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를 위한 새로운 치료제' ECDP 발표
2018년 이후 2년만에 개정…SGLT-2 억제제·GLP-1 제제 치료 알고리즘 제시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심혈관 혜택을 입증한 항당뇨병제를 심장전문가가 어떻게 처방해야 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

미국심장학회(ACC)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를 위한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전문가 합의 의사결정 지침(Expert Consensus Decision Pathway, ECDP)'을 발표했다. 심혈관 혜택을 입증한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 제제)의 치료 시작과 모니터링 전략을 자세히 다뤘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번 지침은 2018년 이후 약 2년 만에 개정됐다. 지난 지침에서는 "심장전문가들은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 치료 시 심혈관 혜택을 입증한 항당뇨병제 투약을 고려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담았다.

더 나아가 이번 지침에서는 심혈관 혜택을 입증한 SGLT-2 억제제와 GLP-1 제제가 심혈관 및 신장에 미치는 영향을 요약하면서, 심장전문가들이 제2형 당뇨병 환자에 따라 어떤 치료제를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알고리즘을 제시했다. 지침은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8월 5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심혈관 혜택 입증한 GLP-1 제제 계열 약물 명시

이번 지침의 적용 대상은 ASCVD, 심부전, 당뇨병성 신장질환을 동반했거나 ASCVD 고위험군 중 한 가지 이상 해당하는 18세 이상의 제2형 당뇨병 환자다.

환자가 가진 위험요인과 동반질환에 따라 심혈관 혜택을 입증한 SGLT-2 억제제 또는 GLP-1 제제를 선택하도록 권고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진은 환자와 치료제 선호도 및 우선순위에 대해 논의하도록 했다.

단 모든 GLP-1 제제가 심혈관 혜택을 확인하지 않아, 지침을 통해 심혈관 혜택을 입증한 치료제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지침에 따르면, 알비글루타이드, 둘라글루타이드, 리라글루타이드, 세마글루타이드 주사제 등이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위험을 낮추는 혜택을 입증한 GLP-1 제제다. 이와 달리 엑세나타이드, 릭시세나타이드는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아닌 안전성 확인에 그쳤다.

이에 지침에서는 같은 계열일지라도 약물 간 이질성(heterogeneity)이 있음을 시사하며, 둘라글루타이드, 리라글루타이드, 세마글루타이드 주사제를 선호하는 약제로 제시했다. 알비글루타이드는 현재 전 세계 시장에서 철수한 상태로 지침에서 권고하지 않았다. 

SGLT-2 억제제는 제2형 당뇨병 환자가 포함된 대규모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통해 ASCVD 또는 당뇨병성 신장질환을 동반한 환자의 MACE를 예방하고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지침에서는 각 연구에 등록된 환자군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이러한 혜택이 SGLT-2 억제제 계열 약물 간 유사하게 나타났다고 명시했다.

환자별 적절한 항당뇨병제 제시…치료제별 알고리즘도 담아

지침에서는 심장전문가가 심혈관 혜택을 입증한 SGLT-2 억제제 또는 GLP-1 제제 중 치료제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상황을 제시하며, 각 상황에 맞는 치료제도 함께 권고했다(표 1).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8월 5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표 재구성.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8월 5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표 재구성.

먼저 ASCVD 동반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는 SGLT-2 억제제 또는 GLP-1 제제 모두 제안했다. 

심혈관 혜택을 입증한 SGLT-2 억제제 또는 GLP-1 제제를 제외한 약물치료를 받는 제2형 당뇨병 환자라면, 진단받은 질환에 따라 제시한 치료제가 다르다. 

제2형 당뇨병 환자가 ASCVD를 진단받았다면 두 치료제 모두 가능하다. 그러나 당뇨병성 신장질환 또는 심부전으로 진단됐다면 SGLT-2 억제제를 선택하도록 했다.

반대로 ASCVD 환자가 제2형 당뇨병을 진단받았다면 두 치료제 모두 선택할 수 있지만, 당뇨병성 신장질환 또는 심부전 환자가 제2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경우 SGLT-2 억제제로 치료를 시작하도록 했다.

이어 ASCVD로 입원 후 퇴원한 제2형 당뇨병 환자라면 SGLT-2 억제제 또는 GLP-1 제제를, 심부전으로 입원 후 퇴원한다면 SGLT-2 억제제를 고려하도록 주문했다.

아울러 당뇨병성 신장질환 동반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는 SGLT-2 억제제를 권고하면서도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이 30mL/min/1.73㎡ 미만이면 GLP-1 제제로 대체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ASCVD 고위험군이라면 두 치료제 모두 투약 가능하지만, 심부전 고위험군이라면 SGLT-2 억제제를 선택하도록 제안했다. 

▲그림1. ASCVD, 심부전, 당뇨병성 신장질환 위험 관리를 위한 SGLT-2 억제제 치료 알고리즘.
▲그림1. ASCVD, 심부전, 당뇨병성 신장질환 위험 관리를 위한 SGLT-2 억제제 치료 알고리즘.

이와 함께 지침에서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관리를 위한 치료 알고리즘을 치료제별로 제시해, 환자에 따라 적절한 치료제를 투약할 수 있도록 했다(그림 1, 2). 

▲그림2. ASCVD 위험 관리를 위한 GLP-1 수용체 작용제 치료 알고리즘.
▲그림2. ASCVD 위험 관리를 위한 GLP-1 수용체 작용제 치료 알고리즘.

SGLT-2 억제제·GLP-1 제제, 메트포르민 넘어설까?

문제는 제2형 당뇨병 환자가 SGLT-2 억제제 또는 GLP-1 제제 치료 시작 전 메트포르민을 복용해야 할지 여부다. 또 당화혈색소가 조절되는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두 가지 항당뇨병제가 필요할지도 정리가 필요하다.

이번 지침은 ASCVD 고위험인 제2형 당뇨병 환자라면, 의료진은 환자 선호도와 우선순위 등을 논의 후 SGLT-2 억제제 또는 GLP-1 제제를 시작하도록 제시했다. 

그러나 미국당뇨병학회(ADA) 가이드라인에서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을 위한 1차 치료제로 메트포르민을 권고하는 상황. 

이에 대해 지침에서는 SGLT-2 억제제와 GLP-1 제제의 혈당강하 효과보다는 심장보호 효과에 무게를 뒀다. 메트포르민 복용 여부에 따라 두 가지 치료제의 심장보호 효과가 달라진다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지침과 유사한 권고안을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유럽심장학회·당뇨병학회(ESC·EASD) 가이드라인이다. 유럽 가이드라인에서는 치료 경험이 없는 신규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심혈관 초고위험군 및 고위험군에게 심혈관사건 위험 감소를 위해 메트포르민 치료 전 SGLT-2 억제제 또는 GLP-1 제제를 권고했다. 

아울러 제2형 당뇨병 환자가 ASCVD를 동반했거나 고위험군이라면 기저치(baseline) 당화혈색소와 무관하게 SGLT-2 억제제 또는 GLP-1 제제를 고려하도록 명시했다. 

단 당화혈색소가 잘 조절되는 환자에게 SGLT-2 억제제 또는 GLP-1 제제를 추가할 경우, 저혈당 위험을 낮추기 위해 투약 중인 인슐린, 설포닐우레아, 글리나이드 등 약물 용량 적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침 개발을 이끈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Sandeep R. Das 교수는 "ASCVD를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 치료에 중요한 패러다임 변화가 진행 중"이라며 "제2형 당뇨병 환자와 의료진은 혈당강하 효과에 이어 심혈관 또는 신장 혜택을 입증한 약물 중에서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