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453개 연구 메타분석해 항당뇨병제 유효성 간접비교…치료경험·CVD 위험도 따라 평가
치료경험 없는 CVD 고위험군, 최적 초기치료 불분명…저위험군은 메트포르민 적절
메트포르민 복용하는 CVD 저위험군, 병용 항당뇨병제에 따른 혈관 예후 비슷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제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1차 치료제로 선택하는 항당뇨병제가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규모 메타분석 결과에 따르면, 치료경험이 없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의 최적 초기 항당뇨병제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없었다. 반면 치료경험이 없는 심혈관질환 저위험군이라면 메트포르민을 초기 약물로 투약하는 게 적절했다. 

주요 당뇨병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1차 치료제는 메트포르민이다. 그러나 최근 개발된 새로운 항당뇨병제가 혈당 조절을 넘어 심혈관·신장 보호 혜택을 입증하면서 이들 치료제를 1차 치료제로 고려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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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9개 계열의 항당뇨병제 21개의 유효성을 간접비교하고자 총 453개 연구에 모집된 32만 474명 환자 데이터를 메타분석한 대규모 연구라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최소 24주 동안 치료 효과를 평가한 연구를 분석했으며 최근 개발된 항당뇨병제의 심혈관·신장 예후를 확인한 연구들도 포함됐다. 연구 결과는 Annals of Internal Medicine 지난달 29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환자 데이터는 치료경험이 없거나 메트포르민을 복용하는 심혈관질환 저위험군 또는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항당뇨병제의 유효성을 비교했다. 

치료경험 없는 군, DPP-4i 제외한 항당뇨병제 혈당 조절 비슷

치료경험이 없는 당뇨병 환자의 경우 심혈관질환 저위험군이라면 메트포르민 치료가 타당하다고 평가됐다. 이들 환자에게서 사망 또는 혈관 관련 예후(vascular outcomes) 결과는 항당뇨병제 간 차이가 없었다.

연구를 진행한 그리스 테살로니키 아리스토텔레스대학 Apostolos Tsapas 교수는 "치료경험이 없고 심혈관질환 위험이 낮은 당뇨병 환자에게 1차 치료제로 메트포르민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의 최적 초기 치료는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치료경험이 없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만 모집해 진행한 임상시험을 확인할 수 없어, 초기치료로 적절한 항당뇨병제를 평가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치료경험이 없는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를 낮추는 효과는 DPP-4 억제제를 제외한 모든 항당뇨병제가 메트포르민과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

메트포르민 병용약제 선택 시 심혈관 영향·환자 선호도 등 고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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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포르민을 복용하는 환자라면,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항당뇨병제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고려해 병용약제를 선택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심혈관질환 저위험군은 메트포르민과 항당뇨병제를 병용해도 혈관 관련 예후가 비슷했다. 이에 병용약제 선택 시 항당뇨병제가 혈관에 미치는 영향 외에 다른 효과와 안전성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풀이됐다.

Tsapas 교수는 "메트포르민의 병용약제로 인슐린 또는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제제)를 투약했을 때 당화혈색소 조절에 가장 효과적이었다"면서 "반면 설포닐우레아, 기저-식사 인슐린 요법, 혼합형 인슐린은 중증 저혈당 가능성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은 GLP-1 제제와 SGLT-2 억제제 중 치료를 선택할 때 각 약제가 심혈관에 미치는 특징, 환자 선호도,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치료 우선순위에 따라 진행해야 할 것으로 평가됐다. 

이번 결과에 따르면, 메트포르민을 복용 중인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은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제품명 라이벨서스), 엠파글리플로진(자디앙), 리라글루타이드(빅토자)를 병용하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또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감소했다. 엑세나타이드 서방제(바이두레온), 다파글리플로진(포시가)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만 낮췄다.

피하주사형 세마글루타이드(오젬픽), 둘라글루타이드(트루리시티)는 뇌졸중 위험을, 카나글리플로진(인보카나), 다파글리플로진, 엠파글리플로진은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말기 신질환 발생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반면 주사형 세마글루타이드는 당뇨망막병증 위험이 높아지는 안전성 문제가 감지됐다. 또 카나글리플로진 치료 시 절단 발생률이 상승했지만 리라글루타이드는 이를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번 메타분석에 포함된 연구의 심혈관질환 저위험군에 심혈관질환 위험이 확인되지 않았거나 변할 수 있는 환자가 포함됐다는 한계가 있다. 또 심혈관질환 위험의 정의가 연구마다 동일하지 않고, 등록 당시 신장 기능의 잠재적인 차이가 말기 신질환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어 해석에 주의가 요구된다. 

복잡해지는 당뇨병 치료…새로운 항당뇨병제 '1차 치료' 넘볼까?

SGLT-2 억제제와 GLP-1 제제가 심혈관계 영향 연구(CVOT)를 통해 심혈관·신장 보호 혜택을 입증하면서 진료현장에서는 항당뇨병제 선택이 과거보다 복잡해지고 있다. 게다가 이들 치료제가 메트포르민보다 좋은 임상적 혜택을 확인하면서 1차 치료제로 고려할 수 있는지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현재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는 당뇨병 유병기간, 심혈관질환 위험, 약물 이상반응, 동반질환 등 환자별 차이를 고려해 개별화된 치료 목표를 설정하도록 주문한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당뇨·소화기·신장병 연구소(NIDDK)의 Christine G. Lee 박사와 William T. Cefalu 박사는 연구 논평을 통해 "SGLT-2 억제제, GLP-1 제제는 혈당, 심혈관, 사망 등에 대한 예후 평가에서 메트포르민보다 우수한 혜택을 입증했다"며 "현재 임상적으로 중요한 질문은 새로운 항당뇨병제를 초기 단독요법으로 투약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심혈관질환 저위험군이 메트포르민과 SGLT-2 억제제 또는 GLP-1 제제를 병용했을 때 더 큰 혜택을 얻을 수 있는지 확실하지 않은 점도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대규모 메타분석 결과는 임상에서 치료제를 선택할 때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박사팀은 "심혈관질환 위험, 당뇨병 유병기간 등이 다른 다양한 환자들을 모집해 임상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또 환자의 중요한 예후를 평가하는 표준화된 2차 목표를 설정해 임상연구에서 활용한다면 환자 예후 비교에 용이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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