와 추적관찰 2년 동안 임상적 뇌졸중(clinical stroke) 또는 일과성 허혈발작이 없는 환자에게서 새롭게 뇌경색이 발생한 경우로 정의했다. 

분석 결과, 추적관찰 기간에 새롭게 뇌경색이 발생한 환자는 68명(5.5%)이었다. 이와 비교해 임상적 뇌졸중 또는 일과성 허혈발작이 발생한 환자는 28명(2.3%)에 그쳐, 심방세동 환자는 뇌경색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목할 결과는 새롭게 뇌경색이 발생한 환자 중 58명(85.3%)은 증상 없었다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59명(86.8%)은 경구용 항응고제를 복용 중이었음에도 뇌경색이 확인됐고, 51명(75%)은 경구용 항응고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무증상 뇌경색이 발생했다.

뇌경색이 발생한 심방세동 환자와 발생하지 않은 환자의 인지장애 결과 비교. (사진=HRS 2020 온라인 학술대회 유튜브 영상 캡쳐)
▲뇌경색이 발생한 심방세동 환자와 발생하지 않은 환자의 인지장애 결과 비교. (사진=HRS 2020 온라인 학술대회 유튜브 영상 캡쳐)

뇌경색이 발생한 환자와 발생하지 않은 환자의 인지기능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그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뇌경색 환자의 기호잇기검사A/B(TMT-A/B), 동물에 관한 유창성 검사(animal fluency) 결과가 뇌경색이 없는 환자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았던 것(모두 P<0.05).

비록 뇌경색 발생 여부에 따른 인지기능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추적관찰 기간이 2년에 불과하며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는 수년에 걸쳐 진행된다는 점에서 놀라운 결과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항응고제, 심방세동 환자 뇌손상 예방에 충분하지 않을 수도"

연구팀은 이번 결과에 따라 심방세동 환자의 뇌손상 예방에 경구용 항응고제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Conen 교수는 "이번 대규모 코호트에서 뇌MRI를 통해 뇌경색이 발생한 환자들을 상당수 확인했다. 다수의 뇌경색 환자는 임상적으로 증상이 없었고 경구용 항응고제를 복용했음에도 질환이 발생했다"며 "많은 심방세동 환자가 경구용 항응고제로 혜택을 얻을 수 있을지라도, 경구용 항응고제 단독요법은 모든 심방세동 환자의 뇌손상을 예방하는 데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울러 뇌경색은 심방세동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수면 위로 드러난 임상적 뇌졸중 환자와 비교하면 이들 환자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심방세동 환자의 경구용 항응고제 순응도를 확인할 수 없으며, 여성 환자 비율이 낮았다는 점은 한계점으로 꼽힌다. 연구에 포함된 여성 환자는 26%에 불과했다.

Conen 교수는 "여성 심방세동 환자는 남성보다 뇌졸중 발생 위험이 높을 수 있다"며 "이는 무증상 뇌경색 발생률이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더 높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NOAC 순응도·동반질환 정보 부족 등은 연구 한계점으로 지적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국외 전문가들은 경구용 항응고제만으로 뇌졸중을 완전히 예방할 수 없으므로, 뇌졸중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원인을 확인해 이에 대한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 미시간의대 Phillip Vlisides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흥미로운 점은 심방세동 환자가 경구용 항응고제를 복용했음에도 무증상 뇌경색이 발생한 것"이라며 "이는 뇌졸중이 혈전 형성 외의 다른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HRS 회장인 미국 로완대학 Andrea Russo 교수는 "이번 연구는 경구용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심방세동 환자일지라도 뇌졸중 발생 위험이 0%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임상에서는 심방세동 환자의 경구용 항응고제 순응도를 확인하고, 고혈압 등 뇌졸중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속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번 연구가 갖는 한계점도 제기됐다.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 Isabelle C Van Gelder 교수는 "와파린의 치료구간 내 시간(therapeutic range)뿐만 아니라 비-비타민 K 길항제 경구용 항응고제(NOAC)의 순응도에 대한 데이터를 이번 연구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심부전, 심근경색, 암 등 동반질환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다"며 "비록 인지기능 저하와의 연관성은 강하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새로운 중요한 결과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향후 이와 관련된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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